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005년 세계 51위 꼭지점 찍은 KB 추락, 이젠 혼조세
2011년 기준 19조 8427억원을 나타낸 산은금융지주에게 1위를 내 주고 한 해 전인 2010년 기준으론 17조 7848억원을 이루며 반짝 추월했던 우리금융지주에 1등을 내 준 아픔을 설욕할 전망이다. 원화기준 기본자본 규모차이는 2010년 우리금융과 706억원 부족했고 2011년 산은지주에는 3470억원 뒤졌다.
2001년 옛 국민은행과 주택은행 합병 후 리딩뱅크 자리는 한동안 통합 국민은행의 독무대였다. 하지만 지주사 체제로 일찌감치 전환한 신한지주와 우리금융이 호기가 찾아오면 놓치지 않고 M&A를 성사시키며 비은행 자회사는 물론 은행 합병까지 성공시키면서 배타적 우위는 무색해 진 바 있다. 2005년 기준 세계 51위까지 치고 올라 갔던 국민은행 합병효과는 빠르게 쇠퇴, 지주전환 후인 2010, 2011년 기준 국내 2위로 밀려났다가 간신히 국내 1위로 돌아왔다. 내친 걸음에 올 1분기가 지나면서 경쟁 금융그룹과의 격차가 더욱 벌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KB금융에 따르면 3월 말 현재 기본자본 잠정치가 21조 910억원이기 때문이다. 기본자본 규모 면에선 지난 1분기 말 현재 21조 910억원으로 다른 경쟁 금융그룹과의 격차를 더욱 벌였다. 그런데 천신만고 끝에 국제적 평가에선 국내 1위지만 내용 면에선 리딩뱅크 옛 영광을 되찾은 것으로 보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 1분기 경영실적 뜯어보니 아무에게도 없는 경쟁 우위
기본자본 규모만 1등일 뿐이라면 총자산 등 또 다른 외형 지표 1등중 하나에 그치기 때문이다. 실제 총자산 기준으로는 우리금융이 418조원으로 368조 4000억원의 KB금융이나 351조원의 신한지주를 멀찌감치 따돌렸다. 외형기준 또 다른 1등에는 하나금융도 이름이 올라왔다.
하나금융은 원화 기준 총여신 규모가 3월 말 현재 217조 8040억원으로 211조 4890억원에 이른 우리금융을 따돌리고 1위로 올라섰다. 결국 외형 부문은 절대 1위조차 없다는 뜻이다. 범위를 넓히면 더욱 기막힌 모습을 목격하게 된다. 수익성과 자산건전성, 비용효율성, 사업라인의 균형감 등 항목이 늘어날 때마다 선두를 달리는 주자가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2013년 1분기 따끈따끈 새로운 지표들이 펼쳐 낸 광경이다.
◇ 비용효율성 높으나 이자이익률 미흡…강점 분야 빼면 죄다 평범
지금까지 실적을 발표한 은행권 모든 대형 상장사가 지닌 공통점이 선두를 달리는 지표를 빼면 다른 부문에선 평범해지기 일쑤라는 사실이다.
KB금융의 경우 기본자본력은 1등으로 복귀했을지 몰라도 투 톱 자회사인 국민은행과 KB국민카드가 총여신 209조 4027억원을 활용해 벌어들인 이자이익은 1조 5737억원으로 이익률이 0.75%에 그친다. 총여신 이자이익률 0.75%는 1조 218억원의 이자이익을 번 기업은행과 동률이다. 이 지표로 보는 이익창출력 1등은 신한지주로 199조 5930억원의 총여신으로 1조 6069억원의 이자이익을 남겨 이익률 0.81%로 가장 앞선다. 비록 우리금융이 1조 6850억원의 이자이익으로 이익률 0.80%로 바짝 따라 붙고 있지만 자산건전성 지표 면에서 다른 경쟁그룹에 앞서 있다는 게 신한지주의 장점이다. 부실채권 비율은 신한지주가 1.32%로 하나금융의 1.33%보다 낫고 우리금융은 2.01%로 은행지주사 중 가장 나쁜 수준이어서 다른 지표의 우수함을 상쇄시키고 만다. 고정이하부실여신에 대한 충당금 면에서도 164%를 이룬 신한지주 뒤로 가장 근접한 곳이 기업은행 149.7%와 KB금융 145.5%일 뿐이다.
기업은행은 은행권 본연의 이익이라 할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 규모에 비해 판매관리비를 얼마나 쓰는지를 따지는 판매관리비용율 면에서 40.01%로 다른 은행 상장사들보다 비용효율성이 빼어났다. 신한지주가 48.96%로 40%대에 들었을뿐 KB, 우리, 하나 등은 50%를 훌쩍 넘고 있기 때문이다.
◇ 글로벌 위기 후 해외 사업기회 적극 살린 일·중보다 못난 국내 금융
특히 하나금융은 외환은행 완전자회사 편입을 서두른 결과 여러 지표에서 악화 또는 미흡함을 감수해야 했다. 총여신이 가장 많아질 정도로 성장을 이룬 반면 외환은행 완전자회사 편입 과정에서 지주사 쪽에서 480억원 외환은행 쪽에선 무려 4971억원 규모의 매수청구권 행사가 이뤄지는 바람에 기본자본 규모가 하나금융 홀로 감소세를 나타냈다.
바깥으로 드러나는 덩치(외형)부터 수익성, 자산건전성, 자본적정성, 비용효율성 등 여러 지표에서 경쟁우위를 두루 확보한 금융사가 없다는 것은 ‘메가뱅크론’이 얼마나 허상인지 논박할 근거로도 유용해질 전망이다. 후발 은행지주 한 고위관계자는 이와 더불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유럽계 은행을 중심으로 해외 비즈니스를 축소할 때 일본과 중국 은행들이 해외 사업에서 큰 성과를 냈던 것과 달리 국내 은행권은 별 존재감이 없었다”고 비판했다. 관치 때문이냐 금융계 스스로 능력부족이냐 여부를 떠나 경쟁력 없는 대한민국 금융계, 무엇으로 먹고 살 것인지 비관적 전망이 우세해질 법한 지경이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