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조경제는 창의성을 바탕으로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의 융복합을 통해 산업 육성 및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에 의의를 두고 있다. 이 말을 풀이하면 미래산업의 중추인 중소기업을 육성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하는 벤처기업 육성은 창조경제에 있어 뗄 수 없는 과제인 것.
창조경제 실현 외에도 정부가 벤처투자 활성화 방안을 발표한 이유는 작년 초기기업에 대한 자금투자가 전년 보다 감소하는 등 관련 투자가 미진하기 때문이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작년 벤처캐피탈(이하 VC)업계의 초기기업투자는 전년 보다 소폭 줄었다. 물론 투자규모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이는 정부/기금, 모태펀드, 정책금융공사 등 공공부문의 투자비중이 증가한 것에 기인해 민간 투자는 상대적으로 비활성화된 상황이다.
◇ 현재 VC투자현황…1년 이하 초기기업 투자 낮아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작년 VC 신규투자액은 1조2333억원으로 전년(1조2608억원) 대비 275억원 감소했다. 올해 1분기(2013년 1월~3월) 신규투자액은 2148억원이다. 총 투자잔액은 전년(3조5913억원) 보다 3612억원 늘어난 3조9252억원이다. VC 신규투자액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에 7247억원을 기록한 이후 점진적인 증가 추세를 보이면서 2010년(1조910억원)에 1조원을 돌파했다. 이후 3년간 1조원 이상의 신규투자 규모를 나타내고 있다.
VC 신규투자 규모가 점진적으로 확대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아직 미흡하다고 보고 있다. VC 투자 중 공적자금 투자 비중이 급증하고 있고, 초기기업에 대한 투자가 미비해서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작년 정부/기금, 모태펀드 등 정책자금의 VC 투자 비중은 38.4%를 기록했다. 정책자금의 VC투자는 2003년 32.6%를 기록한 이후 꾸준히 20%를 기록하다가 2009년 32.3%로 30%를 재돌파했다. 이후 꾸준히 상승해 현재 VC 투자 중 약 40%를 정책자금이 담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중 모태펀드의 투자비중은 전년 보다 2배 이상 늘어나 눈길을 끌었다. 작년 모태펀드 투자비중은 28%로 전년(11.6%) 대비 17.4%p 증가했다. 그 결과, 2009년 이후 민간의 VC투자는 감소하고 있는 반면, 정책자금의 투자는 꾸준히 증가해 민간부문의 VC투자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정유신 한국벤처투자 사장은 지난 1월 열린 ‘중소기업 발전을 위한 새로운 정책방향과 금융의 역할’ 세미나에서 “VC시장의 성장은 정책자금 투입에 기인한다”며 “정책자금 투입부분을 제외한 초·중기 VC 투자는 크게 늘지 않았다”고 설명한바 있다. 이뿐 아니라 초기기업에 대한 투자 역시 소폭 감소했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작년 1~3년 이하 초기기업에 대한 VC 신규투자액은 3696억원으로 전년(3722억원) 보다 26억원 줄었다. 특히 1년 이하 초기기업에 대한 VC 신규투자는 1396억원으로 전년(1745억원) 대비 349억원 감소, VC사들이 초기기업에 대한 투자를 소극적이다.
창업지원 자금인 엔젤펀드 또한 10년 사이 1/20의 수준으로 감소했다. 2011년 엔젤펀드 투자액 및 투자자는 296억원, 619명이다. 2000년(5493억원, 2만8875명) 대비 투자액은 5197억원, 투자자 수는 2만8256명 줄었다. 구정한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창업 후 3년 이하인 초기단계 기업에 대한 투자비중은 30.0%로 창업 후 7년 초과 기업의 투자비중(44.6%) 보다 약 15%p 낮다”며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투자자의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강화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정부, 관련 대책 발표…“M&A 규제부담 감소 및 세제혜택 확대”
벤처투자 활성화를 위한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는 주장이 지속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최근 관련 대책을 내놨다. 정부는 15일 경제관계장관회의를 개최, ‘벤처·창업 자금생태계 선순환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창업 → 성장 → 회수 → 재투자·도전’의 과정이 선순환되도록 해 국내 벤처생태계를 재구성 하려는 취지다. 정부가 곧 발표할 ‘창조경제 실현계획’ 중 우선 시급한 과제들을 해결하자는 차원이다. 그간 고질적 문제로 제기된 엔젤투자, 회수 및 재투자, 실패 후 재도전 부분의 병목현상 해소에 중점을 두고 있다.
우선 벤처 1세대 등 성공한 선배들의 후배 세대에 대한 재투자 및 멘토링 기반을 견고히 구축한다. 이를 통해 벤처·창업기업의 ‘고위험·고수익’ 구조에 부합한 지원이 되도록 창업기업의 자금조달 구조를 ‘융자 → 투자’ 중심으로 변경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엔젤매칭펀드뿐 아니라 성공 벤처기업이 후배 청년기업에 투자하는 ‘후배육성펀드’를 조성한다. 올해 중으로 1000억원 규모를 구성할 계획이다. 성공 벤처기업이 청년기업에 투자하기 위해 펀드를 조성하면 모태펀드를 통해 최우선으로 출자할 방침이다.
또 경영권 이전을 수반하는 주식 매각을 통해 마련된 자금을 일정기간내 벤처기업에 재투자할 경우, 처분시까지 양도소득세(10%)를 과세 이연한다. 전략적 제휴 목적으로 비상장 주식을 교환하는 경우에도 매도기업 주주가 교환 주식을 처분할 때까지 양도소득세를 과세이연키로 결정했다.
기획재정부 측은 “창업 초기기업들의 자금조달 방식은 융자가 대부분”이라며 “이번 방안은 자금조달 방법을 융자에서 투자 위주로 바꾸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엔젤투자에 대한 지원도 강화한다. 정부는 엔젤투자에 대해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세제혜택을 부여한다. 투자금액 5000만원까지는 소득공제 비율을 30%에서 50%로 확대하고, 초과분은 현행과 동일한 30%를 소득공제 한다. 연간 종합소득 중 공제한도 역시 40% → 50%로 늘린다. 이는 일본(40%) 보다 10%p 높고, 미국·싱가포르와 동일한 수준이다.
소득 공제 대상도 기존 벤처기업에서 ‘기술평가를 통과한 창업 3년 이내 기업’으로 확대했다. 소득공제 실효성 제고를 위해 엔젤투자는 특별공제종합한도 적용시 예외를 허용키로 했다.
특히 벤처투자의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 회수시장 개선 또한 실시한다. 초기투자에서 재투자까지 약 10년이 걸리는 실상을 고려해 M&A를 활성화, 중간회수시장을 확대한다. 정부는 신기술 등 기술획득을 목적으로 하는 M&A를 활성화하기 위해 ‘기술혁신형 M&A’ 개념을 도입했다. 기술혁신형 M&A란 벤처기업 또는 매출액 대비 R&D투자 비중 5% 이상 중소기업을 세법상 시가의 150% 이상의 가액으로 인수·합병하는 것을 말한다. M&A를 활성화하기 위해 우선 특수 관계가 없는 정상적인 인수·합병 거래의 경우 원칙적으로 증여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키로 했다. 또 M&A 거래액 중 기술가치 금액의 10%를 법인세에서 면제했다.
벤처생태계에 투자하는 대기업에게도 혜택을 부여한다. 대기업이 지분 30% 이상을 인수해 최대 출자자가 되면 계열사 편입 부담을 줄여준다. 벤처기업이나 연구개발(R&D) 투자 비중이 매출액 대비 5% 이상인 기업을 대기업이 인수하면 계열사 편입을 3년 유예하키로 한 것. 또 중소기업간 M&A로 합병기업이 중소기업의 범위를 넘어서더라도 중소기업 혜택이 3년간 유지된다.
그밖에 오는 7월 출범을 예정하고 있는 창업 초기단계 중소기업 전용 시장인 KONEX에 대한 제도적 유인책을 개선한다. VC가 상장 후 2년 내의 코넥스 기업에 투자하면 양도차익과 배당소득, 증권거래세 등을 비과세하는 등 비상장 벤처기업 투자와 동일한 세제 혜택을 적용키로 했다.
◇ 미래창조펀드, 성장사다리펀드 등 정책자금 지원도 확대
정책자금 지원 역시 확대한다. 우선 창업 초기 손실을 정책금융이 먼저 흡수하는 5000억원 규모의 ‘미래창조펀드’를 조성한다. 2000억원은 창업초기 분야에, 3000억원은 M&A 등 성장기에 활용할 계획이다. 민간 투자를 견인하기 위해 기존펀드와 달리 창업초기 투자에 대해 수익을 우선 분배하고, 공공자금 우선손실 충당 방식 계정도 200억원 규모로 운영한다.
2조원 규모의 성장사다리 펀드도 조성할 계획이다. 신·기보의 평가 모델 및 기업은행의 기업 정보 등을 활용해 주식, 메자닌, 유동화 증권, 융자 등 다양한 형태를 구성한다. 지식재산권 보호, M&A, IPO, 재기지원 등 성장·회수 단계에 필요한 자금을 중점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실패 또는 구조조정 기업의 구주를 인수하고 새로운 자금을 지원하되, 기존 경영진의 경영권은 유지하고 경영성과에 따른 지분인수권을 부여해 재기를 지원한다.
또 융복합 맞춤형 보증제를 신설하고, 1000억원 규모의 M&A보증 등을 신규 도입한다. 우선 기술·산업 융복합을 추진하는 중소기업에게는 일회성 보증방식에서 탈피, 기술이전 및 사업화 등 전 단계에 걸쳐 3000억원 규모의 맞춤형 보증을 공급한다. 이뿐 아니라 중소기업간 M&A에 따른 자금조달 애로를 해소하기 위해 금융기관에서 차입하는 M&A자금에 대한 보증을 1000억원 규모로 실시할 계획이다.
우수 기술을 보유한 외국인의 국내 창업 및 투자촉진을 위해 ‘창업 비자’ 제도도 확대된다. 종전까지는 국내 이공계 학사 학위 이상 소지자 중 지식재산권을 보유하고 관련 분야에서 벤처기업을 설립할 경우에만 창업비자를 발급했다. 앞으로는 법인 창업을 하는 경우도 발급 대상이 된다.
한편, 정부는 벤처 투자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기술 유용 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는 방침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하도급 거래 지침을 개정해 기술 유용에 대해 원칙적으로 검찰 고발하고, 이러한 행위에 대한 과징금도 최고 등급을 적용해 매기기로 했다.
서효문 기자 sh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