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암을 병기(Stage)별로 분류해 보험금 액수를 다르게 주는 스테이지 암 보험이 상품인가를 받았다. 한 달여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9월경에 시판될 계획이다. 흥국생명 관계자는 “보통 상품인가를 받고 한 달여간의 준비기간 이후에 나오는 만큼 9월쯤에 나올 것”이라며 “명확한 출시일자와 마케팅 컨셉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스테이지 암 보험은 암을 진행단계에 따라 1~4기로 구분해 보험금을 차등지급하면 손실을 줄일 수 있다는 발상에서 시작됐다. 업계에서 암 보험을 위험상품으로 여기는 이유는 암 발병률이 높은데다, 초기든 말기든 관계없이 같은 액수의 보험금을 지급했기 때문이다. 정작 치료비가 적게 드는 초기에도 말기수준의 보험금을 주면서 보험사가 손해를 보게 된 것. 이러다보니 보험가입자가 암에 걸린 것을 숨기고 가입하는 ‘역선택’도 빈번했다.
하지만 이 상품은 수많은 보험사들이 몇 년 동안 개발을 시도하다 금감원 인가과정에서 좌초한 전례가 있다. 관건은 암 병기구분 기준인데 객관적이고 명확한 기준이 없어 보험사와 가입자 사이의 민원소지가 다분했다. 금감원이 인가를 수차례 반려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에 출시되는 암 보험은 병기를 1~3기와 4기, 두 단계로 구분해 보험금을 차등지급하는 구조다. 국제임상기준을 사용해 일선 의사들이 병기판단을 명확히 할 수 있게 했다. 향후에는 3단계, 4단계로 세분화된 상품도 나올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이 상품은 흥국생명과 재보험사 RGA(Reinsurance Group of America)의 원보험사-재보험사 제휴를 통해 탄생했다. RGA가 개발한 암 보험을 흥국생명이 팔고 상품의 리스크를 RGA가 재보험 해주는 구조다.
RGA 관계자는 “초창기 동양생명과 제휴해 개발할 때는 미국에서 쓰는 ‘암등록통계(SEER)’를 병기구분 기준으로 삼았는데 임상에서 잘 쓰지 않아 활용도가 낮았다”며 “이번에는 임상에서 일반적으로 쓰는 ‘국제임상병기분류법(TNM)’을 기준삼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TNM 분류는 모든 암을 포괄하지 않지만 대부분의 암에 적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TNM에 해당되지 않는 혈액암 등은 발생빈도가 별로 없어 민원발생 소지가 우려할 만큼 크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원충희 기자 wch@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