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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 질 악화 리스크 급부상

정희윤 기자

simmoo@

기사입력 : 2013-11-20 22:02

총량 둔화 안심했더니 ‘질적 리스크’ 증폭 행진
소득보다 빚 더 늘고, 이젠 금리·씀씀이 경고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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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 질 악화 리스크 급부상
가계부채 총량관리 정책이 어느 정도 먹히나 싶었지만 양을 줄이지 못한 가운데 질적인 측면에서 악화되고 있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지난 2011년 정부와 관계 당국이 가계 빚 연착륙에 초점을 두고 나선 이래 전문가들이 지적하고 염려했던 부분이 급기야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총량 관리 성공과 동시에 질적인 위험을 낮추는 보완책이 절실하다고 한 결 같이 지적해 왔다.

하지만 총량이 늘어나는 곡선만 완만해졌을 뿐 질적인 위험이 나날이 커지고 있으며 가장 건전하다는 은행부문조차 위험요인이 급작스레 돌출될 경우 시스템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진단을 받은 실정이다.

◇ 가계금융 조사 결과, 체력 저하 적나라해

지난 19일 통계청, 금융감독원, 한국은행 등이 함께 발표한 2013 가계금융·복지 조사결과는 그 간 전문가들과 일부 금융현업 종사자들의 우려와 궤도를 나란히 하는 것이었다. 가구당 빚이 내딛는 보폭은 언제나 벌이가 늘어난 폭을 앞지르는 양상은 반복됐다. 가구당 빚은 지난해 평균 5450만원에서 5818만원으로 6.8% 늘어난 반면 소득은 4233만원에서 4475만원으로 5.7% 불어나는데 그쳤다.

그래도 빚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조사됐는데 씀씀이를 살펴 보니 가계 형편을 개선시키려 빚을 내는 게 아니라 빚을 내어 써도 더 나빠질 개연성이 커질 것이 뻔해 보이는 구조를 짜고 있음이 드러났다. 대출을 받아서 살 집을 마련한 경우나 살 집 이외의 부동산을 사는데 썼다는 답변은 지난해 각각 35.2%와 16.6%에서 올해 각각 34.7%와 16.6%로 줄었다.

반면에 전·월세로 쓴 경우는 5.8%에서 6.2%로, 사업자금 마련용은 27.7%에서 28.3%로, 생활비로는 5.8%에서 6.5%로 늘었으며 빚을 갚으려 빚을 낸 비중도 늘었다. 앞으로 1년 뒤 전망은 더 나쁘다. 살 집이나 다른 부동산 마련에 빚을 내는 비중은 다시 줄어드는데다 이젠 빚을 갚기 위해 대출을 받을 것이라는 비중도 덩달아 줄었다. 그렇다고 전·월세 마련에 쓰려고 빚을 내게될 거라는 비중이 줄지도 않았으며 교육비와 생활비를 빚으로 충당하겠다는 답변이 또 늘었다.

◇ 빚 악화 치닫는 씀씀이에 금리·경기 반전 현상 겹치면?

이번 가계금융조사는 생생한 실상 파악을 위해 1만 가구 표본을 추출한 조사여서 오차가 있을 수 있지만 당국 통계는 이미 질적 악화 양상을 적나라하게 적시해 왔던 터였다. 한 신용평가 기관은 2002년 이후 지난해까지 한은 국민계정상 개인 총처분가능소득 움직임과 가계신용 총액 움직임을 비교한 뒤 “상환능력 대비 상환부담이 늘고 있다”며 “질적 수준 하락을 초래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양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한은에 따르면 가계신용은 지난해 말 963조 8000억원에서 지난 6월 말 980조원으로 또 늘었다. 비록 총처분가능소득 통계가 나오지 않았지만 저성장 경제에 돌입한 가운데 일부 기업 부실화가 두드러진 이상 소득증가율이 높았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일반적 예측이다.

여기다 질적 위험 가운데 저신용층을 중심으로 고금리 대출 의존도가 올라가는 증세가 뚜렷해 지고 있다.

신용등급 7등급 이하 저신용층의 경우 2009년만 해도 절반 가까이에 이르던 상호금융 대출비중이 올 상반기 40% 초반으로 줄어드는 대신 금리가 훨씬 비싼 기타금융기관 대출 비중이 2할에 육박한 것으로 파악됐다. 5~6등급에 속하는 중간층 역시 절반 가깝던 은행대출 비중이 40% 초반대로 떨어지고 상호금융 비중이 유지한 대신, 여신전문금융사나 기타 금융기관 대출 비중이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 빚 총량관리 중점 권역을 맨 처음엔 은행 중심으로 하다 제2금융권에 이어 상호금융까지 확대하는 과정에서 2금융권 대출이 늘었다가 이제 기타금융기관 대출이 늘고 있다는 사실은 한은 통계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 거시 경제 정책 빼고 감당할 수준 아니라는 진실

반면에 실물경제는 내년 경기전망 상 경제성장률 면에서나 앞으로 좋아질 것으로 예상되기만 할 뿐 물가나 소득은 좋아지리라는 예측이 훨씬 약하다. 이런 마당에 시장 금리가 반등 곡선을 그리려 자꾸만 고개를 들고 있다는 점 또한 가계 재무건전성 우려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양적완화 중단 시기가 늦춰지고는 있지만 완전히 단념할 일이 아니기 때문에 금리 인상 파고는 언젠가는 겪을 것”이라며 “환율 충격 등 대외 악재로 인한 국제금융시장 불안이 최소화하기를 기대하는 것 말고는 (일선 금융계가)할 일은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은행 대출자산의 최대 축을 형성한 가계부문 부채 리스크가 커진 가운데 갑자기 금리, 환율 등 2008년과 같은 대외 불안요인이 닥치면 국내 시중 금리가 뛰고 금융기관과 기업 유동성이 나빠지면서 가계 및 기업 부문 잠재부실이 돌출할 가능성이 훨씬 커진다.

한은은 최근 “예기치 못한 거시경제 충격으로 인해 가계 및 기업부문 잠재 부실요인이 현실화하면 (은행부문조차) 시스템적 리스크가 높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위험 흡수 노력이 가장 꾸준히 펼쳐졌던 은행부문이 그렇다면 중간층 신용등급 소비자들 이용이 크게 늘어난 고금리 영업 금융업체 관련 부실 불똥이 2금융권과 은행에 옮겨 붙으리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이제는 알고 있는 일이다. 가계부문 리스크는 소득과 일자리를 기업부문 리스크는 장기적 안목에 바탕을 둔 선제적 구조조정과 치밀한 산업정책을 동시에 펴야겠지만 아직 뚜렷한 정책 전환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사실을 자꾸만 우려하게 되는 세밑으로 접어들기 시작했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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