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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대전환기 어디로 가나 (17) 가계빚 조정 손놓고 자본시장 육성 올인?

정희윤 기자

simmoo@

기사입력 : 2013-12-18 23:06 최종수정 : 2013-12-19 14:08

펀더멘틀 나쁘지만 은행업종지수 나흘연속 ↑ 괴력
저축여력 바닥인데 연금저축 볼륨 키우려 갖은처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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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대전환기 어디로 가나 (17) 가계빚 조정 손놓고 자본시장 육성 올인?
“솔직히 이렇게 오를 이유가 없다고 보는데, 그나마 은행업에 투자하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 아닐까요? 배당여력이 줄긴 해도 상대적 투자가치에 점수를 매긴 거겠죠” (A대형은행 간부)

“요즘 (주식시장) 등락 움직임에 어떤 합리적이고 이성적 배경이나 동인 뭐 그런 게 있다고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경기가 좋아진다니까 은행 경영 지표가 당연히 나아질 것으로 보고 선제적으로 투자에 나섰다고 생각하기엔 내재된 불확실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아야 한다는 전제가 있어야 할 테니까요.”(B은행지주 관계자)

18일 주식시장에서 은행업종 지수가 2.10%나 뛰어오르며 219.62포인트를 찍었다. 지난달 말과 이달 초만 해도 지수 하락을 뜻하는 파란색 숫자를 찍기 일쑤였는데 벌써 연 나흘 상승에 상승 종목 비중이 절반에 이른다.

비단 은행에만 쏠린 게 아니다. KOSPI보험업 지수도 연 나흘 뛰고 있고 증권업지수도 연 이틀 올랐다. 금융업 전반에 걸친 투자의견이 바뀌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일시적 계기가 작동한 것인지 설왕설래 할 만한 상황이다. 하지만 좀 더 지켜보자는 견해를 빼면 아직 소수층은 내재가치가 처한 상황과 괴리된 움직임이 아니겠느냐는 의구심을 버리지 않는다.

◇ 통화당국 낙관적 전망에 완전히 동화되기 어려운 것처럼

물론 금융업 종목에 눈을 돌릴 만한 소재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 12일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알려진 통화당국의 대내외 경제여건에 대한 판단이 대표적이다. 선진국과 신흥국에 대한 경기판단을 모두 긍정적으로 봤고 국내 경기 또한 수출 호조에 이어 내수까지 증가했다며 경기가 추세치를 따라 회복세를 지속했다고 평가했다.

지방중심으로 부동산 매매값이 오르고 전세가격 상승폭이 축소되고 있는 것을 볼 때 물가가 지금 수준보다 높아질 것이란 점 말고 악재가 크게 퇴조하고 호재가 리드하는 형세로 볼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들 평가는 경기여건과 흐름 상 이야기일 뿐 업황이 나쁜 업종이나 개별적 요인 때문에 한계기업으로 분류되던 기업들까지 실적이 개선될 요인은 대두하지 않았다는 시각이 만만치 않다. 비록 은행권 부실채권 규모가 2분기 급증한 까닭이 구조조정기업 채권 분류를 매우 보수적으로 적용한 결과라고는 하지만 4분기에 예상되는 이익으로 상황반전까지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배당주로서 매력 또한 퇴조한 상태라고 지적한다.

은행의 경우 부실이 크게 늘어난 수준이어서 그 비율을 낮추려면 4분기 상각과 매각 등 대거 정리하면서 충당금도 더 많이 쌓아야 할 형편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최근 금융업 종목 주가가 오른 게 더 많아진 것은 펀더멘틀 개선 기대와 무관할 가능성이 높다.

◇ 가계부채 구조조정 없었고 금융계 자체 조직인력 구조조정 진행 중

금융회사들의 객관적 경영여건과 흐름을 떠나서 금융업 고유의 핵심 여건 일부를 본다면 주가가 오를 연유는 더욱 좁아진다는 주장을 펴는 사람도 있다. 증권사를 비롯해 2금융권 곳곳에서 인력 감원 방식의 사업조정이 진행 중이고 은행권에선 고위직 축소를 겨냥한 조직슬림화가 진행된다는 사실만 봐도 금융업 건실함이 그다지 양호하지 않다는 반증이라고 지적하는 견해가 대표적이다.

낙관론자이건 비관론자이건 저성장기로 접어든 가운데 내년 실물경제가 부분적 반등하리라는 것에는 동의하는 편이다. 경기지표가 개선되면 연체가 줄고 자금수요가 늘어나면서 금융회사들이 돈 벌 일이 덩달아 늘어난다는 게 통설이니까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두터워질 수는 있다. 그러나 기업부채와 가계부채의 절대적 규모가 큰 수준인 상태에서 빚을 줄이거나 줄이진 못하더라도 부채의 질을 개선시킬 돌파구 없이는 구조적 위험은 상존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깔려 있는 상태다.

특히 가계부문 부채 위험은 갈수록 심상치 않은 양상이다. 한은에 따르면 가계신용 규모는 지난 3분기 말 991조 7376억원으로 2008년 1분기보다 314조 5389억원 불어났다. 예금취급기관과 비은행 산업대출금을 합한 기업 대출 규모는 3분기 말 982조 3796억원으로 같은 기간 213조 2581억원 불어났다. 가계대출 잔액이 기업대출 규모를 웃도는 역전현상이 처음 빚어진 지난 4분기 이후 격차는 더 벌어질 움직임 마저 보인다.

◇ 금융시장 퍼포먼스 끌어올리기엔 적당할지 몰라도

이런 가운데 정부와 금융감독당국은 금융산업경쟁력강화방안에 따라 연금저축 활성화를 추진하는 등 큰 틀에서 금융자산 규모를 끌어올리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금융업 실적 개선과 가계부문 자금운용 패턴 전환과 질적 제고에 부동산 매매시장의 회복, 안정적 소득 확보 등이 결합돼야 한다고 지적해 왔다.

또한 일부 전문가들은 연금저축 등을 호주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면 금융회사들에 대한 소비자신뢰 형성이 관건이라고 지적하는 실정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사 자산관리 서비스에 대한 신뢰가 금이 갔고 최근 일부 대기업 사태 등에서 빚어진 금융사들에 대한 불신 요인 등 넘어야 할 고비가 많은데 단시간 안에 인식을 전환시키는 것 역시 쉬운 일은 아닐 것으로 보고 있다.

가계빚 연착륙 노력이 실종된 상태에서 빚부담이 치솟으며 미래 소득 불안이 상존하는 상태에서 가계부문 자산을 부동산에서 금융으로 전환하는 작업이 순탄할 가능성은 아무래도 낮아 보인다. 막대한 부동자금이 은행권 단기상품과 MMF 등에 쌓여 있기만 하는 이류를 직시하라는 쓴소리도 나오고 있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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