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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보험왕, 그 왕관의 빛과 그림자

김미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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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3-11-20 21:31 최종수정 : 2014-02-20 00:03

리베이트·횡령 혐의에 흔들리는 왕좌
보험업계 자정노력, 소비자인식 제고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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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보험왕, 그 왕관의 빛과 그림자
최근 유명 보험사의 보험왕 출신 설계사들이 보험료 횡령, 리베이트 등의 문제로 경찰에 기소되면서 보험업계에 파장을 불러 오고 있다. 문제는 이런 ‘보험왕’의 어두운 모습이 비단 지금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40만 설계사들의 꿈인 ‘보험왕’의 빛나는 모습과 숨겨진 이면을 들여다보았다.<편집자주>

◇ 빛바랜 왕관

최근 보험업계는 ‘보험왕 파문’으로 떠들썩하다.

국내 최대 보험사인 삼성생명의 전설적인 설계사로 불리는 ‘10년 연속 보험왕’ Y씨가 불법 비자금관리에 연루됐으며, 가입자의 돈 수십억원을 횡령하고 유지조건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했다는 혐의를 받아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생보업계 3위인 교보생명의 전 보험왕 출신 K씨도 같은 사건의 리베이트 제공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Y씨는 경찰의 발표에 대해 강력히 부인하고 있지만 실제 범행여부를 떠나 ‘보험왕의 입건’ 소식은 업계 전체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보험업계와 금융당국이 올해 내내 부르짖던 보험소비자의 신뢰도는 한순간에 땅에 떨어지고, 불법비자금 관리에 이용된 비과세 상품의 폐지론이 거론되는 것 아니냐는 설까지 돌고 있는 실정. 보험설계사들의 꿈인 ‘보험왕’이라는 빛나던 왕관이 한순간에 빛이 바래고 있는 것이다. 조사결과는 지켜봐야 할 단계이지만, 소비자들의 마음속에는 또 한번 보험에 대한 잘못된 불신이 쌓일 수도 있어 업계는 노심초사 하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보험에 대한 불신은 하루 이틀에 쌓인 것은 아니다.

◇ ‘리베이트 = 관행?’

고액의 보험계약시 일정금액의 리베이트는 이미 보험업계에선 관행처럼 여겨지고 있다. 보험사나 금융당국에서도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지만, 개인 간에 거래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밝혀내기가 어려울 뿐 아니라 알고서도 일부 방관하고 있기도 하다. 어차피 관행처럼 이루어지는 일이므로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한 괜히 건드릴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특히 이러한 리베이트 제공이나 보험료를 횡령한 사람이 보험왕일 경우 보험사에서 감싸고도는 일도 비일비재한 실정. 업계에 따르면 한 보험사의 보험왕은 법인인감을 도용해 임직원의 보험을 담보로 수천만원의 약관대출을 받아 사용하다 적발됐지만, 회사는 본부장 경고조치만 내렸고 아직도 영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기업보험으로 연매출 50억원을 올리고, 고객수가 1000여명이 넘는 거물 보험왕을 놓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다른 보험왕은 변액보험 체결과정에서 고수익률 보장을 약속해 고액보험을 많이 유치했으나 시황이 안 좋아져 VIP고객들의 반발이 심해지자 회사가 나서서 보험료 전부를 돌려주고 간신히 입막음을 한 경우도 있다. 어떤 보험왕은 사치와 보험료대납 등으로 개인파산까지 했지만 회사에서 품위유지비 명목으로 지원해 사건을 무마시킨 경우도 있다. 보험왕을 끼고 여럿이 공모해 저지른 불법영업에서도 보험왕만은 면죄부를 받는 경우가 많다.

보험왕의 이미지는 그 회사를 대표하는 동시에 마케팅적으로도 큰 가치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만큼 보험왕이 문제가 됐을 경우 회사가 받는 타격도 크다. 때문에 일부 보험사들의 경우 보험왕을 뽑던 방식에서 수상자를 늘려 챔피언 제도로 변경하기도 했다. 위험을 그만큼 분산한다는 얘기로 보험사가 ‘보험왕’의 위험을 크게 안고 있다는 반증이다.

◇ “돈 달라”…보험소비자 인식 문제 커

그러나 모든 책임을 설계사에게만 떠넘기기에도 문제가 있다. 리베이트를 제공하겠다고 먼저 나서는 설계사들이 실상 많지 않기 때문이다. 영업일선의 설계사들은 “이 보험에 가입할건데 당신은 얼마나 줄거냐”란 식으로 리베이트를 요구하는 계약자들이 많다고 토로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설계사들이 워낙 많다보니 고객 입장에서는 아쉬울 게 없다”며, “다른 설계사는 가입하면 얼마를 준다고 했는데, 당신은 왜 못주냐는 식으로 말하면 계약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어쩔 수없이 리베이트를 제공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그는 “고객들이 보험에 가입할 때 월 만원짜리 보험에 가입하든 10만원짜리 보험에 가입하든 보험에 가입하면 그에 대한 대가(특별이익)를 받기를 원하고, 또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며, “리베이트를 받는 것이 불법이 아니라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계약자들의 인식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리베이트를 제공할 경우 설계사 뿐 아니라 리베이트를 받거나 요구한 계약자나 피보험자 역시 보험업법상 3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그러나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이러한 처벌규정에 대해 잘 알지 못할뿐더러, 다른 사람들도 하고 있어 괜찮다는 기저인식이 깔려있어 마치 당연한 듯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는 것. 또 다른 관계자 역시 “리베이트는 이미 관행이라고 할 만큼 굳어진 부분이 있다”며, “솔직히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중 누가 잘못이냐고 묻는 것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고 묻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 금감원 조사?… “문제 해결은 안 돼”

보험왕 논란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점점 그 파장이 커지면서 금융당국도 손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금융감독원이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의 해당지점에 대한 전면조사에 나서기로 한 것인데, 실제 설계사들의 리베이트, 모집질서, 금전사고 등 불법 영업형태를 제대로 통제했는지 여부를 알기 위한 내부통제시스템을 집중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문제가 있을 경우 본사 내부통제를 비롯한 보험업계 전체로 조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지만 실상 밝혀내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다음주 중으로 조사 시기를 결정해 조사에 들어갈 것”이라며, “해당지점의 내부통제기준을 살펴보고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면 차후 본사 조사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양 사 관계자는 “비단 우리 회사만의 문제가 아니다”며, “실상 이러한 리베이트 문제는 개인간 거래이기 때문에 회사가 일일이 확인이 불가능한 부분이고, 감독당국에서 검사를 한다고 해서 밝혀내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 역시 “설계사와 계약자간 리베이트나 보험료 횡령 등의 문제는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던 문제”라며, “개선할 사항이 있는지 살펴볼 것이지만 보험사들 역시 이번 기회를 자정노력의 때로 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보험업법상으로 제한하고 있는 부분에서 문제가 되지 않을 경우에는 당국에서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덧붙였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에서 조사를 한다고 해도 개인간 거래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실상 잡을 수 없는 경우가 많다”며, “리베이트가 지속적으로 문제가 되면서도 사라지지 않는 것은 이 때문으로 당국에서도 파장이 커지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조사에 나선 것이지, 잡는다고 해서 잡히는게 아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다시 묻힐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에서도 법적으로 이미 제약이 있기 때문에 법적인 문제를 개선할 여지는 없다고 일축했다. 결국 현재로는 근본적인 문제해결이 어렵다는 것이다.

◇ 발로 뛰는 보험왕의 빛나는 왕관

그러나 이러한 문제들이 보험업계 전체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은 분명 인식하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하루를 초단위로 쪼갠다는 아이돌 가수처럼 쉬는 날 없이 발품을 팔아 보험왕의 찬란한 빛을 거머쥔 보험왕들도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한 보험사의 보험왕 A씨는 한달에 한켤레 꼴로 구두를 바꿔 신을 정도로 발품을 팔아, 19년이란 기간 동안 하루 평균 10건이 넘는 신계약을 체결하는 족적을 남기고 있다.

이 설계사는 하루를 분단위로 쪼개며 고객들을 만나러 다니면서, 월 소득 17만원에서 업계 최고의 설계사 자리에 올랐다. 혼자 연간 수십억원의 매출을 올려 일명 걸어 다니는 중소기업으로 불리기도 하지만 그의 고객들은 VIP로 불리는 고액계약자가 아니라 대부분 공장에 다니는 사람들로, 자세를 낮추고 신뢰를 쌓아가는 정공법으로 왕좌에 오른 것이다.

A씨는 “일단 신뢰를 얻기까지 힘들지만, 한번 맺어진 관계는 절대 깨지지 않게 소중히 관리하고 있으며, 그것이 곧 재산이 됐다”고 말했다. 고객들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재무설계에 필요한 자격증을 취득하는 등 자신을 채워가는 것에도 열심이다.

또한 이처럼 어렵게 일군 왕좌이기 때문에 그에 따른 책임감도 더 크게 가지고 있다고 보험사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회사와 여타 설계사들로부터 신망을 받는 만큼 그에 따른 행동을 하게 된다는 것.

실상 보험왕이 되면 회사의 대우는 달라진다. 몇 년 연속 보험왕에 선정되는 사람들의 경우 명예전무나 상무로 임명돼 임원급 대우를 받게 된다. ‘아줌마’에서 직장에서 신망 받는 ‘커리어우먼’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대형사들의 경우 보험왕에 선정되면 개별 사무실과 자동차, 개인비서를 제공해 주기도 한다. 회사뿐 아니라 소비자들의 신뢰도 얻게 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보험왕에 오르면 좋은 점들이 많은데, 단순히 실적만 가지고 오르기에는 쉽지 않은 자리”라며, “오랜기간 보험왕을 하는 사람들의 경우 회사를 대표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단순히 1~2억원을 더 벌려고 불완전판매를 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보험왕을 한 사람들의 경우 자신의 영업에 치중하기 보다는 후배설계사들의 교육을 원하는 사람들도 많다. 회사에서 인정받고 대우를 받은 만큼 그 지위에서 해야할 일을 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부작용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목적의식이 없는 영업은 성공할 수 없고, 때문에 보험사에 ‘보험왕’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오히러 설계사간 선의의 경쟁을 부추기는 등 긍정적인 면도 봐줘야 한다”고 말했다.

왕관의 무게를 견디고 그것을 짊어지고 가는 보험왕들을 인정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반짝이는 왕관이 될지, 혹은 이름뿐인 빛바랜 왕관으로 전락할지의 문제는 비단 보험업계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함께 고쳐가야 할 과제다.

이번 계기를 통해 보험업계의 대대적인 자정노력과 함께 보험소비자들 역시 스스로의 잘못을 돌아보고 반성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 본다.



김미리내 기자 pannil@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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