◇ 외환보유액 경상적자 피해야
프랑켈 교수는 지난해 5월 벤 버냉키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을 언급하자 곧바로 발발한 신흥국 자금 이탈과 관련, 세 가지 원인을 지목했다. 자금 유출 규모가 커지면서 위기 또한 심하게 겪은 신흥국의 공통점으로는 △적은 외환보유액 △ 통화가치 고평가 △경상수지 적자 상태 등을 꼽았다.
그는 1990년대와 2008-2009년 위기의 교훈을 보면 보다 신축적인 환율제도를 가진 국가와 충분한 외환보유액을 가진 국가가 위기가 적었다고 지적했다.
또한 외환보유액을 2008년 위기와 이전의 위기의 가장 중요한 위기 예고지표로 꼽았다.“외환보유액이 중요한 것은 외환보유고를 쌓는 과정에서 통화가치 고평가를 저지하고 경상수지 적자를 줄였기 때문”이라고 했다. 달러 표시 외채가 적은 나라는 통화 불신 문제가 적어지면서 외환 위기가 적었다. 경상수지 적자가 만성적이거나 많거나 통화가치가 고평가됐으며 인플레이션률이 높았던 나라들이 위기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 관리변동환율제 적극 활용 권고
신흥국의 바람직한 환율제도로는 고정 환율제도나 자유변동환율제도 등 극단적 환율제도가 아닌 체계적인 관리변동환율제도가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터키처럼 통화가치가 떨어지면(환율 절상) 자국통화를 매입하고 환율이 떨어지면(가치 절상) 자국통화를 매도하는 방식이 신흥국에 적합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2010년 한국, 싱가폴, 태국이 상대적으로 큰 관리변동환율제도를 통해 유입된 외자를 외환보유고로 쌓은 반면에 태국, 말레이시아, 칠레, 콜롬비아는 상대적으로 약한 관리변동환율제도 활용방식을 폈다고 봤다. 우리나라처럼 개방경제 체제는 중앙은행이 물가안정목표제와 관련해서도 환율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심지어 미국이나 일본과 같은 대규모경제(large economy)에서도 환율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기했다. 1985년, 1995년, 2002년의 경우 대규모경제에서 환율에 대한 적정한 개입을 통해 시장을 정상루트로 고정시키는데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주장은 명목GDP목표제를 선택하는 것이 한국 등 신흥국에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 물가안정목표제와 환율 함께 고려
프랑켈 교수는 “물가안정목표제가 그간 상당한 성과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외생적인 공급충격이나 교역충격이 있을 경우 한계를 보여 왔다”는 것을 이유로 꼽았다. “물가안정목표제는 소비자물가상승률만 고려하기 때문에 환율은 공급량이 적어지거나 수입물가가 굉장히 오르는 것과 같은 교역조건에 따른 환율변동을 고려하지 않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원유가격이 상승할 때 물가가 상승하는데 이 경우 자연적으로 긴축 통화정책을 쓰게 된다. 이런 부분들은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어려움이 존재한다. 따라서 프랑켈 교수는 “외생적 충격이나 교역조건 충격이 있을 땐 명목GDP목표제가 물가안정목표제보다 강력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실업률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정책의 경우, 노동시장 참여율 충격을 고려해야 하는데 최근 미국이나 한국은 노동시장 참여율이 굉장히 떨어지고 있다. 실업률이 낮아지는데 노동시장 참가율은 떨어지거나, 노동 생산성 충격이 있을 경우 명목GDP목표제가 더 바람직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프랑켈 교수는 “명목GDP목표제가 대규모 경제 국가에서도 유용하지만 공급 충격과 효율적 충격이 큰 중간규모 중위소득 국가에는 더욱 유용하다”고 주장했다. 교역조건 충격 등은 신흥시장국가나 저소득 국가에 더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