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은 그간 채권추심업계, 금융협회 및 한국소비자원 등과 공동으로 TF를 구성해 약 4개월(3월 18일~7월 12일)간 총 12회의 정기·수시회의를 개최했다. 업계 의견 수렴 등을 거친 후 ‘채권추심업무 가이드라인’개편안을 확정, 발표하게 된 것. 금감원 측은 “정당한 방벙에 의한 추심행위를 최대한 보장하되 과도한 독촉, 취약계층의 생계위협 등 불공정 추심행위 발생소지를 최대한 제거했다”며 “주요민원 유형별 구체적 추심기준, 가재도구 등 유체동산 압류 가이드라인 등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가장 큰 쟁점사항이었던 일일 채권추심 횟수 기준에 대해서는 회사별 자율로 결정하는 방안을 제시, 한 발 뺀 모습을 보였다.
지난달 1일 1차적으로 발표된 채권추심업무 가이드라인 주요내용과 대비해서 매우 완화된 방안이다. 일일 추심횟수를 명시한 1차안과 달리 각 금융사의 자율적 규정으로 결정토록 한 것. 양현근 금감원 서민금융지원국 선임국장은 “추심 횟수는 금융사들이 자율적으로 정하는 사항”이라며 “이번 가이드라인은 채권추심업무에서 처음으로 규제를 적용하는 것에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횟수를 가지고 고민했지만 일일 3회 정도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이를 권고하고 있다”며 “해외에서는 추심 횟수를 명시해놓은 경우가 없고, 우선적으로 업계 자율적인 변화를 지켜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 추심횟수 업계 자율결정 등 가이드라인 발표…“불법 적발시 시장퇴출 고려”
채권추심업무 가이드라인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주요 민원유형별 구체적 추심기준 마련 △유체동산 등 압류 가이드라인 마련 △추심절차 및 불법추심 대응요령 등 채무자 안내 강화 △불법 채권추심에 대한 업계 자율규제 방안 마련 등이 담겨 있는 것. 우선 제3자 고지 제한, 채무독촉 횟수 제한 등을 실시토록 했다. 채무사실을 채무자의 가족 등 제3자에게 알려 채무변제를 압박하는 일을 방지하고, 반복적인 채무독촉으로 채무자 생활에 피해를 끼치지 않도록 일별 추심 횟수를 일정 횟수 이내로 제한했다. 추심인 방문 역시 사전통지토록 제도화했다.
양 선임국장은 “채무자의 사전 동의 없이 채무사실을 제3자에게 고지하는 행위를 엄격하게 제한할 것”이라며 “이미 채무내용을 알고 있는 제3자가 대리변제를 원하거나 채무자가 연락두절인 경우 변제절차 안내 등은 가능토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추심 횟수 또한 일별 일정횟수 이내로 제한한다”며 “금융사별 특성을 감안해 자율적으로 횟수제한을 실시하도록 하고 채무자의 요구에 따른 전화 및 변제절차 단순 안내메세지 등은 허용한다”고 덧붙였다.
유체동산(TV, 냉장고 등 가전제품 포함) 압류에 있어서도 일정 금액 이상의 채무원금에 한해 가능토록 했다. 영구임대 주택 거주자, 기초수급자, 중증환자 및 장애인, 65세 이상 고령자 등 취약계층들에 대한 유체동산 압류가 제한된다. 채무원금 기준은 월 최저생계비(150만원) 이하다.
또 채무자의 알권리 보장을 위해 채권추심절차 및 불법추심 대응 요령 등에 대한 안내를 제도화 시켰다. 채권추심사들은 추심 개시 전에 변제독촉장, 방문추심, 가압류조치 등 전반적인 추심절차를 채무자에게 안내해야 하고, 구체적인 불법추심 유형을 명시해 추심 개시 전에 채무자가 관련 대응요령을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금감원 측은 “채권추심사들은 추심절차 및 불법추심 대응요령 등에 대해 이메일, 문자메시지, 우평 등으로 안내해야 한다”며 “카드사 등 채권금융사의 경우, 홈페이지에 관련 내용을 공시하고 이 사실을 독촉장 등에 명확히 안내토록 지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밖에 불법채권추심에 대한 업계 자율규제 방안 마련, 서식표준화 등을 실시한다. 불법 추심정보 집중·활용을 통한 불법 채권추심인 제재 강화 및 추심내역에 대한 녹음시스템 등 내부통제체제를 구축토록 한 것. 이를 위해 불법 채권추심행위로 법적 제재를 받은 채권추심인의 정보(성명, 주민등록번호, 법적 제재 내용 등)를 권역별 협회로 집중한다. 채권추심사들은 불법 채권추심인에 대해 위임계약 해지, 징계 등 적절한 조치를 시행하고, 전화 녹음시스템을 구축해 채권추심내역을 녹음·보존해야 한다.
채권추심인의 추심활동 내용이 포함된 추심기록부 또한 작성해야 한다. 추심인이 회사의 표준서식(채권추심 수임사실 통지서, 독촉장, 채무변제 확인서, 채권추심 위임계약서 등)을 임의로 수정해 채무자에게 거짓정보를 제공하는 일이 없도록 서식 표준화 역시 실시한다. 우편물 발송도 추심인 개인이 아닌 채권추심사가 일괄적으로 발송하고, 공포·불안감을 조성하는 사용제한 문구를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했다.
금감원 측은 “가이드라인 개편을 통해 그간 지속적으로 제기된 불공정 채권추심 민원에 대한 기준을 확립했다”며 “과도한 추심에 시달리는 서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불공정 채권추심행위 금지 및 내부통제 관련 내용을 금융사 내규에 반영토록 지시할 것”이라며 “현장검사시 관련 내규 반영 및 준수여부에 대한 점검을 통해 실효성을 확보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양 선임국장도 “가이드라인을 통해 마련된 채권추심업무 기준을 어긴 추심사 및 추심인이 있다면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며 강력 제재를 시사했다.
◇ 기존보다 완화된 내용…대부업계, “향후 자율동참 업체 증가 기대”
이번 가이드라인에 대해 상반된 의견을 보였던 신용정보업계와 대부업계 모두 “기존보다 완화된 기준”이라며 향후 동참업계가 늘어날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일일 채권추심횟수 기준을 업체가 자율적으로 결정, 3회라고 명시된 1차안보다 융통성이 넓어졌다는 얘기다.
신용정보협회 관계자는 “가이드라인 최종본이 기존에 제기된 내용들보다 완화됐다고 볼 수 있다”며 “전화, 이메일 등 여러 방법을 채권추심방법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과도한 수준의 횟수가 아니면 통제하지 않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가이드라인은 기준일뿐 법적인 효력은 없다”며 “그러나 결국 금감원이 관련 내용의 모니터링을 지속적으로 실시할 것이기에 관련 업체들이 이를 따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간 일일 채권추심 횟수 제한에 대해 강력 반발을 보였던 대부업계는 최종안에서 추심 횟수를 업계 자율로 결정토록 해 가이드라인을 따르겠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현재 가이드라인 자율동참 의지를 밝힌 곳은 57개 업체다. 서영완 대부금융협회 부장은 “지난달 1일 일일 추심횟수 3회 제한이라는 내용의 가이드라인이 전달된 이후 이 부분에 대한 융통성이 좀더 확보된다면 더 많은 회원사가 자율동참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전달한바 있다”며 “회원사들의 경우 일일 채권추심횟수 제한 부분 때문에 가이드라인 동참에 미적거리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에 따라 동참 의지를 밝히는 회원사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었다”며 “가이드라인 TF 시작 당시 보다 약간 미진한 업체가 동참 의사를 밝혔지만, 이번 가이드라인 최종본으로 향후 동참 회원사가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이재선 대부금융협회 사무국장도 “법원 판례를 보면 불법채권추심으로 규정한 사례가 7~8회다”며 “가이드라인을 보니 금감원이 채권추심을 일정 횟수로 제한하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낀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 채권추심업무 가이드라인 주요내용 〉
(자료 : 금융감독원)
서효문 기자 sh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