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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자본주의 제3의길 대한민국

정희윤 기자

simmoo@

기사입력 : 2014-05-07 22:33 최종수정 : 2014-07-17 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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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자본주의 제3의길 대한민국
“주주 주권자본주의는 영미형 자본주의 국가에서 전형적으로 자리잡았고, 노동자 주권은 유럽 대륙의 사회민주주의 국가에서 전형적으로 구현되었다. 따라서 두 개의 자본주의가 경쟁한다는 관점도 성립한다.”

앵글로·색슨형 자본주의 체제의 대척점에 서서 노동자 주권이 중시되는 ‘라인형’자본주의를 설명한 어느 금융경제 교과서의 한 토막이다.

“앵글로·색슨형은 자유시장을 중시하며 국가의 개입을 최소화 하고 시장에 의해 개개인의 성과를 평가하며 개개인 스스로 자신의 삶을 책임진다는 신자유주의가 경제운용의 기본 이념이다. 부가가치가 높은 첨단기술 위주의 구조이고 첨단기술 산업은 생명주기가 짧아 변화를 신속하게 수용해야 하므로 구조조정이 상시적이며 자본시장이 발전해 주주가 강력한 권한을 행사하는 지배구조가 정착했고 적대적 M&A가 사회적으로 용인되어 경영자가 수시로 교체되며 노동자 정리해고가 자유롭다.”

“반면에 라인형은 시장 효율과 사회적 연대를 결합한 사회적 시장경제(Social market economy)가 기본 이념이다. 중간기술(middle-tech)의 제조업이 핵심인데 생명주기가 길고 현장을 중심으로 한 기업 특수 자산의 지속적 축적이 중요하므로 이를 위한 제도가 설계되어 있다.”

교과서이다 보니 학술적으로 세밀하게 다루지 못하긴 했지만 가장 전형적인 모습을 담은 것에는 틀림 없다.

여기서 우리나라는 뭔가. 의문이 치민다. 국가의 개입이 최소화 되는 것이 아니며 노동자 주권이 보장 받은 ‘평의회’가 이사회에 참여한 가운데 운영이사회 활동을 거시적이고 장기적으로 컨트롤 하는 모델도 아니다.

분류를 거듭하자면 영미형 기본 틀에 국가의 개입이 상시적이고 광범위하게 보장되는 제3세계 개발도상국형 경제시스템이라고 하면 어울릴까?

삼성전자조차 반도체 부문과 스마트폰 같은 첨단기기를 다루는 특정부문에서나 순환주기가 굉장히 빠른 사업구조를 영위한다. 아직도 국내 산업의 중심은 중후장대형 산업, 즉 조선, 철강, 자동차, 화학, 백색가전 등의 의존도가 크다. 그런 나라가 가장 모범답안 삼아 추구한 것이 영미계 모델이라니. 그보다 이론적으로는 주주 주권자본주의라면서 정부 지분 한 주 없는 기업인데도 대통령이 바뀌면 그 CEO가 어김없이 바뀌는 이상한 관행이 반복되고 있는 것은 어찌 보아야 할까.

외환위기 시절 국제통화기금(IMF)가 이 땅에 강요한 프로그램은 완전히 신자유주의 프로그램이었다. 산업구조의 첨단성이나 특성 이런 것 때문은 아니라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당시의 정책은 당연히 초국적 투자자본을 위한 것이었다는 역사적 비판이 상당히 오랫동안 따라 다닐 것이다. 일부 대기업이 존폐위기에 몰리고, 그보다 형편이 나은 대기업조차 주력업종이 아니면 내다 팔아서 외자유치를 하지 않으면 몽땅 망한다는 공포감이 휩쓸던 시절 헐값에 팔려 나간 알짜 기업이 어디 한 둘이던가.

그 과정에서 가장 많은 고통을 겪은 것은 대주주이거나 경영자들이 아니었다. 임금 고용관계에 있던 노동자들이었다. 은행산업 또한 다르지 않다. 맨 먼저 퇴출상황에 직면한 5개 은행으로부터 고용보장 없이 거리로 내몰린 은행원은 다른 금융업권 해고자와 더불어 줄을 이었다.

한바탕 퇴출이냐 존속이냐, 피인수냐 흡수합병이냐 소용돌이를 거친 끝에 새 출발하나 싶었던 2003년에 비해, 10년 지난 2013년 총자산은 6.43배 늘었고 점포는 1.66배 늘었지만 임직원 숫자는 9만 2000명에서 9만9500명으로 별반 늘어나지 않았다. 수익성은 카드대란 사태를 어느 정도 넘긴 2004년 6조 4000억원에 비해 더 적은 5조원으로 고개를 떨궜다. 소비자로부터는 제 배만 불리고 임금만 많이 타 가는 ‘땅짚고 헤엄치기 영업맨’이라고 공격 받는다.

스스로 고용안정이나 복리후생을 챙기지 못하고, 존립의 원천인 소비자들의 원성은 높다. 관치금융 이야기를 꺼내 보지만 소비자들에게 먹히지 않는다. 일면으로는 공범이기 때문일 것이다. 낙하산 인사가 오면 초단기 저항을 해 보지만 결국 수용하기 마련이고 곧 이어 보이지 않게 승진이든 임금이든 복리후생이든 혜택이 따르기도 했다. ‘모피아’니 ‘금피아’니 비난의 소리가 끊이지 않는데 바뀌는 현실감은 든 적이 없다.

뿌리 깊은 체제, 신자유주의 허울을 쓴 관치자본주의에 금융인들은 부화뇌동 하지 않았다고 끈질지게 저항했고 진정한 고객만족 제일주의의 길을 걸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가. 언제나 희생양을 앞세운 채 뒤로 빠져서 같은 문제를 반복시키고 있지 않냐며 관치 주권자들의 행태를 간언(諫言)하고자 한다면 선행해야 할 무거운 책임은 어쩔 것인가. 통렬한 자성을 권고하는 이유가 여기 있을 것이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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