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부터 대출금리 인하 본격 실시 “고심 중”
다이렉트 강화, “금리인하 여력 생각보다 없어”
대출모집 중개수수료 상한제 실시가 코앞에 다가옴에 따라 여신금융기관의 향후 행보가 주목되고 있다. 대부업법 개정안 발효로 인해 중개수수료를 5% 이하로 적용, 대출금리가 조정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법안 발효로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업권은 대부업과 저축은행이다. 대부업은 지난 몇 년간 중개수수료 상한제 도입을 준비해온 반면 저축은행은 상대적으로 미흡한 편이다.
저축은행들의 평균 중개수수료는 7%에 육박하며, 신용대출은 상한제 기준선보다 2배 가량 높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금융당국 또한 최근 저축은행들에게 대출금리 인하를 주문했다. 지난달 29일 금감원은 가계신용대출을 선도하는 7개 저축은행 CEO와 간담회를 개최, 대출금리의 합리적 조정을 당부했다. 대부업과 유사한 수준의 대출금리를 적용하고 있는 현 상황은 저축은행업계의 대외이미지 훼손 및 서민들의 이자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것.
이에 따라 저축은행들도 대출금리 인하를 시작하고 있다. 오는 12일부터 아주저축은행은 금리를 약 4%p 인하했다. 현대스위스·HK·현대저축은행 등 개인신용대출을 운영 중인 곳들도 금리 인하를 고심하고 있다.
반면, 이번 중개수수료 상한제가 저축은행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미풍’으로 그칠 수 있다는 주장 역시 제기되고 있다. 전체 저축은행들 중 중개인을 통한 대출영업을 실시하는 곳이 소수이고, 온라인·케이블방송 등 중개채널 외 영업라인을 활용하는 곳이 많아서다. 한마디로 저축은행들이 중개채널에 의존하는 비중이 낮아, 관련 효과에 의문점이 든다는 의견이다.
◇ 저축銀, 평균 중개수수료율 7%…평균 대출금리 15% 육박
대출모집인 포털사이트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저축은행의 평균 중개수수료율은 6.94%다. 여전사(3.36%)·손해보험(0.54%)·은행(0.51%)·생명보험(0.45%) 등 여타 금융업권 대비 최소 2배 이상 높다. 오는 12일부터 도입되는 상한선(5%) 보다도 1.94%p 높은 수치다.
저축은행별로는 현대저축은행의 평균 중개수수료율이 20.60%로 포털사이트에 공시된 45곳 중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이어 유니온(9.41%)·스마트(9.30%)·인성(8.96%)·S&T(8.65%)·세종(8.64%)·대한(8.30%)·부산HK(8.21%)·해솔(7.96%)·한울(7.87%)·키움(7.80%)·고려(7.42%)·HK(7.39%)·예가람(7.22%)·스타(7.04%)·청주저축은행(7.01%) 등이 평균 수수료율 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업계 평균 중개수수료율보다는 낮지만 상한제 기준보다 높은 곳도 9곳에 달했다. 공평(6.93%)·친애(6.80%)·참(6.56%)·대명(6.51%)·현대스위스4(6.41%)·세람(6.20%)·현대스위스(6.18%)·현대스위스2(6.08%)·모아저축은행(5.81%) 등은 평균 수수료율보다는 낮지만 상한 기준보다는 높은 수수료율을 중개인들에게 지급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를 종합하면 현재 45곳의 중개수수료율 공시 저축은행 중 상한 기준보다 높은 수수료율을 지급하는 곳은 25곳으로 절반가량의 저축은행들이 오는 12일부터는 수수료율 인하가 불가피하다. 공시를 반영할 때 저축은행들은 최대 15%p 이상 중개수수료율을 내려야하는 상황이다.
현대저축은행 관계자는 “중개수수료율이 20% 이상 나온 것은 자사와 저축은행중앙회와의 지급 및 산출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라며 “자사는 대출이자의 일정부분을 수수료로 지급한다”고 말했다. 이어 “자사는 누적 이자금액/분기 대출취급액으로 수수료를 계산한다”고 덧붙였다.
저축은행의 중개수수료율이 타 금융업권 대비 매우 높은 만큼, 대출금리는 최대 3배 가량 높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저축은행의 평균 일반대출금리는 14.78%다. 작년 12월(13.73%) 대비 1.05%p 올라간 수치다. 2금융권내에서도 신협(6.04%)·새마을금고(5.60%)·상호금융(5.42%) 대비 최대 9.36%p 금리가 높은 상황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올해 1분기 기준 저축은행 가계신용대출 평균금리는 34.8%로 매우 높으며, 일부 저축은행들은 법정최고금리(39%)를 적용하고 있다”며 “중개수수료 상한제 도입으로 저축은행의 투명하고 합리적인 대출금리 적용으로 실추된 이미지 회복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 금융당국, 대출금리 35% 이하로 낮춰라…저축銀, 대출금리 인하 돌입 중
대출중개수수료율 상한제 도입으로 금융원가 경감에 나선 금융당국은 최근 저축은행들에게 35% 이하로 신용대출금리를 인하할 것을 당부했다. 중개수수료 상한제 도입으로 원가가 절감된 만큼, 그 혜택을 서민들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금감원이 지난달 29일 7개 저축은행 CEO와 간담회를 개최, 대출금리의 합리적 조정을 이야기했다”며 “이 자리에서 최소 35% 이하로 대출금리를 인하할 것을 주문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이 같은 권고에 따라 지난주부터 저축은행들은 금리 인하를 실시했거나 고심 중이다. 아주저축은행은 오는 12일부터 가계신용대출 금리를 평균 3.5%p 인하한다고 지난 3일 밝혔다. 중개수수료 상한제 시행에 맞춰 대출금리를 전격 인하한 것. 아주저축은행 관계자는 “이번 금리인하 조치로 아주저축은행 가계신용대출상품 신규고객은 금리 인하 혜택을 받게 된다”며 “그간 신용도가 좋은 대출고객에게 낮은 금리를 적용해 금리비용 부담을 덜어줄 수 있도록 신용등급에 따른 차등금리제를 지속적으로 검토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중개수수료율 인하 도입취지를 살려 고객들에게 최대한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앞으로도 다양한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스위스·HK·현대저축은행 등도 대출금리 인하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현재 30% 초반대인 가계신용대출금리를 20%대로 낮추는 방안을 강구 중인 것. 현대저축은행 관계자는 “영업력 강화를 위해 금리인하를 고심 중”이라며 “에이전트 채널 외 영업채널에서 사업비용의 감소 요인이 없어 금리인하 여력이 크지는 않지만, 최대한 노력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 저축銀 영업력 축소 등 “먹거리 없어”…중개인 비중 낮아 효과에는 의문
반면, 이번 중개수수료율 상한제 도입 효과가 저축은행업계에 미치는 효과가 미비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지난 3년간 부실사태를 거치면서 저축은행 영업력이 축소돼 신규 대출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중개인채널 비중이 30% 미만인 곳이 많아 기대만큼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한 대형 저축은행 관계자는 “중개수수료율의 하락으로 약 4~5%p 가량 금리인하가 예상되고 있다”며 “그러나 대부업 대비 중개인 비중이 낮은 저축은행으로서는 관련 효과가 미비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저축은행들이 다이렉트 영업에 집중, 중개수수료율 인하가 별다른 효과가 없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예컨대 저축은행들이 100만원 대출을 실행할 경우 중개인 채널에서는 현재 약 10%의 수수료가 지급되는 상황이다. 온라인·케이블방송 등 여타 채널에서는 중개인 채널보다 수수료율이 훨씬 높다. 통상적으로 온라인은 20%, 케이블방송은 40%의 사업비가 빠져나간다고 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저축은행들은 신규대출 확대를 위해 중개인뿐 아니라 온라인·케이블방송 등 다이렉트 영업채널 또한 확대하는 추세”라며 “다이렉트 채널에서는 통상적으로 초기 인프라 구축비용이 높아 중개수수료 상한제로 인한 금리인하여력이 상대적으로 적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신규대출이 감소하고 있는 점도 이 같은 우려를 뒷받침한다. 가계신용대출은 일정수준의 물량이 뒷받침 돼야 수익성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저축은행의 총 여신규모는 31조3884억원이다. 이는 전년동월(42조6807억원) 대비 11조2923억원 급감한 수치다. 추세를 보면 지난 9월(36조2073억원) 처음으로 30조원대를 기록한 이후 6개월 만에 약 5조원 줄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가계신용대출에서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일정수준의 물량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신규대출건수가 많거나 대출신청액수가 커야 수익성이 보장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개수수료 상한제 도입은 중개인 채널에서의 사업비용은 감소하지만 여타 영업채널의 사업비용과는 관련이 없다”며 “저축은행 전체 영업채널에서 중개인채널 비중은 20~30%에 불과, 관련 효과는 생각보다 미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저축은행 대출중개수수료율 현황 〉
(기준 : 2013년 3월, 자료 : 대출모집인 포탈사이트)
서효문 기자 sh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