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상호협정상 부과 받은 제재금을 대리점이나 설계사에게 부과하도록 한 ‘대리점 및 설계사 계약서’상의 조항을 삭제토록 시정했다고 밝혔다. 상호협정은 보험사들이 보험업법상 부과되는 과태료나 벌금과 별도로 공정한 모집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스스로 견제하자는 측면에서 정한 일종의 보험사끼리의 자율규정이다. 손보사들은 모집활동 중 금지사항과 금지사항 위반 시 해당 보험사에 제재금을 부과하도록 하는 ‘공정경쟁질서유지에 관한 상호협정(이하 상호협정)’을 1983년부터 맺어왔다.
공정위 소비자정책국 약관심사과 관계자는 “상호협정 자체는 좋은 취지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나, 상호협정에 따라 회사들이 납부한 제재금을 대리점이나 설계사에 전가한 게 문제가 됐다”고 말했다. 실제 대리점 및 설계사가 보험회사와 맺는 계약서상 ‘공정경쟁질서 유지에 관한 상호협정에 의거 고의, 과실로 모집질서 위반, 제재금 부과를 초래한 경우, 회사는 해당금액을 행위자에게 부과한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약관상 불공정한 사항으로 지적됨에 따라 이 부분에 대해서는 보험사들이 자진시정을 했다”면서도 “그러나 애초에 상호협정을 만든 취지가 보험사들이 사전에 불공정한 모집행위를 적발해 이러한 부분을 억제하고자 했던 부분이기 때문에, 설계사들이 고의적, 악의적으로 모집질서 위반 사항을 범했을 경우 보험사가 받은 제재금의 일부를 부담하게 해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말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최근 2년간 10개 손보사들이 협회에 납부한 제재금 12억300만원(239건)을 대리점과 설계사에 부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상호협정에는 20개사가 참여하고 있으며, 대리점 또는 설계사 조직이 없거나 문제가 된 계약서를 사용하지 않은 6개사는 시정대상에서 제외됐다. 공정위는 애초 제재금의 납부주체가 상호협정에 참여한 보험사이며, 보험업법상의 공적제재 이외의 사적제재의 성격이기 때문에 대리점이나 설계사에게 제재금을 부과하도록 하는 것은 책임경영을 강화하고자 하는 상호협정의 취지와 목적에 부합하지 않으며, 자율적 모집질서 개선 노력의 저하를 초래할 수 있어 불공정 약관으로 시정조치를 내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승환계약, 특별이익 제공 등 설계사를 포함한 악의적인 보험사기가 만연하고 있어 적절한 제재조치는 반드시 필요하다”며, “강력한 제재조치 사항들이 없거나 너무 약할 경우 오히려 모집질서를 해치거나 방조하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손보협회 관계자는 “제재금이 사라졌다고 해도 설계사가 잘못했을 경우 민법상 손해배상조항이 있기 때문에 대리점이나 설계사가 고의로 손실을 끼쳤을 경우 보험사가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다”며, “그동안도 설계사나 대리점에 이중으로 제재금이 부과된 바는 없기 때문에 문제가 될 사항은 아니다”고 말했다. 보험업법상 설계사나 대리점이 과태료나 벌금 등의 처벌을 받았을 경우 이중처벌은 되지 않으나, 상호협정상 제재금이 더 클 경우에는 처벌 받은 금액을 제외한 나머지 제재금이 부과됐다.
김미리내 기자 pannil@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