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MS, 59개 공기업과 협약 “향후 동력 기대”
서울신용평가정보(이하 서신평정보)가 우여곡절 끝에 새 주인을 맞은 지 반년이 지났다. 작년 11월 진원E&C가 새 주인이 된 이후 서신평정보는 경영정상화의 조짐을 보이며 순항됐다. 작년 3분기에는 당기손익이 흑자로 전환했다. 이 추세는 작년 말까지 이어지며 경영수치가 안정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최근 서신평정보는 다시 암울한 상태에 빠졌다. 자본잠식률은 2011년 12월보다 높아졌으며, 작년 3분기 이후 흑자로 돌아섰던 당기손익도 올해 1분기에 적자로 재전환됐다. 서신평정보의 올해 1분기 분기보고서를 보면 2011년보다 나빠진 상태다. 새 주인을 맞아 희망찬 행보를 시작했던 6개월전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서신평정보는 이 같은 실적하락의 원인을 ‘수장의 부재에 따른 여파’라고 설명한다. 지난 7~8년간 수장이 없는 상태로 인해 영업력이 하락, 그 여파가 현재까지 이어져왔다는 것이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곳이 여러번 변경, 그 혼란이 지속됐다는 얘기다.
하지만 서신평정보는 현재를 비관적으로만 바라보지 않고 있다. 곧 출시예정인 ‘PMS건설공사대금 지급확인 서비스(이하 PMS)’로 새로운 성장동력의 한축을 마련하고, 지속적인 동력 찾기에 열중해 정상화 단계를 차근차근 실행한다는 의지다. 종합적으로 서신평정보 측은 현재를 ‘숨고르기 중’이라고 말하고 있다.
◇ 1분기 당기손익, 적자전환…자본잠식률 작년比 3.1%p 상승
공시에 따르면 서신평정보의 올해 1분기 당기손익은 6억원 적자다. 전년동기(2억원 적자) 대비 적자 폭이 4억원 늘어났다. 영업수익도 85억원을 기록, 전년동기(89억원) 보다 소폭 하락했다. 반면, 사업비는 93억원으로 전년동기와 유사한 수준을 나타냈다. 작년 상반기에 당기손익이 흑자로 전환된지 6개월여만에 다시 적자전환된 것. 개선추이를 보이던 자본잠식률도 상승, 2011년보다 나빠졌다. 2011년 30.5%를 기록했던 자본잠식률은 작년에 하반기 실적개선으로 1.7%p 내려간 28.8%를 보였다. 그러나 올해 1분기 자본잠식률은 31.9%로 작년 대비 3.1%p, 2011년 보다 1.4%p 상승해 반년간의 성과가 빛을 바랬다.
주요사업부분의 매출실적을 보면 채권추심과 신용조회가 대부분의 비중을 차지했다. 채권추심은 36억원, 신용조회는 35억원의 매출액을 1분기에 기록했다. 그 외에 신용조사 12억원, 신용평가 5100만원을 나타냈다. 특히 매출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채권추심의 경우 전년동기(42억원) 대비 6억원 감소했다. 신용평가부분도 2100만원 줄었다. 신용조회부문은 전년동기(35억원)와 유사한 수준을 기록했다. 반대로 신용조사부문은 전년동기(10억원) 대비 매출액이 2억원 증가했다.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 또한 채권추심·신용평가는 줄어든 반면 신용조회 등 나머지 부분은 늘어났다. 올해 1분기 매출액에서 채권추심은 42.2%, 신용조회는 40.9%의 비중을 보였다. 전년동기(46.7%) 대비 4.5%p 축소됐다. 신용평가도 0.8%에서 0.6%로 0.2%p 낮아졌다. 이와 반대로 신용조회는 전년동기(39.7%) 보다 1.2%p 높아졌다. 그밖에 신용조사부문도 11.29%에서 13.9%로 비중이 커졌다.
업계 관계자는 “NICE신용평가정보, KCB 등 신용조회업을 중심으로 하는 신용평가사들을 제외하고 대다수의 신평사들은 채권추심이 수익성의 큰 부분을 차지했다”며 “현재 국민행복기금, 프리워크아웃 등 채권추심업계의 존립을 위협하는 사항들이 산재, 서신평정보 또한 그 여파를 피해가지 못하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이어 “서신평정보뿐 아니라 올해는 채권추심업을 영위하는 신평사들이 적자 및 수익감소를 기록하는 첫 해가 될 것”이라며 “신용평가업이 제한적인 서신평정보로서는 신용조회업의 성장 둔화, 채권추심업의 존폐 위기 등으로 어려움이 지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신평정보 관계자는 “작년 8월 현 대주주인 진원E&C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후 6개월간 조금씩 경영정상화 조짐을 나타냈다”며 “올해 1분기 실적만으로 논의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성도 대표가 선임되고 대주주가 변경된 가운데 경영정상화 계획을 가지고 있다”며 “업계가 어렵지만 점진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 3개월만에 실적 하락…“장기간 경영권 공백의 여파”
점진적으로 개선추이를 보이던 경영실적이 3개월만에 다시 악화된 것에 대해 서신평정보는 과거 리스크 여파라고 설명한다. 지난 7~8년간의 경영권 공백에 따른 부작용이 최근들어 다시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서신평정보 측은 “경영권 공백으로 인해 인력 및 영업력 등 인프라 투자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며 “그 결과 영업조직이 많이 와해됐고, 현재는 이를 수습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김윤식 前본부장(現솔로몬신용정보 대표이사)이 재직할 당시 영업력 확대를 이룩했지만, 경영권 공백으로 그 성과가 퇴색된 것. 정부의 서민금융 확대 기조에 따른 채권추심시장의 수익성 악화, 포화상태에 이른 신용조회시장 등 업계 현황도 이 같은 경영실적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
업계 유일의 4개 라이센스 보유 또한 경영개선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서신평정보는 신용정보업계에서 유일하게 채권추심, 신용조회, 신용평가, 신용조사 4개의 라이센스를 가지고 있는 신평사다. 서신평정보 관계자는 “사업 라이센스 4개를 보유한 것은 장점이지만, 현재의 상황에서는 애매하게 작용하고 있다”며 “4개의 라이센스로 인해 분야별 집중육성이 이뤄지지 않았고, 앞서 설명했듯이 사전 투자가 실행되지 않은 가운데 새로운 수익창출이 어려운 상태”라고 토로했다.
이어 “여타 신용정보사들이 인터넷 비즈니스 등 신사업 투자에 주목하고 있는 가운데 서신평정보도 같은 기조를 걸을 계획”이라며 “우선 경영실적 개선에 매진하고 어느정도 성과를 보인 다음 IT 및 DB확보에 집중 투자할 방침으로 현재 숨고르기 중”이라고 덧붙였다.
◇ 7월 오픈 예정 PMS, “신사업 투자 미진 속 희망”
숨고르기에 돌입한 가운데 서신평정보가 기대하고 있는 장기동력은 오는 7월 오픈예정인 PMS다. PMS는 대금 및 임금 지급확인서비스로서 공공 공사에서 시행하는 노무비 및 하도금 대금 지급확인제도 이행을 확인할 수 있다. 원·하도급사의 지급결과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관련 제출서류 및 문자발송 기능을 제공한다. 하도급 대금과 임금체불을 최소화해 리스크 관리 및 제도 이행에 따른 업무를 간소화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정부가 주창하고 있는 창조경제의 핵심이념 중 하나인 동반성장에도 부합, 장기적인 성장동력으로서의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 서신평정보 관계자는 “남양유업 사태에서도 알 수 있듯이 국내 대기업·중소기업간의 불합리한 관행이 많다”며 “특히 건설분야에서는 하도급업체 대금 및 임금 체불 등이 많은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의 정책기조 중 하나인 동반성장에도 부합, 현재 59개 공기업과 관련 협약을 맺었다”며 “당장 수익이 나오지 않터라도 장기적으로 보면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서신평정보 경영실적 추이 〉
(단위 : 억원)
〈 서신평정보 주요사업별 매출비중 〉
(단위 : %)
(자료 : 서울신용평가정보)
서효문 기자 sh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