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코 측은 향후 5년간 국민행복기금으로 66만8000명의 채무자들을 지원할 계획이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지난 26일 “국민행복기금을 차질없이 운영해 나갈 것”이라며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제도를 만든 것이 중요하고, 도덕적 해이 또한 최소화 해 실효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이뿐 아니라 신용회복위원회에서 운영 중인 ‘개인·프리워크아웃’ 역시 확대한다. 국민행복기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 단기 연체자들의 채무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다. 이런 기조 속에서 신용·추심업계는 딜레마에 빠졌다. 국내 경기침체가 지속돼 영업에 타격을 받은데 이어 서민 채무조정 지원 확대를 통해 또 다른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의지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업계 존립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 국민행복기금 접수 및 개인·프리워크 신청 급증…정부, “지원 확대”
신복위에 따르면 2003년 개인프리워크아웃제도가 실시된 이후 약 10년만에 신청자는 110만명에 달한다. 신규 신청건수도 매년 꾸준히 증가해왔다. 2003년 6만3055명이었던 개인워크아웃 신규 신청건수는 2012년 7만1795명으로 약 1만명 이상 증가했다.
2009년 시작된 프리워크아웃도 급증하고 있다. 2009년 프리워크아웃 신청건수는 8431건으로 집계됐다. 작년 신규 신청건수는 1만8331건으로 4년간 2배 이상 늘어났다. 신복위 관계자는 “서민들의 경제가 어려운 가운데 개인·프리워크아웃 신청건수는 꾸준히 늘어났다”며 “개인워크아웃은 작년까지 109만2006명, 프리워크아웃은 4만8541명이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위 수치에서도 알 수 있듯이 현재 서민들의 부채부담이 높은 가운데 정부는 채무조정제도 확대를 실시할 방침이다. 2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는 국민행복기금 가접수에 따른 후속조치로 신복위의 개인·프리워크아웃 지원을 확대한다. 현재 프리워크아웃 적용대상은 연체기간 1~3개월 단기연체자다.
확대 내용은 다음과 같다. 최근 1년 이내 연체일수가 총 30일 이상(연 소득 4000만원 이하)일 경우 프리워크아웃을 신청할 수 있다. 연체일수가 이어지지 않아도 연체일의 누적 총합이 30일 이상이면 신청 자격이 생기는 것. 신복위 관계자는 “개인·프리워크아웃 적용대상을 확대한다”며 “작년 8월 프리워크아웃 신청시 이자율 감면 범위를 30%에서 50%로 확대한 데 이어 적용 대상 및 감면율을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채무 감면율이 현행 50%에서 60%로 늘어나는 대상은 미성년 자녀 3명 이상을 둔 다자녀 가구, 한부모 가정, 고엽제피해자, 탈성매매여성, 장애인, 장애인 부양자, 70세 이상 고령자 부양자, 상이등급 국가유공자, 주민등록말소자, 5·18 유공자, 북한이탈주민, 노숙인 등이다”며 “기초수급자, 중증장애인, 70세 이상 고령자는 채무 감면율이 현행 50%에서 70%까지 확대된다”고 덧붙였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서민들의 부채부담이 늘어나는 가운데, 정부 및 당국에서는 이를 경감시키기 위해 채무조정제도를 확대시행할 방침”이라며 “국민행복기금에서 소화하지 못한 서민들을 위해 개인·프리워크아웃제도 적용 범위를 확대했다”고 말했다. 이어 “원금 감면의 경우 일정 수준의 채무이행을 통해 결정할 것”이라며 “탕감이라는 부분에 있어서 금융사의 부담이 높아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현 상황을 고려할 때 채무조정제도의 확대는 불가피한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 채무조정지원 확대…신용·추심업계, “이익 감소 불가피”
정부 및 금융당국이 채무조정지원을 확대키로 함에 따라 가장 많은 피해를 보는 곳은 신용·추심업계다. 정부의 취지에는 공감하나, 관련 지원제도 수가 많은 관계로 업계 존립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채무조정지원 확대로 인한 ‘고의연체’ 기조가 팽배할 것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신용정보협회 관계자는 “채무조정지원 확대는 서민들의 부채부담이 급증한 가운데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현재 시행하고 있는 지원책이 너무 많아 돈을 갚을 수 있는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 고의연체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어 “금융업권 성장이 둔화되고 있는 가운데 신용·추심사의 성장세도 주춤하고 있다”며 “업계에서는 특수금융채권을 주로 취급하고 있는 은행계 신용·추심사들의 타격이 클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한 대형 추심사 관계자도 “국민행복기금 도입에 대해 문제 삼는 것이 아니다”며 “채무조정 지원제도 확대에 따른 모럴해저드가 문제”라고 우려했다.
이어 “지원제도가 확대됨에 따라 적용대상에 포함된다는 기대감에 따른 ‘고의연체’가 팽배할까봐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가장 큰 타격이 예상되는 은행계 신용·추심사들의 경우, 채무조정지원 확대에 따른 올해 하반기 영업실적 급락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추심용역수수료 하락에 대한 고민이 깊다. 국민행복기금의 채권매입방식은 현재 진행 중인 개별신청과 일괄매입 2가지로 나뉜다. 개별신청의 경우 채권추심의 중단사태가 발생하고 일괄매입은 수수료하락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은행계 신용·추심사 한 관계자는 “민간 금융사와 약정시 채권추심용역수수료는 평균적으로 25~28%로 맺는다”며 “국민행복기금 일괄매입의 경우 채권추심을 신용·추심사에게 위탁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경우 기존 신용회복기금과의 계약을 감안할 때 민간 금융사 약정보다 약 5~7%p 낮은 수준의 수수료 약정을 체결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는 신용·추심사들에게 적지 않은 금액”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작년에 은행계 신용·추심사들의 채권추심수수료는 각사별로 차이는 있지만 조금 늘었다”며 “그러나 올해 1분기에는 전년동기 대비 1/3 정도 감소할 것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어 “수수료 수입 감소도 있지만 원금감면 역시 은행계 신용·추심사들의 머리를 썩히고 있다”며 “이 또한 수익 감소의 요인이며, 현재 서민금융 관련 지원책이 너무 많다”고 토로했다.
◇ 금융당국, “서민금융 지원책 통합도 고려”
금융당국에서도 이 같은 신용·추심업계의 의견에 대해 일정부분 공감하고 있다. 서민금융은 크게 3가지 카테고리로 나눠진다. 서민대출, 고금리 전환대출, 채무조정이 그 것. 신제윤 금융위장도 취임 후 첫 업무보고에서 “서민대출의 경우 해당 지원책이 많다고 생각한다”며 통합을 고려할 수 있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금융위 관계자는 “당국에서도 1357콜센터, 나들목 창구를 통합하는 등 서민금융 지원책의 일원화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며 “아직 구체적으로 논의되기 있지는 않지만 충분히 생각해볼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현재 서민들의 부채 부담이 높아 지원책을 적극 실시해야 한다는 기조는 변함이 없다”고 덧붙였다.
〈 은행계 주요 5개 신용·추심사, 채권용역수수료 수익 〉
(단위 : 억원)
(자료 : 각사)
〈 개인·프리워크아웃 신청건수 연도별 추이 〉
(단위 : 건수)
(자료 : 신용회복위원회)
서효문 기자 sh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