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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위기 오면 은행-실물 공멸 우려

정희윤 기자

simmoo@

기사입력 : 2014-05-02 00:20 최종수정 : 2014-05-02 01:55

무담보 부실 15조에 한계기업 여신 86조원
건전성↓ 수익부진 거듭 자금중개력도 허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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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위기 오면 은행-실물 공멸 우려
1997년 외환위기 만큼은 아니더라도 2008년 글로벌 복합위기 같은 위기가 다시 엄습하면 우리나라 경제 안정성은 실물과 금융이 덩달아 성장기반이 훼손되는 악영향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감이 커졌다. 아직 완전히 퇴출 당한 것은 아니지만 부실화 경계지역에 진입해 있는 한계기업에 엮여 있는 여신규모가 약 85조 8000억원에 이르고 효율적이고 발전적 구조조정은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금융권 또한 저금리 기조 장기화와 시장침체 등에 따른 경영여건 악화 때문에 점포 축소와 인력감원이 2금융권에서 벌어지고 있다.

특히 걱정을 안겨 주는 것은 은행권이라고 해서 마냥 안전지대에 놓여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동안 높은 자산성장세에 힘입어 이자이익 규모는 일정수준을 유지했던 은행권인데 올해 들어 이자이익 자체가 줄어드는 모습이 역력하다.

이익창출이 거듭해서 바닥을 기자 건전성지표 개선이나 손실흡수 여력을 확충하는 과감한 투자는 아예 꿈 꿀 수조차 어려운 상황이 이어졌다. 여기다 은행권이 지난해 말 부실채권으로 확정해 둔 25조8000억원의 여신 가운데 약 59.3%인 약 15조3000억원은 담보마저 없는 헛 껍데기여서 상각 말고는 방법이 없는 상태다. 그리고 끝내 은행들의 자금중개 여력이 크게 소진된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 어린 시선이 통화당국으로부터 날아들었다.

◇ 2008 위기 후 자금공급 이미 녹슬어

30일 한국은행이 국회에 넘긴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은행들의 기업 투자자금 공급 효율성은 2008년 위기를 겪은 뒤 크게 떨어졌다.

2004~2008년과 2009~2013년을 나누어 본 결과 성장성 높은 기업이 투자자금을 공급받은 규모는 마이너스(負) 성장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글로벌 금융위기 전에는 성장성이 높은 기업이 비교적 원활하게 투자자금을 공급받을 수 있었지만 위기 후에는 전혀 그렇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반면에 은행들은 내부유보가 많은 기업에게는 자금공급을 더 늘려 준 것으로 한은은 측정했다. 이 현상에 대해 한은은 “위기 후 은행이 기업 투자자금 공급 때 성장성보다 내부유보와 같이 대차대조표(재무제표) 상황을 보다 중시하고 있으며 투자자금 공급도 양적인 면에서 축소된 것”으로 분석했다.

은행들은 소심해졌을 뿐 아니라 중소기업에 대한 담보의존 관행을 강화시켰다. 2008년 당시만 해도 절반은 됐던 중소기업 담보 및 보증대출 비중은 지난해 58%로 늘어난 반면 신용대출은 42%로 떨어져 격차는 더 벌어졌다. 위험을 제어하고 관리하기는커녕 회피하기에 급급한 양상으로 흐르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의구심이 쏠릴 만한 대목이다. 한은은 은행 건전성 악화에 대해 집중 모니터링에 나섰다.

◇ 은행부터 부실 늘어나 속앓이 심화

한은 분석 이전에도 부실채권과 관련해 은행권에선 규모의 누증 문제와 더불어 질적 악화가 최대 현안으로 떠올라 있다. 고정이하 부실채권은 2008년 위기가 터진 해와 이듬해에도 14조, 15조원 수준으로 흡수를 할 수 있었던 처지였지만 2010년엔 24조원을 넘어서 버렸다. 2009년부터 이자마진이 뚝 떨어지고 기업부도가 크게 늘어나면서 2006년과 2007년 막대한 순이익으로 비축해둔 체력이 바닥나 버렸기 때문이다.

일단 한은은 질적 상태를 우려했다. 지난해 말 현재 부실채권 가운데 59.3%가 무담보이고 부실채권 정리는 담보가 있으면 담보를 처분해 버리고 무담보채권은 상각하는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부실채권 유동화는 경기 전망이 불투명하고 부실채 시장 자체가 제대로 서 있지도 않은 상황이어서 당분간 순익이 나더라도 이미 다 드러난 무담보 부실정리에도 벅찬 상황이 펼쳐질 우려가 크다.

◇ 출자전환 지분까지, 한계기업 얽힌 사연 다채

가계대출 부실우려는 아예 젖혀 놓더라도 은행권은 당장 한계기업 리스크 눈사태를 조심스럽게 경계하면서 나아가야 할 처지다. 한은은 이번에 2012년 말 한계기업에 대한 지난해 말 금융기관 익스포저 규모가 85조8000억원 수준이라고 파악해 냈다.

외국은행 포함 은행권이 55조8000억원을 들고 있는 가운데 대출채권만 47조9000억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금융권 전체 익스포저에서 업종별로는 부동산과 건설을 합한 것이 28조8000억원으로 33.5%를 차지하고 있고 은행권이 6할 정도 들고 있다면 이 업종에서만 17조원을 웃돈다고 짐작할 수 있다.

한은은 “한계기업 구조조정에는 은행 등 채권금융기관 역할이 매우 중요한 만큼 채권금융기관은 기업 담보력보다 기술력과 경쟁력 평가를 기초로 장래성을 엄밀히 평가하는 노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물론 한은은 장래성이 없는 기업을 연명시켜 주는 대출유예(forbearance lending) 성격의 자금지원 역시 실물경제와 금융기관 모두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장래성 있는 기업을 잘 가려내서 회생과 정상화를 돕는데 역량을 집중하라는 권고가 현장에서 먹히지 못하는 원인규명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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