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3일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부실채권정리기금(이하 정리기금)의 운용 성과 및 부실채권시장의 향후 발전과제’ 심포지엄이 열렸다. 심포지엄에서는 지난 2월 운용이 종료된 정리기금에 대한 평가와 NPL시장이 지향해야 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됐다.
참석자들은 정리기금이 △NPL 정리기법 다각화 △해외 노하우 전파 등의 성과를 나타냈다고 평가했다. 최근 높은 수익률을 통해 국민행복기금 등 국민경제 안정화를 위한 기반 구축에도 일조했다고 입을 모았다. 단, 상호저축은행 및 신용협동조합 등 제2금융권의 NPL정리에는 미흡한 점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향후 NPL시장에 대한 발전방향에 대해서는 ‘독과점화 타파’ 및 ‘공적 보증기간 보유 NPL관리 일원화’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민간 NPL시장은 상위 AMC(자산관리회사) 2개사가 70%가 넘는 점유율을 나타내고 있어 이를 타개하기 위한 공정경쟁 확대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국내에 성숙한 NPL시장 구현과 현 과점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 캠코 등의 공적 AMC 참여가 현재보다 확대돼야 한다는 얘기다.
◇ 부실채권 정리기금 성과…“NPL정리 다각화, 관련 노하우 해외 전파”
세미나에 참석한 토론자들은 지난 2월 운영이 종료된 정리기금은 국내 NPL시장 발전에 많은 기여를 했다고 평했다. 가장 높이 평가하는 점은 2가지다. △NPL 정리기법의 다각화 △NPL정리기법 해외 전파다. 정기기금은 IMF 외환위기 이후 약 15년의 운용기간 동안 국제입찰, 자산유동화(ABS), 기업구조조정, 기업채권 개별 매각 및 경매, 직접회수 등의 방법으로 보유 NPL을 정리했다. 1997년 IMF 외환위기로 발생된 약 219조원의 NPL의 43%(111조원)를 인수했다. 인수 당시 투입된 자금은 39조2000억원이다. 캠코는 투입자금의 122%를 회수하는 성과를 거뒀다.
장영철 캠코 사장은 “NPL정리를 위해 ABS 발행, 국제입찰, AMC(자산관리회사)·CRC(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 등 합작투자사 설립을 통한 매각 등 다양한 금융기법을 개발했다”며 “이후 민간 AMC들의 참여로 NPL시장이 확대됐으며, 이는 캠코의 정리기금이 NPL시장 발전을 선도한 노력의 결과”라고 말했다. 정리기금을 통해 국내 NPL시장이 형성됐으며, 민간 AMC 참여 및 발전에도 기여했다는 얘기다.
오규택 중앙대 교수도 “NPL시장은 금융권의 녹색시장”이라며 “녹색산업처럼 금융권에서 발생한 부실을 처리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이어 “2008년 금융위기에서도 알 수 있듯이 NPL시장은 글로벌화 됐으며, 이 추세는 더욱 커질 것”이라며 “정리기금은 높은 회수율에 따른 잉여금으로 신용보증기금, 국민행복기금 등에 출연, 간접적으로 서민경제 안정화에 기여했다”고 덧붙였다.
NPL정리기법 노하우 해외전파도 성과로 꼽았다. 정리기금 출범 당시인 1997년 국내의 NPL시장은 초창기였고, 관련 금융기술 또한 매우 미흡했다. 하지만 캠코는 현재 13개국의 해외기관과 관련 MOU를 체결했고, 4개국의 해외 컨설팅을 수행하는 등 아시아부문 최고의 NPL정리 기법을 가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맨땅의 헤딩’으로 시작해 15년간 노하우가 쌓이면서 수준 높은 정리기법을 보유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이날 발표자로 나선 고성수 건국대 교수는 “정리기금 초장기에는 기술력이 미흡해 NPL정리 컨설팅에서 외국펀드를 활용, 높은 수수료를 지불했다”며 “이는 아쉬운 점이 있지만, 이 같은 시행착오를 통해 정리기금의 NPL정리기법 수준을 꾸준히 끌어올렸으며, 현재 동남아시아 국가 등에게 그 기법을 전파할 만큼 발전을 이뤘다”고 말했다.
◇ 신규 NPL 5년간 2배 급증…보증기금 NPL 특수채권 비중 70%↑
이날 세미나에서는 정리기금 성과뿐 아니라 국내 NPL시장 현황에 대한 분석도 이뤄졌다. 분석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신규 NPL규모는 작년에 24조2000억원을 기록, 2007년(12조원)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이는 기업여신 NPL의 급증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작년 신규 NPL 중 기업여신이 차지하는 비중은 76.4%에 달했다. 5년간 증가 추이에서도 2007년 7조9000억원이었던 신규 기업여신 NPL은 작년에 18조5000억원으로 집계, 134.18% 증가했다.
보증기금도 NPL규모가 늘었다. 2012년 9월 기준 기술·신용보증기금이 보유한 NPL 규모는 28조1761억원이다. 국내 주요보증기관 6곳의 총 NPL 규모의 78.15%에 달한다. 이재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보증기금의 NPL규모 증가는 2008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국내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 보증 지원이 확대됐기 때문”이라며 “중소기업의 신용보증기금 이용률은 2008년 10.8%대에서 작년 6월 14.6%로 약 4%p 이상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보증기금 보유 NPL 중 특수채권 비중이 매우 높다는 점을 지적했다. 특수채권이란 신용정보관리규약 상 금융기관이 보유하는 대손상각채권 및 그 부대채권과 미수이자채권을 말한다. 금융사 재무제표에서는 손실로 표시된다. 한마디로 구상채권 대비 회수가능성이 희박한 채권이다.
현재 기술·신용보증기금 보유 NPL 중 특수채권의 비중은 70%(2012년 9월)를 웃돈다. 대다수의 채권이 특수채권이라는 얘기다. 회수방법 역시 자체 추심 등의 자체회수를 선호, 특수채권 회수에 어려움이 많다. 한국주택금융공사가 국회에 제출한 구상·특수채권 회수율 비교 자료에 따르면 작년 6월 개인·사업자 구상채권 회수율은 4.41%, 0.42%인 반면, 특수채권의 회수율은 개인이 1.11%, 사업자는 0%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경기회복세 미약, 부동산 경기 회복세 지연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외부충격시 부채상환비율이 높은 저소득층 및 중소기업, 하우스푸어, 다중채무자 등의 부채 문제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며 “중소기업·개인담보대출의 NPL처리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며, 보증기금 NPL처리 방식에도 기금 성격에 맞는 방법 도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 향후 과제 ‘공정경쟁 체제 구축 및 공공 NPL 관리 일원화’
한편, 국내 NPL시장의 개선점 역시 논의됐다. NPL시장의 독과점화 타파, 공공 부실채권의 관리 일원화 등이 추진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마디로 중소펀드 육성, 공적 AMC의 제한적 시장참여 허용을 통해 민간 NPL시장을 유효경쟁시장으로 전환시켜야 한다는 의견이다.
국내 대표 민간 AMC로는 UAMCO와 우리F&I가 있다. UAMCO는 국민·기업·하나·신한·우리·농협은행이 지분을 출자했으며, 우리F&I는 우리금융지주가 100% 지분을 가지고 있다. 작년 현재 민간 NPL 시장에서 이 두 회사는 73%의 점유율을 가지고 있으며, 6대 은행의 NPL 매각 비중 역시 72%에 달한다. 이는 전년(61%, 69%) 대비 각각 12%p, 3%p 늘어난 수치다. 이를 비춰볼 때 NPL시장의 성숙을 위해서 한시적으로 공적 AMC가 민간 AMC와 경쟁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인 것. 이상연 캠코 부사장은 “NPL 시장의 공정경쟁 확대는 가장 중요한 문제”라며 “정리기금을 통해 국내 NPL시장의 성장을 이끌었던 캠코가 이제 민간 AMC와 경쟁하는 시기가 왔다고 본다”고 말했다. 오규택 중앙대 교수도 “정리기금의 단점 중 하나가 상호저축은행 등 2금융권의 NPL정리 미흡”이라며 “글로벌 금융위기 등 외부 충격이 발생할 경우 민간 AMC의 기능·역할이 제한적인 것을 고려할 때 공적기구의 NPL정리 기법은 매우 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NPL시장은 아직 기금으로 운영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공적 AMC가 민간 NPL시장에 참여하면 관련시장 육성 및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고, 외부충격이 찾아오면 적극적인 역할로 시장 안정화를 유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공공 부실채권 관리 일원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현재 각 공적 보증기관으로 분리돼 있는 공공 부실채권의 관리를 통합하면 효율성 및 다양한 채무조정과 신용회복지원 실시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서효문 기자 sh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