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되면 설사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이 답보 상태를 거듭하더라도 수익성-건전성-자본적정성 모두 골고루 개선될 가능성이 커진다. 반대로 지금 직면한 어려움과 위험을 간과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비록 이들 견해를 대 놓고 제시하거나 강조하는 사람이 드물어서 그럴 뿐 만만치 않은 두터움을 형성한 게 사실이다.
이런 마당에 낙관론자들 사이에서도 대한민국 금융산업이 질적으로 새로운 단계로 도약해야 한다는 지적을 내놓는 것을 보면 평상 수준의 타개노력으로 벗어날 수 없는 구조적 위험 극복이 당면과제로 다가왔다는 엄연한 현실로 보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번진다.
◇ 경제성장 3~4% 국지적 회복으론 누적피로 극복 불능
낙관론자들이 올라 탄 선단을 떠받치는 가장 큰 부양력은 경기 회복이 가시화할 것이라는 믿음에서 비롯한다. 국내외 공식 기구와 연구기관마다 차이가 있긴 하지만 GDP성장률은 지난해와 올해 연거푸 2%대였던 데서 3%대는 물론이요 더 나아가 4% 안팎을 점치는 전망이 공존한다. 미국이 양적완화 철회(Tapering)를 모색하는 것도 경기 회복에 따른 것이고 유럽과 일본이 견조한 모습을 띠고 중국 경제 연착륙 성공까지 겹칠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도 지칠 줄 모른다.
하지만 내년 실물경제가 큰 폭으로 개선되기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경제 성장률을 후하게 전망하는 경우에도 은행 대출 성장률은 5% 안팎으로 보는 게 대세다. 어려움이 지속될 업종이 뻔히 보이고 2%대에서 3%대 성장 증가는 결국 실물경제 전반의 회복을 뜻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금융연구원은 내년 은행권 순이익이 7조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내다 봤다. 수익성이 제한적이나마 좋아지고 지금도 지속하고 있는 기업구조조정 노력이 긍정적 효과를 나타낸다면 건전성이 개선되는 것도 기대해 볼 만 하다는 전제를 깔고 서 있는 전망치다. 이같은 전제를 미리 내세운 이유는 뻔하다. 가계부채 리스크와 더불어 기업 부실이 추가로 현실화 할 위험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 정도로는 금융계가 안고 있는 누적피로를 털어 내기엔 역부족일 것으로 추정된다.
◇ 부실채권 잔존 규모와 기업 시장조달 규모의 중압감
오히려 지금도 멀쩡히 잠재해 있는 위험요인이 어떻게 작용할 것인지에 눈길을 거둘 수 없어 보인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부실채권 잔존 규모와 앞으로 부실화할 위험성이다. 은행권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무려 101조 5000억원 규모의 부실을 상각과 매각 또는 담보처분 등의 방법으로 떨어 냈다. 정상으로 돌아온 여신 기타 정리실적을 뺀 규모다. 101.5조원이나 떨어냈는 데도 2008년 말보다 부실채권은 11조 7000억원이나 늘어난 25조 8000억원이다. 문제는 지금까지 현실로 드러난 부실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LG경제연구원은 비은행 상장기업 재무정보를 활용해 한계기업들의 재무구조를 분석한 끝에 한계상태에 처한 대기업 부채가 갈수록 대형화하고 있는 점과 한계중소기업의 단기차입금 의존도가 너무 높은 점을 크게 우려했다.
한계대기업 차입금은 2008년 1842억원에서 지난 상반기 말 5745억원으로 3배 이상 늘었고 이들 기업 차입금 비중은 약 48%로 시장조달 자금이 훨씬 많다고 지적했다. 공개된 재무정보를 통해 한계기업임이 훤히 드러난 대기업들의 차입금과 시장조달 규모만 1조 1000억원 안팎에 이르는 셈이다.
또한 한계대기업 차입금 규모는 한계중소기업 차입금의 24.8배에 이른다고 추산해 냈다. 한계대기업 1개사가 무너지면 중소기업 25개가 무너지는 충격이 오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대기업은 유동성사채와 단기차입금 비중이 높고 특히 중소기업들은 단기차입금 비중이 75%로 나타났다고 했다. 특정 대기업이 연이어 부실화 해서 충격에 빠질 경우 한계중소기업이 당장 신용경색의 늪에 침몰할 개연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 물론 이 연구원이 들춰 낸 한계기업이 전부가 아닐 것으로 금융계는 보고 있다. 가장 최근 발생한 동양그룹 사태의 경우처럼 부실위험이 잠재해 있으며 공개된 정보보다 훨씬 심각한 대기업이 없다는 법은 없다.
◇ 가계-한계기업 상환능력 악화 추세 반전 실마리 있나
회사채 발행 잔액이 2008년 70조원대에서 지난 9월말 184조원으로 두 배 넘게 늘고 2010년 중 50조원을 넘어 섰던 CP발행 잔액은 지난해 100조원을 돌파한 뒤 올해 들어 증가세가 잠시 추춤거리는 형편이다. CP와 회사채 모두 주춤거린 이유는 신용 양극화 때문이고 직접금융시장 조달이 어려운 기업은 은행을 비롯한 대출 의존도가 커지는 악순환이 강고해지는 양상으로 치닫는 중이다.
가계부채 1000조 돌파를 앞두고 빚 규모를 줄이는 것이 불가능할 뿐 아니라 부동산 경기를 부양시켜 집을 사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주장이 득세하는 세상이라면 이제 소득수준의 개선 없이 위기가 올 가능성은 높다. 또한 한계기업 숫자가 일정한 수준을 유지한 배경에 직접금융이 안되면 차입금으로 버틸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면 부실위험은 커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상황에서 경기회복이 일부 영역 개선에 그치는 정도이고 부실대비를 가장 잘 했다는 은행권 충당금적립률이 125%인들 차입금과 자본시장 조달 자금이 함께 부실화 한 뒤 은행인들 안전할 수 있을지 의문스러워 지는 시점이다.
이미 기업금융 비중이 낮은 은행에서 부실이 자꾸 불어나는 일이 빚어졌다는 사실을 LG경제연구원이 주목한 데는 분명한 까닭이 있을 것이다. 결국 현재의 관행과 패러다임으로는 한 번 터졌다가는 헤어나기 어려운 위험요인에 둘러 쌓여 있는 셈이다. 말로만의 선제적 리스크관리로 이룰 수 없고 국내시장에서 엇비슷한 여신전략으로 키를 재는 수익기반을 유지한 채 복합적인 위험을 돌파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는 지적에 실전적인 대응이 절실해지고 있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