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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부엌에 가도 숭늉은 없다

정희윤 기자

simmoo@

기사입력 : 2014-02-26 22:24 최종수정 : 2014-07-17 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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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부엌에 가도 숭늉은 없다
“글로벌 주식시장은 제한된 영역에 머물며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 시장도 2~3월은 의미 있게 회복하여 정착하기는 쉽지 않다. 종목 장세가 길어질수록 선별할 대상이 협소해지지만 이에 적응해야 한다.”

최근 한 증권사 전망 보고서를 읽다가 이 대목에서 눈길이 멎는 경험을 했다. 엉켜 있던 생각이 풀리는 계기는 이렇게 느닷없이 뜻하지 않게 찾아오는 법이다. 최근 한 모임에서 다른 동료 기자가 주식시장 전망을 묻자 함께 했던 명망 있는 한 전문가는 즉답 대신에 우리 경제가 저점을 찍은 것이 지난 2012년 4분기였던 것으로 본다고 했다. 대개 경기상승기가 지속되는 기간을 30개월로 본다면 내년 상반기까지는 경기 상승세를 누릴 수 있지 않겠느냐는 말로 대신한 것이다.

개인적으론 경기가 저점을 찍고 오름세를 탔다는 이야기보다는 앞서 소개한 증권사 전략가의 최근 시장흐름 관련 논평이 훨씬 믿음이 가는 이유를 생각해 봤다. 양적완화 추가 축소 결정이 났다는데도 미 국채 수익률이 떨어진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최근엔 글로벌 자금이 유럽주식시장에 유입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안전자산 선호 시대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기업들의 주식이나 회사채는 안전자산으로 볼 수 있을 것인가가 우리에겐 중요한 질문이 된다. 국채 말고 회사채나 CP를 상정해야 제대로 답을 찾을 수 있으니까. 금융정책 당국이나 감독당국은 비관적 견해를 절대 펴지 않을 것이지만 민간 전문가들은 아직 잠재하는 변수까지 걱정이 깊다.

신용 양극화를 다른 말로 표현하면 적어도 균형성장을 기대할 수는 없는 상태를 뜻한다고 생각한다. 실물경제의 거울이라 할 수 있는 주식과 회사채시장에서 믿고 선뜻 투자할 기업이 일부에 국한돼 있는 나라의 경제가 안심하고 희망을 품을 수 있을까? 낙관론자들이 가장 믿는 근거는 300억 달러 넘는 경상수지일 것이다.

하지만 이 근거를 보는 전혀 다른 시각을 한 번이라도 세심하게 살펴 본다면 어떤 생각으로 이어질까? 수출기업만의 호황과 수출기업 금고에만 가득 쌓이고 있을 뿐이다.

최근 개인적으로 만난 한 은행 씽크탱크 팀장은 경기 회복세에 들어 와 있는데도 국민들이 체감하지 못하는 까닭으로 “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늘면서 국내 거주자들이 체감하는 경기가 무역수지 흑자에 따른 긍정적 효과를 체감할 수 없는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박근혜 대통령이 앞장 서고 나선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떠받치는 세 개의 발 가운데 하나가 바로 ‘수출과 내수의 균형’인데 다른 두 개의 발은 논외로 하고 수출과 내수 균형이 가능할 것인지 확신을 갖기가 쉽지 않다.

대통령은 또한 일자리 창출 목표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목표한 대로 일자리가 늘어난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겠지만 혁신 3개년 계획은 그 자체적으로 서로 논리적 상충이 빚어지고 있다는 점을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박근혜 정부는 비정상의 정상화와 관련 공기업들의 고액 연봉을 억제하거나 낮추고 ‘과도한’ 복리후생을 정상 수준으로 돌려 놓기 위한 작업을 상당 수준 진척시켰다. 일자리 창출은 그 자체만으로 경제성장에 꼭 필요한 일이지만 공기업 임금의 후퇴나 복리후생의 대거삭감과 조합을 이루는 순간 빛을 잃을 가능성이 내재돼 버릴 것이다.

특히 새로 만들어 내는 일자리가 계약직이거나 파견 용역, 또는 시간제로 그친다면 내수 회복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 뻔하다. 상대적 고임금자들의 지출을 절대적으로 줄어들게 하면서 일자리 창출 독려가 생각 만큼 효과를 보지 못할 때 혁신 3개년 계획의 한 쪽 발이 힘을 잃으면서 창조경제 솥단지는 쓰러질 위태로움에 처할 가능성에 직면할 것이다.

우리 경기 회복세를 견인하고 있다는 수출이 올 한해도 잘 풀린다면 경제성장률은 분명히 상승곡선을 그릴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여기서도 생각할 점이 있다. 넘쳐 드는 달러로 인한 환율 하락(원화 강세) 압력은 또 어떻게 볼 것인가. 고용없는 수출 확대가 몇년 째인지, 수출기업에 쌓이는 부가 국민경제에 제대로 환류되지 않는 원인이 무언지. 솥 다리가 부러지기 전에 속 시원한 해법을 찾아야 한다.

그래야 밥도 짓고 숭늉도 즐길 수 있지만 내수 회복 뿐 아니라 가계부채 해결의 대전제인 가구당 소득 증대 없이 수출기업만의 성장으로 일군 국민소득 4만 달러시대를 연들 국민행복시대가 올 수 있을지 돌아봐야 한다는 지적, 항간에 심심찮게 접할 수 있는 논리라는 걸 정책결정권자들은 듣고 있는 것일까?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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