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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사고’를 겪으면서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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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4-05-01 23:37 최종수정 : 2014-05-03 00:51

조관일 창의경영연구소 대표, 경제학 박사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의 일입니다. 이름난 교수요 정치인이었으며 지금은 사회운동을 이끌고 있는 저명인사 - P회장이 제게 물었습니다.

“이 정부가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이 무엇이라고 봅니까?”

“공무원부터 확실히 장악해야 합니다.”

저의 대답에 그는 잠시 머뭇거렸습니다. 의외의 답변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습니다.

“왜죠?”

“우리나라는 완전히 관료공화국입니다. 거대한 마피아 같습니다. 사회 구석구석을 공무원 또는 그 출신이 장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들이 무사안일·복지부동하거나 기득권을 수호하며 부정부패의 고리와 연결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이것을 혁파하지 않는 한 정권의 성공은 불가능합니다.”

◇ 문제의 근원은 공직사회의 부정부패

제가 그렇게 말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지면관계로 일일이 열거하지는 않지만, 직·간접으로 경험하며 뼈저리게 느낀 바가 있습니다. 이번에 발생한 ‘세월호 침몰사고’가 모든 것을 압축하여 적나라하게 웅변하고 있지 않습니까. 사고의 직접적 원인은 선장과 선원에게 있습니다. 그러나 그 이후, 사고 신고를 받는 과정에서부터 지금까지 벌어지는 여러 모습은 우리의 공직사회가 어떤 수준인지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아니, 좀 더 근원적으로 따지면 그 사고 자체가 관련 공무원들의 잘못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왜, 공무원들이 복지부동하지요?” P회장이 또 질문했습니다.

“만약 회장님께서, 신분이 보장되고 정년이 보장되며 노후가 보장되는 공무원이라면 애써서 일을 하시겠습니까? 공무원은 언제나 절대적 ‘갑’입니다. 40대 후반이면 이런 저런 이유로 물러나야 하는 회사 직원과는 달리 ‘대과 없으면’ 정년이 보장됩니다. 그리고 죽을 때까지 공무원연금으로 노후가 보장됩니다. 그런데 뭣 하러 일합니까?”

저는 공직사회의 현실을 그렇게 표현했습니다. 열심히 창의적으로 일하는 공무원들에게는 미안한 언급이지만, 정말이지 공직사회의 개혁이 없는 한 이런 사고는 앞으로도 계속 일어날 것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이곳저곳에서 제도개혁을 해야 한다느니, 안전시스템을 보강해야 한다느니, ‘관피아’(관료 마피아)의 고리를 끊어야한다느니, 온갖 이야기가 ‘대책’이라는 이름으로 나열되고 있습니다. 어떤 이는 공무원의 퇴직 후 재취업을 엄격하게 제한하라고 했고, 어떤 이는 그들의 의식개혁 운동을 대대적으로 펼치라고 조언합니다.

그런데 이런 모든 이야기들이 어디서 들어본 것 같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부터(그 이전은 제가 어려서 기억에 없다) 지금까지 대형사고가 날 때마다 되풀이되던 ‘레퍼토리’입니다. 때로는 ‘서정쇄신’이라는 이름으로, 때로는 ‘공직사정’이라는 이름으로, 때로는 혁신이라는 이름의 ‘운동’을 펼쳤지만 바로 그때뿐. 계속 사고의 덩치는 커지고 내용은 더욱 교묘해지고 있습니다. 대통령은 “자리보전을 위해 눈치만 보는 공무원은 반드시 퇴출시키겠다”고 했지만 무슨 수로 ‘눈치’를 감별합니까?

물론, 지금까지 거론되고 있는 여러 대책들을 잘 다듬어 시행해야 합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여러 방안을 다각적으로 마련해야 합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일시적인 ‘감독강화’나 ‘운동’으로는 절대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가장 근원적인 시스템부터 손대야 합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공무원의 부정부패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추상같은 법적체계를 시행해야 합니다.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 원전사고, 부실 저축은행 사건 등등 계속 터지고 있는 거의 모든 사건·사고의 씨앗과 뿌리에는 공직사회의 부정부패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핵심입니다.

◇ ‘김영란법’을 넘어 ‘세월호법’을 만들어야

작년 12월 국제투명성기구(TI)가 발표한 국가별 부패인식지수(Corruption Perceptions Index)를 보면 우리의 국가청렴도는 46위(55점)로 오히려 후퇴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이 애인을 두고, 바람을 피우는 프랑스가 우리보다 훨씬 앞선 23위(71점)라는 것은 그들의 사생활이 자유분방한 이면에 공공부문에서의 ‘엄정함’이 어느 수준인지를 가늠케 합니다.

반면, 우리는 어떻습니까? 공직자의 부정부패를 방지하기 위해 마련했다는 ‘김영란 법’조차 관료집단의 집요한 저항과 교묘한 논리로 처벌조항을 ‘시시껄렁하게’ 만들어놓았고, 국회는 무엇이 켕기는지 그것조차 통과시키지 않습니다. 이게 우리의 현주소입니다.

박근혜 대통령께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아니 국회의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기회를 국가개혁의 지렛대로 삼아 무엇보다 먼저 공직사회를 혁신하는 추상같은 법적체계부터 만들어야합니다. 그것이 대책의 핵심이요 출발선입니다. 이제 누더기가 된 ‘김영란 법’으로는 역부족입니다. 그것을 뛰어넘는 ‘세월호법’을 만들기를 권합니다. 그것이야말로 ‘세월호 사고’의 교훈이 세월에 묻히지 않고 우리들 가슴에 영원히 살아있게 하는 유일한 길이라 확신합니다. 더불어, 이번 사고로 희생되신 아까운 분들을 조금이나마 위로할 수 있는 살아있는 우리들의 몫입니다. 또한 그것은 성실한 공무원들이 보람 있게 일할 수 있는 발판이기도 합니다. 이 참담한 기회마저 흐지부지 한다면 역사의 죄인으로 남을 것입니다.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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