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총대멘 산은, SPC방식으로 매각속도 탄력
현대증권 매각이 탄력을 받게 됐다. 애초 현대증권은 모회사인 현대그룹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유동성확보를 위한 자구계획안에 주요 매각대상으로 이름을 올렸다. 현대증권, 현대저축은행, 현대자산운용 등 금융 3사의 매각을 통해 약 7000억원에서 1조원 이상의 자금을 조달한다는 게 핵심이다.
현대그룹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현대증권의 빠른 매각을 위해 SPC 매각방식을 밝히며 매각에 급물살을 타게 됐다. 산업은행은 지난 5일 현대증권을 비롯해 현대증권이 100% 지분을 가지고 있는 현대자산운용과 현대저축은행 등 3개사만 SPC를 만들어 먼저 인수키로 했다. 대상은 현대그룹이 보유한 현대증권 지분으로 현대상선 보유지분(25.9%), 현대증권 자사주(9.83%)를 합쳐 총 36% 정도다. 우선주 13.57%도 포함됐다. SPC는 일시적으로 설립되는 특수목적(Special Purpose)회사로 지분매각 등 목적이 달성되면 저절로 없어지는 일종의 페이퍼 컴퍼니다.
산은이 직접 설립한 SPC가 현대증권의 지분을 인수한 뒤 그 인수금은 현대그룹으로 자금을 대출해주는 형태다. 이후 SPC는 이 현대증권지분을 다시 시장에 되판다. 주채권은행인 산은이 제3자를 거치지 않고 직접 지분을 매입하고 되팔아 속전속결매각이 가능하다는 평이다.
◇ 매각가격 차이, 기업실사에 따라 희비
관건은 산은이 이들 현대증권의 지분의 값을 얼마나 쳐주느냐다. 이들 지분가격은 지난 6일 종가기준으로 약 3800억원선. 당초 자구안에서 현대그룹이 애초 금융 3개사를 팔아서 7000억원에서 1조원까지 유동성을 확보하겠다는 것과 비교하면 가격차이가 상당하다. SPC설립주체인 산은이 인수자 겸 매각자라는 이중적 지위에 놓인 것도 인수가격하락에 영향을 미칠 변수다. 산업입장에서는 지분을 당연히 싸게 사는 편이 시장에 되팔 때 흥행에 유리하다.
산은측은 시장의 수요자를 최대한 반영한다는 입장이다. 산은 관계자는 “만일 지분을 싸게 사고, 시장에 비싸게 되팔아도 남는 차익은 전혀 없다”라며 “그 차익에 대해 현대그룹에 그대로 돌려주는 구조이며 그 반대의 경우라도 정산을 통해 현대그룹측에 부족분을 받게 된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SPC의 매각에 대한 기본적 운영계획은 모두 동의하고 있다”라며 “인수가격도 결국에 시장에서 수렴하게 될 것”라고 말했다.
반면 현대그룹측은 일시적 주가하락으로 자금조달규모가 흔들리는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지난해 자구안발표 당시 매각에 따른 자금규모는 우리가 일방적으로 정한 것이 아니며 그쪽과 충분한 협의를 거쳐 최소 최대금액 사이의 레인지를 만든 것”이라며 “일시적 주가하락 같은 단순한 시장상황에 근거해 매각가격을 평가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매각이 보류될 가능성도 낮은 편이다. 양측 모두 기업실사 뒤 가치를 계산한 뒤 적정매각가격을 조율할 수 있다는데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산은 관계자는 “현재 기준가가 없는 상황에서 적정매각가격을 논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라며 “조만간 기업실사를 거쳐 기준가격을 마련한 뒤 인수가격을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주가가 떨어졌다고 불과 한달 사이에 산은과 협의했던 자구안의 최소레인지를 벗어날 수 있겠느냐”라며 “하락한 주가가 아니라 구체적 실사를 거쳐 가치를 산정해야 하며 이를 통해 적정매각가격을 조율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성해 기자 haeshe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