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학회와 금융연구원이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마련하는 공동 심포지엄에는 기업 회생절차 양대 축을 이루는 법원 쪽을 대변할 현직 판사들의 주제발표에 이어 금융권 입장을 대변할 금융연구원 전문가 발표가 나란히 이어진다.
◇ 현행 기촉법 워크아웃 문제점 있다엔 ‘끄덕’
법원 기업회생 업무를 맡고 있는 구회근 부장판사와 오세용 판사(서울중앙지방법원 파산부)는 기촉법에 따른 주채권은행 중심의 워크아웃에 훨씬 더 비판적이다. 이들 발표자는 △애초 자율적인 기업구조조정 시장관행이 성숙될 때까지만 한시 적용하기 위해 제정된 법이고 △자본주의 시장질서 및 사적자치의 원칙 위반·평등권 침해·적법절차의 원칙 위반 및 사법적 구제수단의 미비·사법질서 위배 등 위헌 소지가 있으며 △이를 통한 관치금융의 우려가 있고 △절차가 밀행적이고 불투명하다는 점을 줄줄이 꼽았다.
아울러 △사적·자율적 기업구조조정방법이라는 워크아웃 기본이념에 위반하는데다 △나아가 채권회수만이 목적이 아니라 사업구조조정 등 자구계획마련이 큰 의미를 가지는 구조조정절차에서 채권자에게만 모든 주도권을 부여하는 것이 과연 적정한 것인지에 관한 근본적인 의문점도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기촉법을 근거로한 워크아웃에 문제점이 있다는 사실에는 두 번째 주제발표자인 한국금융연구원 구정한 연구위원도 부인하지는 않는다.
다만 구 위원은 △채권재조정·신규 자금지원에 반대하는 채권금융기관도 채권매수청구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찬성으로 간주한 것이나 △주채권은행 주도로 진행됨에 따라 분쟁 발생 가능성이 있다는 문제점을 지목했다.
이어 △워크아웃 절차의 불투명성에 대한 지적도 있다는 점과 △관치금융에 대한 우려에 대해선 특별한 이견을 제시하지 않고 공감을 표한다.
다만 그는 △기촉법상 협약채권자인 국내 금융기관이 부당하게 차별 대우를 받고 있는 점을 오히려 개선해야할 문제점으로 꼽으며 시각을 달리 했다. 따라서 구 위원의 대안은 기촉법을 상시법제화 하다면 아예 워크아웃 제도 문제점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추진함이 마땅하다는 쪽으로 흐른다.
◇ 인식 출발선 진로 달라 처방 또한 큰 차이
“기촉법이 없다면 신속한 구조조정이 이루어지기 어렵고, 채권금융기관간 기업구조조정을 위한 부담을 기피하고 무임승차를 통한 기관이기주의가 만연할 우려가 있”으며 “또한 기업 입장에서는 구조조정 옵션이 축소되고, 채권금융기관은 채권회수에 치중할 가능성”마저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그런 만큼 △기촉법 상 워크아웃 절차를 명확하고 투명하게 손질해 분쟁의 소지를 줄이고 △기촉법상 채권금융기관 및 신용공여 범위도 적절하게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을 제안한다. 이어 △기업 신용위험 평가와 더불어 워크아웃 적합 기업 선정 작업도 추진하여 회생절차와 보완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조정기능을 강화해 이견 조정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고 주장할 예정이다.
반면에 구회근·오세용 두 발표자는 기촉법이 존치하는 것이 더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고 실제 대우자동차판매, 쌍용건설, STX그룹 사례 등을 비춰볼 때 워크아웃제도와 법원 회생절차 연계된 사례를 되짚어 보면서 기촉법이 안고 있는 한계 극복의 당위성을 고조시킨다.
특히 이들 발표자는 기촉법 상시화가 어떻게 입법과정을 거치게 되는가를 떠나 기촉법에 따른 워크아웃절차가 지니는 장점을 회생절차에도 반영하는 방안에 깊은 관심을 표해 눈길을 끈다. 회생절차 개선을 향한 대표적 보강 방안으로는 △절차진행의 신속성 도모 △상거래채권자들에 대한 조기변제 활성화 △DIP 파이낸싱의 활성화 △채권자들의 절차 참여권 확대 등과 같은 개선 방향을 이들은 제시한다. 일단 이같은 주제발표에 이은 종합토론은 현행 구조조정시스템이 새 단계로 올라설 수 있는 단초와 접근법 마련에 적지 않은 도움을 줄 전망이다.
동국대 강경훈 교수와 홍익대 전성인 교수가 금융학자로서 식견을 겨루고 박용석 변호사(법무법인 세종)와 이화여대 오수근 교수(법학전문대학원)가 법리적 타당성 측면에서 살피는 사이 권영종 채권금융기관 조정위원회 사무국장과 정용석 산업은행 기업구조조정부장이 현업에서 빈발하는 실질적 경험에서 우러난 견해를 제시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