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일찌감치 3대 핵심전략의 하나로 꼽았던 ‘수출과 내수가 균형을 이루는 경제’ 구현과도 밀접한 일이다. 정부가 최근 마련한 가계부채 구조개선 촉진방안이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중요한 과제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중소기업 현장에선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예년보다 부진해 보이는 설비투자가 확대기조로 반전될 것으로 내다보는 동시에, 투자 확대를 강하게 끌어 올리는 데 꼭 필요한 정책으로 ‘내수’를 꼽는 견해가 6할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 예금취급기관 가계대출 줄어들 리가~
지난 10일 한국은행이 1월 중 예금취급기관 가계대출 통계를 발표했을 때 드디어 가계 빚이 줄었다고 반겼던 사람들에겐 단 이틀 만에 실상이 다시 재각인됐다. 은행에서만 2월 한 달 가계대출은 1조 8514억원 늘었다. 당연히 주택담보대출이 1조 3468억원 늘어난 게 큰 몫을 차지했다.
1월 은행 가계대출 감소를 주도했던 주택담보대출 아닌 대출 역시 약 5000억원 순증으로 돌아섰다. 1월 감소폭이 2조 6202억원이었기 때문에 지난 연말 대비 은행 대출은 여전히 감소치를 찍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은행대출 감소가 가계 빚 감소를 뜻하는 게 아니고 2월 비은행 가계대출 또한 크게 늘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기 때문에 가계부채 부담은 공포를 더 했을 것이 확실시된다. 당장 1월 전체 주택담보대출은 은행 감소폭과 주택금융공사 모기지론 등 기타금융기관 증가폭이 서로 상쇄해 버렸던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이 사이 상대적으로 금리가 비싼 비은행 주택담보대출이 7000억원 가까이 늘었고 2월 정부 추가 규제 완화에 따라 주택거래에 가세한 가계가 비은행 대출을 다시 늘렸을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가계부채 질 악화가 좀 더 진전됐을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라는 지적이다.
◇ 저금리 속 경기회복세 띨 때 총량 감소 불가능
많은 전문가들이 비은행 주택담보대출 증가와 함께 주택담보 아닌 대출 증가세를 우려하고 있는 것도 금리 비용이 더 비싼 대출인데다 금융회사 쪽에서 보기에도 연체 또는 상환불능에 빠질 경우 부실 우려가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나아가 전년 대비 GDP성장률이 올라 가는 경기 회복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대출을 줄어드는 일은 있을 수 없기 때문에 가계부채 연착륙을 향한 현실적 방안으로 내수 부양이 유력하게 제시되기 시작했다.
통화당국 한 고위관계자는 최근 한국금융신문과의 통화에서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동안 차입 유인은 커질 수 밖에 없는 일인데 그렇다고 금리를 올려서 줄이도록 유도할 수 있는 상황은 더더욱 아니다”고 못박았다. 그는 “금리로 어떻게 하겠다는 것보다 소득과 성장이 서로 연결되는 정책방안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일자리 등 직접적 소득증대 유도정책과 함께 내수 부양이 함께 이뤄진다면 가계부채 총량부담을 흡수할 여력을 만들 수 있는 방법으로 거론하기도 했다. 내수를 살리면 내수 관련 기업과 그 종사자들 뿐 아니라 위기에 처한 자영업 경기 회복에 따른 다층적인 선순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정책당국의 대응이 주목된다.
◇ 중소기업계에서 내수 부양 기대 높아
게다가 내수를 살릴 다양한 정책 수단을 취할 경우 비단 가계부채 연착륙에만 유효한 게 아니라는 사실이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다. IBK경제연구소가 지난 2월 상반월 동안 3070개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설비투자 조사에 나선 결과 설비투자 활성화에 절실한 정책으로 내수경기부양을 꼽은 견해가 59.7%로 사실상 6할에 올랐다.
지난해 55.4%보다 크게 높아진 수준이다. 일단 은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여건이 개선되자 중소기업게의 관심은 미래를 향한 투자에 쏠렸고 그렇게 하려면 수출주도형 경기 회복이 아니라 내수가 함께 개선되는 경기 회복이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연구소 조사에선 수출의존도가 높은 기계, 전자, 화학 등 중화학 제조업체 설비투자가 여전히 활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상황에서 내수 관련 업종의 매출이 늘면서 설비투자 결심이 늘어난다면 내년 이후로 예상되고 있는 설비투자 확대 바람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일고 있는 것이다. 인위적으로 늘리기 어려운 일자리 창출이나 소득보다 내수 균형 추구를 통한 경기 향방의 전환이 대안으로 부각되는 이유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