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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후순위채 발행 ‘대안 혹은 꼼수’

원충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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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3-09-11 22:00 최종수정 : 2013-09-11 22:12

RBC비율 높이기에 안간힘…증자보단 채권발행 선호
대주주 지분희석 우려…금리부담, 회사로 떠넘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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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후순위채 발행 ‘대안 혹은 꼼수’
보험사들이 RBC비율(지급여력비율)을 높이기 위해 후순위채권 발행에 나서자 주주부담을 회사에 떠넘긴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기존 주주들, 특히 대주주 지분을 희석시키지 않으려고 증자보다 후순위채를 선호해 결과적으로 높은 이자부담을 회사에 떠넘기려 한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후순위채의 경우 신고사항이라 결격사유가 없으면 받아들인다는 원론적인 입장이지만 표정이 썩 밝지는 않다는 게 보험사들의 시각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RBC비율 200% 미만의 보험사들이 후순위채를 통해 자본확충을 실시하고 있다. 버냉키 쇼크에 따른 채권 평가손실 반영과 당국의 RBC 신뢰수준 상향(95%→99%)에 대비하고자 자본증식이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지난 4일 메리츠화재가 발행금리 4.62%, 만기 7년의 후순위채 2460억원어치를 발행했다. 발행물량은 우리투자증권이 전량 인수했으며 그 중 400억원은 보유하고 나머지 2060억원은 다른 기관투자가에게 배정된다. 이번 후순위채 발행으로 메리츠화재의 RBC비율은 170.4%(6월말 기준)에서 212.7%로 상향됐다.

이에 앞서 현대라이프는 지난 6월 28일, 후순위채 300억원(자기자본대비 11.73%)을 발행했다. 발행금리 4.98%, 만기는 2019년 3월 27일까지며 동부화재와 하나생명이 각각 200억원, 100억원씩 인수했다. 이로써 현대라이프의 RBC비율은 191.3%에서 20%p 정도 오른 것으로 추산된다.

이달 말에는 흥국생명의 후순위채 발행이 예정돼 있다. 규모는 2000억원어치로 알려졌으며 우리투자증권이 주관사를 맡는다. 흥국생명은 지난해에도 1000억원의 후순위채를 4.8% 금리로 발행했었다. 흥국생명의 6월말 기준 RBC비율은 182.3%다.

◇ 보험사가 RBC를 높이는 방법

보험사가 자기자본을 늘리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증자나 후순위채 발행이다. RBC비율을 높이려면 가용자본(자기자본)을 늘리거나 요구자본(리스크 산출액)을 감소시켜야 하는데, 보유한 자사주 및 부동산 등 위험계수가 높은 자산을 처분해 요구자본을 줄이고 유상증자, 잉여금 적립, 후순위채 발행을 통해 가용자본을 늘리는 식이다.

자본확충은 유상증자가 가장 바람직하나 증자를 선뜻 추진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일단 채권발행에 비해 비용이 더 들고 기존 주주의 지분이 희석되는데다, 상장 보험사의 경우 주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근래에는 증자에 따른 대주주의 지분희석을 상쇄하기 위해 우호적인 제3자에게 신주인수권을 부여하는 ‘제3자 배정방식’을 활용하기도 한다.

후순위채는 일반 회사채보다 변제순서가 나중인 채권으로 선순위채(일반 회사채)에 비해 안전도가 떨어지는 만큼 이자율이 시중금리보다 높다. 특히 만기 5년 이상의 후순위채는 자본으로 인정되면서 금융사들의 자본확충 수단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금융권 관계자는 “증자는 쉽게 말해서 주주한테 돈을 더 달라는 것인데 주주가치에 좋지 않으며, 후순위채의 경우 발행기관이 시중금리보다 더 큰 이자부담을 안고 가야한다”고 설명했다.

◇ 후순위채의 컴백, 괜찮은 걸까?

후순위채는 지난 2011년 저축은행 사태로 많은 투자자들이 손실을 입어 사회적 문제로 대두돼 신뢰성이 크게 훼손된 적이 있다. 금리도 선순위채에 비해 높아 발행기관 입장에서 비용부담이 만만찮다.

일각에선 ‘바터(Barter)거래’ 우려도 나왔다. 보험사들이 서로의 후순위채를 사주거나 물량을 주고받는 것을 말하는데, 후순위채 주요 투자자가 보험사라는 점과 과거에 은행이 이런 방식을 쓴 사례가 있어 문제로 불거졌다. 실제로 현대라이프의 후순위채를 보험사들이 사주면서 이같은 구설이 떠돌기도 했지만 동부화재(231.4%), 하나생명(252.9%)의 RBC비율이 모두 200%를 웃돌고 있어 금세 사그라졌다.

그럼에도 보험사들이 유상증자보다 후순위채 발행을 선호하는 이유는 기존 주주의 거부감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보험사 관계자는 “증자는 신주를 발행해 주식 수를 늘린다는 것으로 주가하락, 배당감소, 지분희석을 유발하기에 기존 주주들이 좋아할 리가 없다”며 “특히 대주주는 경영권에 문제가 생길 우려가 있다 보니 증자를 꺼릴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후순위채 발행은 대주주 부담을 회사로 떠넘기는 꼴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보험사 후순위채 발행은 시장이 물량을 소화할 수 있을지의 여부를 봐야겠지만 금융당국의 눈치도 좀 봐야 할 것”이라며 “한편에선 대주주의 부담을 회사로 떠넘긴다는 비판적인 시각도 있는데다 저축은행 사태로 후순위채 이미지가 하락한 것도 원인”이라고 덧붙였다.

◇ 금감원, 겉으로는 OK…속내는?

금융당국은 보험사들이 후순위채 발행을 통해 자본확충에 나서자 표면적으로는 수용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속내는 다를 것이라는 게 보험업계의 시각이다.

최명균 금감원 보험감독국 수석은 “후순위채 발행은 허가사항 아니고 신고사항이라 감독규정 요건에 결격사유가 없으면 가능하다”며 “증자가 가장 좋은 방식으로 여겨지나 요건을 충족한 후순위채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보험업계 관계자는 “저축은행 후순위채 피해자들이 금융당국과 예금보험공사, 국회의원들마저 들쑤셨던 만큼 당국이 후순위채를 곱게 보지는 않을 것”이라며 “비록 보험사 건전성이 저축은행보다 우량하다고 하나 저금리, 역마진, 리스크관리 등의 얘기가 많이 나오는 마당에 후순위채 금리부담을 떠안고 가는 것은 우려될만하다”고 전했다.



원충희 기자 wch@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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