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교저축은행은 예금보험공사가 부실저축은행의 자산 부채를 이어받아 제3자 매각때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곳으로 저축은행 부실사태 이후 매각된 곳은 예한별저축은행(작년 11월 신한금융지주)뿐이다. 일각에서는 ‘예보 저축은행그룹’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오고 있던 상황이었다.
신라저축은행의 퇴출로 인해 부실사태가 정리된 현재, 금융당국은 저축은행들에게 ‘서민금융기관의 역할에 충실하라’는 주문을 넣고 있다. 작년 4분기 기준 국내 가계부채는 959조4000억원에 이르는 등 ‘가계부채 1000조시대’는 더 이상 생소한 용어가 아니다. 저축은행들에게 지역밀착화 및 서민금융 확대에 힘써달라는 권고다. 이 같은 권고는 ‘고금리 타파’가 초점으로 보인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최근 “고금리로 고통받는 서민들을 위해 저축은행들이 지역내 서민과 중소기업의 금융편의 제공에 힘써달라”고 당부한바 있다. 대출금리 인하 등 서민금융 확대에 일조해달라는 의미다.
반면, 저축은행 입장에서는 금리인하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 상태다. 다수의 고객이 저신용자들을 이어서 그 특성상 저축은행은 시중은행 보다 리스크가 높다. 여기에 여신심사시스템 수준 역시 시중은행에 비해 한참 떨어지는 수준이다.
◇ 저축은행 부실 마무리…금융위장, “서민금융기관 역할 고민해야”
신제윤 금융위장은 신라저축은행의 퇴출이 결정된 지난 12일 저축은행의 누적 부실은 대부분 정리됐다고 밝혔다. 그는 저축은행 구조조정 과정에서 ‘주말을 이용한 계약이전방식’을 활용 불필요한 예금자 불편과 상시구조조정 시스템의 안정적 정착을 구현했다며 나름의 성과를 이뤘다고 설명했다. 신 위원장은 “금융위-금감원-예보는 대규모 구조조정의 아픔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해주길 바란다”며 “구조조정 과정에서 정착된 시스템을 통해 이를 수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향후 저축은행들이 본연의 역할을 고민하고 재정립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같은 발언의 초점은 ‘금리’로 풀이된다. 고금리로 고통받는 서민들을 위해 저축은행들이 ‘울타리’가 돼야 한다는 얘기다. 신 위원장은 “현재 저축은행들은 3%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지만, 60여만명의 고객들에게 평균 35%의 대출금리를 적용하고 있다”며 “부실사태가 마무리됐고 불법·부실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개선이 어느정도 마무리된 만큼, ‘지역내 서민과 중소기업의 금융편의 제공’에 대한 고민을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어 “1금융권과 다른 고객군을 가진 저축은행 특성을 감안한 여신심사 및 평가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며 “이는 획일적인 고금리 적용뿐 아니라 연대보증 관행 등의 문제와도 직결된 것으로 서민금융기관의 핵심 역량이라고 볼 수 있다”며 저축은행들이 선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시사했다. 서민과 중소기업의 원활한 자금조달을 위해 저축은행들이 대출금리를 인하토록 당부한 것으로 보인다.
지역밀작형 금융 공급 또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역밀착형 금융공급에 맞는 제도 및 규제를 통해 저축은행이 정성적 평가와 관계형 금융을 바탕으로 본연의 기능을 강화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 우량 저축은행의 사례조사를 통한 공통점을 추출하고 해외 주요국의 관계형 금융 성공사례를 연구해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되는 기준 마련 또한 이뤄져야 한다고 언급했다. 노형식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각 서민금융기관의 설립 목적 및 지역·고객 밀착형 영업환경에 맞는 영업모델을 특화한다면 관련 규제 역시 상응하는 수준으로 적용할 수 있다”며 “이는 규제비용 절감을 통한 시장성 서민금융 확대를 가능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신 위원장의 권고는 저축은행의 금리대별 가계신용대출 취급 현황에 기인한다. 저축은행중앙회에 공시된 59개 저축은행 중 27곳은 전체 대출에서 25% 이상 금리를 취급하는 비중이 50%를 넘는다. 30% 이상 금리 취급비중이 50%를 넘는 곳도 18곳이나 된다. 공시 저축은행 절반가량이 25% 이상의 금리로 가계신용대출을 취급하는 상황이다.
◇ 가계대출 절반 ‘25% 이상 금리’… “햇살론 통해 서민금융 확대 집중”
저축은행들은 신 위원장이 고금리로 고통 받는 서민들을 위해 노력해달라고 당부했지만 여신심사 시스템 미비 등으로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한다. 현재 저축은행들은 각 신용평가사들과 협력해 자체적 여신심사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하지만 시중은행 대비 저신용자들이 고객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고 상대적으로 미흡한 수준의 여신심사로 인해 서민금융 확대를 위한 대출금리 인하는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한 대형 저축은행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재무제표 중심의 여신심사가 이뤄진다”며 “저축은행들도 자체적인 여신심사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은행 대비 저축은행의 여신심사 시스템은 미흡하다”며 “저축은행은 시중은행보다 상대적으로 저신용자들이 많아 가계신용대출 금리 인하는 어려운 점이 많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저축은행의 신용대출 담당자는 “상품별로 대출금리는 차등을 두고 있다”며 “오는 6월 실시되는 모집수수료 상한제로 인해 금리 인하 가능성이 있지만, 반대 급부로 신규 대출자산이 감소할 우려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 시중은행 대비 미흡한 여신심사 시스템과 저신용자 등의 고리스크로 가계대출금리 인하는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저축은행들은 현재 금융당국의 서민금융 확대 기조 동참수단으로 햇살론을 선택하고 있다. 여러 요인들로 인해 자체적 가계대출금리 인하가 어려운 만큼, 햇살론 취급을 확대하고 있는 것. 지난 2월 말 현재 저축은행의햇살론 취급현황은 5만8218건, 4956억원이다. 2010년(9810건, 801억원) 보다 건수·취급액이 약 6배 늘어난 수치다. 햇살론 취급금융기관 비중 역시 2010년 5.9%에서 3배 이상 늘어난 18.4%를 차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햇살론의 경우 정부가 보증하는 대출상품으로 저축은행 입장에서는 자체 가계신용대출보다 리스크가 적다”며 “서민금융 확대 수단으로 햇살론을 확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서민금융 확대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저축은행과 신용정보사들이 미흡한 여신심사 시스템 개선 방안을 함께 논의할 계획이다.
◇ NICE신용평가정보, 내달 14일 관련 세미나 개최
NICE신용평가정보(이하 NICE)는 내달 14일 저축은행과 일부 캐피탈사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저축은행의 여신 활성화를 위해 정보 제공 및 역량 배양 등을 논의하는 세미나를 개최한다. NICE 관계자는 “그간 지적됐던 저축은행의 미흡한 여신시스템 등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과 함께 발전방향을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질 계획이다”며 “저축은행의 올바른 여신활성화를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 저축은행 햇살론 운영 현황, 저축은행 25% 이상 가계신용대출 취급 비중 〉
(자료: 저축은행중앙회)
서효문 기자 sh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