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도입한지 11년…신용생명보험을 아시나요](https://cfn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131124214814128085fnimage_01.jpg&nmt=18)
그러나 보험시장의 성숙도에 비해 금융당국의 강력한 규제로 인해 다양한 보험상품들이 도입되지 못하고 있으며, 도입된 후에도 제대로 안착하지 못하는 등 규제리스크로 인한 보험시장 위축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한 외국계 보험사 고위관계자는 “한국의 경우 정부차원에서 소비자 중심의 규제가 강하게 이루어지고 있어 해외선진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다양한 상품들이 도입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며, “소비자보호도 중요하지만 규제완화 및 예외규정 등을 통해 다양한 상품을 도입, 소비자들에게 상품 선택의 다양성을 제공해 주는 것 역시 중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전세계 연간 수입보험료 규모가 77조원에 달하는 ‘신용생명보험’의 경우 국내에 도입된 지 11년이 지났지만 각종 규제에 가로막혀 아직까지 그 이름조차 알리지 못하고 있다.
◇ ‘신용생명보험’을 아시나요?
국내 소비자들에게 이름마저 생소한 ‘신용생명보험’은 대출을 받은 사람이 사망, 장해, 암 등으로 변제능력을 상실할 경우 보험사가 대출고객 대신 남아있는 대출금을 갚아 주는 보험으로 일종의 ‘대출상환보장 생명보험’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상품은 채무자의 가족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보증보험과 달리 채무가 소멸된다는 점에서 대출고객의 재정안정을 도모하고 금융기관 역시 부실채권을 방지할 수 있어 채권자와 채무자 모두에게 긍정적인 상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유럽, 일본, 대만 등에선 이미 보편화돼 있으며 최근 미국을 비롯해 남미에서도 매우 빠른 속도로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 기존에 대출을 받았던 사람들 역시 가입할 수 있으며, 유럽을 비롯한 해외보험 선진시장에서는 장기저축성보험과 함께 방카슈랑스 채널의 대표적인 상품으로 꼽히고 있지만 국내 소비자들은 이러한 상품이 있는지 조차 모르고 있다. 심지어 대출고객이나 대출업무를 행하는 금융회사 역시 상품에 대한 인식이 매우 낮은 형편이다.
◇ 규제리스크…시장형성 어려워
도입한지 11년이나 된 상품에 대한 인식이 이처럼 낮은 이유는 규제로 인해 시장형성에 어려움을 겪은 회사들이 대부분 상품판매를 중단했기 때문이다. 현재 신용생명보험을 판매하고 있는 회사는 생보사로는 BNP파리바카디프생명이 유일하다. BNP파리바카디프생명은 지난 2002년 신용생명보험을 국내에 처음 도입했으나 아직까지 시장형성 및 활성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업계에서는 신용생명보험이 국내에 안착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로 금융당국의 지나친 규제를 꼽는다.
BNP파리바카디프생명 마케팅총괄 이병욱 상무는 “신용생명보험은 전세계적으로 이미 77조원 규모의 시장이 형성돼 있으며, 아시아권 역시 14조원 규모에 달하고 있지만 국내 시장은 연간 수십억원 정도로 매우 미미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출자의 변재불능 가능성을 억제해 금융사의 재무건전성을제고하는 한편, 채무자를 보호하고 대출에 다양한 보장설계가 가능해 타 은행과 차별성을 두는 등 다양한 효용성을 가지고 있지만, 금융당국이 은행에서 대출을 하는 경우 보험상품을 함께 판매하는 일명 ‘꺾기’로 규정하고 있어 활성화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대출고객에게 필요한 상품이기 때문에 대출시 대출창구(은행 등)에서 판매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꺾기규제로 인해 대출창구에서 판매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상품에 대한 설명조차 하지 못하게 되어 있어 소비자들의 상품에 대한 인식이 낮을 수밖에 없다는 것. 대출 후 은행 내의 방카슈랑스 판매 창구를 통해 가입이 가능하지만 상품의 존재를 모르는 고객들이 방카창구를 찾아가 이 상품에 가입할 수 있는 유인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 “일부 완화 및 예외규정 필요해”
본래 은행에서는 사망을 담보하는 보험은 판매할 수 없도록 되어 있으나 신용생명보험이라는 상품의 특성상 유일하게 은행에서 판매가 가능하도록 예외가 인정됐다. 그러나 정작 다른 규제로 인해 상품판매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 더욱이 금융당국이 최근 꺾기 근절을 위해 대출금의 1% 이상 금지조항을 아예 없앨 전망이어서 가격이 저렴해 1%룰에는 적용을 받지 않던 신용생명보험도 판매가 불가능해질 전망이다.
은행들은 부실채권을 방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용생명보험에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금융당국이 규제를 강화하고 있어 자칫 꺾기로 오인 받을 수 있다는 걱정에 상품판매를 기피하고 있는 실정. 소비자보호를 위한 규제이지만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할 뿐 아니라 접근을 막아 아예 선택의 기회조차 주지 않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신용생명보험의 가입을 원한다고 해도 현재로서는 가입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BNP파리바카디프생명에서 신한저축은행, 현대저축은행 등과 제휴를 맺어 신용생명보험을 판매하고 있지만 이는 저축은행에서 자사 대출고객들을 위해 단체보험에 든 것으로, 대출고객들에게 무료로 제공되는 일종의 서비스다. 르노캐피탈을 통해 르노삼성자동차를 할부로 구입한 고객들에게는 신용생명보험을 유료로 판매 중이지만 르노삼성자동차를 사는 고객들이나 신한저축은행 등을 이용한 대출고객이 아닌 이상 대출을 받은 개인이 신용생명보험 상품에 가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때문에 신용생명보험을 대출창구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예외규정을 둠과 동시에 꺾기규제 강화 조항 추진도 폐지돼야 한다고 업계는 주장하고 있다.
◇ “1000조원 시장 바라본다”
규제가 완화돼 신용생명보험이 활성화 될 경우 업계는 1000조원 시장이 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국내 가계대출은 992조원으로 사상최대치 기록하고 있으며, 은행뿐 아니라 2금융권 대출이 늘어나면서 구조가 악화되는 형상을 보이고 있는데, 신용생명보험은 단순히 이자탕감이나 일정금액을 보상하는 것이 아니라 남은 대출금 전체를 갚아주는 것이기 때문에 취약계층을 비롯해 가계대출에 따른 각종 위험을 감소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에서도 대출금액에 따른 손실 위험이 적기 때문에 그만큼 건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 이병욱 상무는 “올해 가계신용 대출이 10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곧 신용생명보험 시장이 그만큼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보험료가 낮기 때문에 단일 건에 대한 규모는 작지만 전체 시장을 바라보는 관점에서 다른 로컬 보험사들이 뛰어들어 시장을 확대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용생명보험은 개인대출 상품에 맞춰 보장설계가 가능하기 때문에 모기지, 대출, 자동차할부, 신용카드, 주택임대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이 가능하며, 공급체계에 따라 파생될 수 있는 길도 다양하다.
특히 기업들이 상품이나 대출상품 판매시 프로모션용으로 이용할 수 있어 다른 대출상품과 차별화를 두는 한편 타 기관의 수요를 끌어올 수 있으며, 대출금 회수에 대한 걱정도 덜 수 있다는 점에서 효용성이 크다. 단체보험으로 들 경우 간단한 담보가 제공되기 때문에 보험료도 매우 저렴하며(1000만원 대출시 연간 보험료 2000원 수준) 개인이 가입할 수 있는 유료보험의 경우에는 담보를 더욱 다양화 할 수 있다. 단, 시장이 활성화 될 경우 채권자의 우월적 지위 남용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미리 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BNP파리바카디프 제라드 비네(Gerard Binet) MD(Managing Director)는 “채권자의 우월직 지위 남용문제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취급수수료(수당) 공개 및 상한선, 수익배분 구조 공개와 경우에 따라 수당금지 같은 조치가 가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상품구조가 간단한 만큼 불완전판매 여지는 낮지만, 판매과정에서 적합성테스트나 적절한 설명의무를 부과해 불완전판매 여지를 줄이고 공정한 경쟁을 위해 복수의 상품 중 선택이 가능하도록 하는 등 적절한 규제를 통해 신용생명보험 시장이 자연스럽게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신용생명보험은 한국시장에서 특히 높은 시장성장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공정거래에 기반을 둔 판매활동 정착을 통해 균형 잡힌 제도형성과 시장발전이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미리내 기자 pannil@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