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일 저축은행업계에 따르면 대손충당금 적립기준에 대해 업계의 불만이 많다. 금융당국이 저축은행에 대한 건전성 강화를 주문한 가운데 규정보다 과도한 충당금 적립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부터 금융당국은 저축은행의 대손충당금 적립기준이 실제 신용위험을 충실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에 대해 논의를 거듭한 뒤 ‘기준 강화’로 방향을 잡았다.
이후 지난 3분기부터 대손충당금 적립강화를 저축은행들에게 요구해오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저축은행 부실사태가 마무리된 것으로 평가되는 올해 초부터 금융당국이 할부금융/펀드 등 다양한 사업업무 확대에 나섰다”며 “내년 초부터 저축은행은 할부금융을 영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대손충당금 적립기준을 지난 3분기부터 본격 강화시켜 저축은행의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충당금 적립기준에 대한 현실화가 사업업무 확대보다 선행돼야 하며, 일부 저축은행에서는 세무조사와 금감원 검사에 있어 대손충당금에 대한 당국의 견해차로 애로사항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 3분기 공시 저축은행 11곳 중 10곳 대손충당금 전분기比 증가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저축은행들의 대손충당금 부담은 지난 9월 이후 더 증가했다. 금융당국이 올해 3분기부터 저축은행들에게 대손충당금 적립기준 강화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현재 2013년 사업연도 1분기(7월~9월) 실적을 공시한 11개 저축은행 중 10곳이 전분기 보다 대손충당금 적립액이 증가했다. 저축은행업계가 아직 침체를 겪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리스크 대비 차원에서 충당금 적립 강화를 주문했기 때문이다. 공시에 따르면 대손충당금을 가장 많이 적립한 곳은 SBI저축은행으로 3564억원을 기록했다. 전분기(3114억원) 대비 450억원 늘어난 수치다. 이어 SBI2(2942억원)·HK(2086억원)·푸른(868억원)·공평(547억원)·현대(536억원)·동부(296억원)·신민(223억원)·골든브릿지(187억원)·스마트(152억원)·대백저축은행(86억원)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푸른저축은행을 제외하고는 대손충당금이 전분기 대비 늘어났다. 푸른저축은행은 전분기(1120억원) 보다 252억원이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지난 9월에 저축은행의 대손충당금 적립기준 등을 단계적으로 보완하겠다고 밝힌바 있다”며 “현재로서는 충당금 적립기준 강화로 나선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저축은행업계가 침체를 겪고 있는 가운데 대손충당금 적립기준 강화는 단기적으로 수익에 영향을 미친다”며 “이는 다양한 지원책도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과제”라고 덧붙였다.
◇ 금감원, 대손충당금 증가 요구… 국세청, “규정 개선없는 강화 이해 못해”
저축은행들이 대손충당금 적립기준 개선을 요구한 것은 지속적으로 이어져왔다. 은행권 수준의 대손충당금 적립을 요구받는 것은 업계 현황에 맞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신용위험을 충실히 반영하지 못해 업계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상황이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업계의 자산건전성 확보 취지는 공감하지만 서민금융의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저축은행에 맞는 관련 기준을 정비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처럼 최근 저축은행들은 대손충당금 적립기준 강화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 이유는 연말 시즌이 돌입해 국세청 세무조사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금감원과 국세청의 입장이 달라 해당 저축은행들은 애로사항이 많다고 토로한다. 세수확보를 위해 법인세 납부를 요구하는 세무당국에게 대손충당금 적립기준 강화 현황을 설명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등 곤란한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A저축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대손충당금 적립강화 요구로 충당액이 많아지면 결국 당기순익이 하락하게 된다”며 “당기순익이 하락되면 법인세마저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국세청에서 세무조사를 받은 저축은행들은 법인세 감소로 인한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며 “저축은행은 금융당국 소관으로 당국의 의지를 따르고 있는 가운데 국세청에서는 규정이 개정되지 않은 가운데 대손충당금을 많이 적립하는 것에 대해서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으로 정부기관마다 입장이 달라 관련 애로사항이 많다”고 덧붙였다. 대손충당금 적립기준에 대한 금융당국의 강화요구가 지난 9월부터 본격화된 가운데 저축은행업계에서는 관련 기준의 합리화가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 올해 사업영역 확대 등 추진… “충당금 합리화 우선 이뤄져야”
올해 저축은행에 대한 다양한 지원책이 나왔지만 대손충당금 적립기준이 합리화되지 않으면 업계 개선이 이뤄지기 어렵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초부터 금융당국은 할부금융/펀드사업 영위 등 저축은행의 어려운 현황을 타개하기 위한 지원책을 내놨다”며 “그러나 대손충당금 적립에 대한 합리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이는 결국 다람쥐가 쳇바퀴를 도는 형국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달 금감원이 발간한 ‘저축은행 자산건전성 분류해설서’에 대한 우려도 나타냈다. 자의적으로 해석된 기준에 따른 건전성 착오분류 가능성이 줄었지만, 적요수준이 강화돼 결국 대손충당금 부담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해설서는 저축은행 경영진단 등 검사과정에서 확인된 자산건전성 착오분류 사례를 비롯해 관련 행정지도 사안 및 대손충당금 적립, 대손상각업무 등의 관련 업무를 담고 있다. 저축은행이 자산건전성 분류기준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 해설서 발간을 통해 업계 관계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다.
B저축은행 관계자는 “금감원은 지난 9월에 저축은행 대손충당금 적립 기준에 대한 합리화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며 “지난달 발간한 저축은행 자산건전성 분류해설서는 정상적으로 성실히 이자를 납부하는 차주에 대해서도 대손충당금을 쌓을 수 있어 기준이 강화됐다”고 말했다. 이어 “발간서 취지를 공감하고 금융당국에 저축은행의 향후 10년을 내다보는 행보에 대해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며 “그러나 대손충당금 적립기준 합리화라는 발등의 불을 해결하지 않는다면 유의미한 효과를 얻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효문 기자 sh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