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강 4중’ 체제, 생보업계 재편될까?
보험업계에 따르면, ING생명은 지난 27일 인수가격 2조1500억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 보고펀드·동양생명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 인수자금 조성을 위한 배타적 협상시한을 줬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자산규모 184조원에 달하는 독보적 1위인 삼성생명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한화생명(77조원)과 교보생명(69조원), 농협생명(44조원), 동양생명+ING생명(40조원)의 경우 자산규모 차이가 크지 않아 2위권 다툼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것. 업계 관계자는 “M&A는 마지막 뚜껑을 열어봐야 아는 것이지만 동양생명이 ING생명을 인수할 경우 현재 업계 4위인 농협생명과 자산규모가 비슷해진다”며, “기존의 빅3체계였던 생보업계 판도가 ‘1강 4중’ 체제로 재편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동양생명이 ING생명을 인수할 경우 양사를 당장 통합하지 않고 일정기간 독립적인 경영체계로 운영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보고펀드가 양사를 통합해 향후 매각가격을 높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해 결국 통합체계로 갈 것이란 게 업계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협상기간동안 가격이 더 높아지지는 않을 것으로 업계 전문가들은 보고 있는데, ING생명으로써는 가격을 높게 받는 것이 중점사안이기 때문에 1~2달 가량으로 예상되는 배타적 협상기간 동안 동양생명과의 치열한 눈치작전이 펼쳐질 것으로 예고되고 있다.
동양생명으로서는 자금확보 논리를 명확히 함과 동시에 실사를 통한 가격하락을 유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ING생명과 동양생명이 결합할 경우 설계사 채널이 강한 ING와 방카슈랑스, 다이렉트 채널이 주력인 동양이 만나 판매채널면에서 서로 시너지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 방카를 주력채널로 하는 만큼 보장성보험 비중이 낮은 동양생명과 달리 ING생명의 경우 보장성과 저축성의 비율이 6:4 정도로 보장성 비율이 더 높아 포트폴리오면에서도 안정성을 확보할 것으로 점쳐진다.
◇ 한화생명 ‘2위 굳히기’ 반격 기대
우선협상대상자 결정으로 분위기가 동양생명 쪽으로 기울고 있지만, ING생명 인수를 통해 생보업계 2위를 굳건히 하려던 한화생명에게 기회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물론 배타적 협상기간 동안 계약이 체결되면 협상기회를 잃을 수도 있지만 차후 금융당국의 승인절차가 남아있어 반격의 기회를 노리고 있는 것.
동양생명 대주주인 보고펀드가 이미 동양생명을 매물로 내놓은 전적이 있는 만큼 ING인수를 통해 가격을 올려 다시 매각할 것이 자명하기 때문에 금융당국이 이를 탐탁지 않아 할 것이란 분석에서다.
한화생명 고위 관계자는 “ING생명을 인수할 경우 고용승계나 시너지도 충분히 고려하고 있고, 무엇보다 보험업을 계속 유지할 확고한 의지를 당국에 전달한바 있다”며, “가격이 높다고 해서 무조건 낙찰되는 것은 아니고 마지막까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실사를 통해 오히려 가격이 내려가는 경우도 있으며, 당국승인이 나지 않으면 다른 후보들에게도 다시 협상기회가 주어진다”며, “보고펀드가 아직 자금조달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고, 당국에서도 또다시 보험사가 매물로 나올 경우 시장안전성 면에서 부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만약 한화생명이 ING생명을 인수할 경우 자산규모가 100조원으로 뛰어올라 흔들렸던 생보업계 2위 자리를 굳건히 할 수 있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두 회사 모두 설계사 채널이 주력이긴 하지만 여성설계사 조직과 남성설계사 조직으로 서로 성격이 달라 서로 보유하고 있는 고객, 상품, 타깃층이 다른 만큼 시너지가 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사업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고용승계 문제도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매물로 나온지 오래라 조직이 상한 부분은 있지만 유지율도 RBC비율도 좋고 충분히 매력적인 회사라 인수를 통해 안정적으로 운영할 의지가 확고하다”고 덧붙였다.
◇ ‘버냉키쇼크’ 새로운 변수 될까
한편, 최근 채권금리 상승에 따라 보험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채권평가손 문제가 불거지면서 ING생명 인수에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 한화생명이 일명 ‘버냉키쇼크’로 인한 채권평가손이 1조원에 이른다는 소식이 이어지면서 보험사의 건전성 평가기준인 RBC비율에 큰 타격을 입을 것이란 전망이다.
동양생명 역시 채권금리 상승 이전에 저금리에 따른 RBC비율 확충을 위해 보유하고 있던 채권 중 만기보유증권을 매도가능증권으로 계정재분류를 한 탓에 채권평가손이 발생, RBC비율이 크게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한화생명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파악단계에 있으며, 채권평가손이 1조원 수준에 달하지는 않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분명 채권가격 하락에 따른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금리상승 이전에 RBC가 올랐던 부분도 있고, 염려할 수준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M&A는 장기적으로 봐야하고, 채권금리는 변동적이기 때문에 다음분기에는 내려갈 수도 있다”며, “매도가능증권이나 듀레이션(만기)이 짧은 채권을 가지고 있는 비율이 각 사마다 달라 RBC 영향에는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리내 기자 pannil@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