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런 가운데 하나금융지주는 이르면 이달 말까지 이 회사를 △청산 △지주 자회사인 하나캐피탈과의 합병 △업종 전환 △매각 등 4가지 처리 방안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최근 상반기 영업실적을 집계한 결과, 30억원의 결손을 기록, 지난 2011년부터의 연속 적자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 8월말까지 ‘청산 또는 합병’ 처리방안 결정될 듯
외환캐피탈 대주주인 외환은행은 지난 5월 24일 공문을 통해 하나캐피탈과 합병이나 하나금융지주 자회사로 편입 그리고 매각, 업종전환, 청산 등 처리 방안이 결정되기 전까지 기업대출을 비롯한 신규 영업을 전면 중단할 것을 하달했다. 이에 외환캐피탈은 지난 5월 28일부터 대출 취급업무와 신규 사업 진출 계획 등을 중지한 상태다.
이와 관련, 익명을 요구한 캐피탈업계 한 관계자는 “외환캐피탈이 지난 2011년 이후 적자 행진으로 자기자본 일부가 잠식되는 등 경영상태가 급속히 악화된 상황”이라고 말한 뒤 “이런 상황에서 대주주인 외환은행은 청산이나 합병 등 법적인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 전면적인 점검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행 지주회사법에 따르면 금융지주의 자회사(외환은행)는 신용정보사ㆍ여신전문금융회사ㆍ투자자문사 등을 자회사로 둘 수 없다. 다만 새롭게 자회사로 편입된 경우 유예기간은 2년이다. 외환은행은 2012년 2월에 하나금융지주의 자회사로 편입됐기 때문에 지주사의 손자회사인 외환캐피탈은 오는 2014년 2월까지는 정리해야 한다.
하나금융지주는 외환캐피탈에 대해 청산과, 지주의 자회사로 두는 방안, 그리고 업종 전환, 합병 등 4가지 방안을 놓고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하나금융지주 한 관계자는 “외환캐피탈 처리방안을 놓고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며 “대주주인 외환은행이 거취를 결정해야 하는 부분이 있고 이후 지주사와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금까진 하나캐피탈과 합병할 것이란 예견이 많았다. 올 상반기 자산 기준으로 업계 9위인 하나캐피탈에 외환캐피탈이 합병할 경우 자연스레 지주 내 자회사가 되고 사업영역도 다각화된다.
현재 하나캐피탈의 경우 소매와 리테일이 중심이지만 외환캐피탈은 기업금융 체제이기 때문에 업무 영역과 방식도 상이해 시너지 효과가 가능하다. 하지만 최근 외환캐피탈이 대규모 결손행진을 지속하고 있는데다, 캐피탈시장을 둘러싼 영업환경 여건도 갈수록 악화되고 있어 기대만큼의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없다는 지적이 잇따라 제기되면서 재검토에 들어갔다.
대신 매각이나 청산 그리고 업종 전환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흘러 나오고 있다. 만약 외환캐피탈이 청산되더라도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외환캐피탈의 정규직 직원 수는 30명, 올 상반기 총 자산은 4799억원으로 자산기준으로 업계 30위 안팎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캐피탈업계 한 관계자는 “전체 업계 자산이 85조원인데 그 기준으로 5%도 안 된다”고 말했다.
◇ 영업중단으로 자산건전성 지표들 악화일로
그러나 하나금융지주 입장에서는 자회사인 하나캐피탈과 달리 손자회사인 외환캐피탈이 자본금 일부가 이미 잠식될 정도로 재무구조 상태가 악화된 상태이기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 처리해야 할지 쉽지는 않다. 이에 하나금융지주는 외환은행을 통해 외환캐피탈을 강도높은 자산 실사까지 진행했다. 사실 외환캐피탈은 신규 수익원 발굴 등 경쟁력을 강화해 올해 흑자 전환을 위해 조직개편까지 단행했었다. 지금까지의 기업금융 중심에서 과감히 벗어나 주식담보대출 등과 같은 소매금융시장 진출을 꾀해 지난 2년간의 적자의 늪에서 탈출하겠다는 전략을 세웠었다.
이를 위해 지난 2분기에 스탁론 상품 취급에 따른 경쟁력 제고방안을 마련하는 등 세부전략도 이미 수립해 놓았다. 하지만 이 같은 계획은 대주주의 요구에 따라 전면 중단된 상태. 게다가 지난해부터 영업 보다 리스크관리에 주력했지만 선박금융,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스 등과 관련된 거액 여신에 대한 상각 등으로 대규모 결손을 기록했다.
이와 관련 캐피탈업계 한 관계자는 “외환캐피탈이 지난 2008년부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선박금융 등 신용위험이 높은 거액여신으로 영업자산을 늘려왔지만 최근 2년간 조선해운업과 건설업 업황 부진으로 충당금적립 부담이 크게 증가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히 일부 선박리스의 경우 대주주인 외환은행과의 건전성 분류 통일, 법정관리 신청업체(웅진홀딩스 및 SSCP)발생에 따른 부실 여신 증가가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다”고 덧붙였다.
실제 거액 여신에 대한 충당금 적립 부담이 커지면서 지난 2011년 333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 234억원, 2013년 상반기 30억원 등 지난 2년 3개월 동안 총 600억원의 결손을 기록했다. 〈표 참조〉 이로 인해 지난 6월말 기준으로 자기자본이 737억원으로 감소하면서 자본금 754억원을 하회하는 등 부실자산 대비 자본완충력이 떨어져 유상증자 등 적극적인 자본 확충이 시급한 상황이다.
◇ 구조조정 결정 앞두고 돌연 자산클린화에 총력
특히 2011년 이후 자산에 대한 디레버리징(De-Leveraging)이 진행되면서 자산이 2010년 9022억원, 2011년 7888억원, 2012년 6287억원, 올 상반기 4799억원으로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리스 시장의 경쟁 심화와 해운업 영위 차주의 건전성 저하로 리스자산 규모가 크게 축소됐으며, 특히 건설업과 해운 및 조선업 등에 대한 업황 부진 등이 겹쳐 신규 대출을 억제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와 관련 한국기업평가 김정현 수석연구원은 “부실채권에 대한 대손상각 등에 힘입어 외환캐피탈의 선박금융 및 부동산 PF대출 관련 익스포저는 감소 추세”라고 설명한 뒤 “하지만 지난 상반기 기준으로 요주의이하여신비율이 30.9%(1626억원)에 달해 부실완충력(자기자본+충당금: 1259억원)대비 과중한 수준을 나타내는 등 건전성 관련 부담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지난 2011년 하반기 부동산 PF대출 및 할부금융자산 관련 부실채권 증가로 2010년 3월말 3.2%에서 2011년 말 7.0%로 상승했으며, 2012년 말에는 하나금융지주의 자산점검 결과를 반영해 일부 선박금융 및 PF대출의 건전성 재분류와 워크아웃 및 법정관리 신청 업체 발생에 따른 부실여신 증가로 9.4%에 이르렀다. 2013년 들어서는 기존 자산의 회수 증가와 신규 실행 감소로 관리금융자산은 줄어든 반면 할부금융 및 리스자산을 중심으로 부실여신 규모가 소폭 증가하면서 상반기 고정이하여신비율은 13.9%로 크게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프 참조> 이처럼 건전성 지표들이 나빠지면서 대주주인 외환은행은 자산클린화를 위해 부실자산 매각이 필요하다는 판단아래 외환캐피탈 경영진에게 고정이하 부실채권 매각을 요구했다.
이에 외환캐피탈은 고정이하 자산 가운데 회수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300~500억원 부실채권을 오는 10월말까지 정리한다는 계획아래 안진회계법인을 매각주관사로 결정했다. 만약 부실자산 매각을 통해 자산클린화에 성공할 경우 외환캐피탈 처리도 한층 탄력이 붙게 될 전망이다.
〈 외환캐피탈 주요 재무지표 추이 〉
(단위 : 백만원)
주1) △는 적자 표시임
(자료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