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소매외환채권 저금리시대 투자대안으로 주목
증권사가 브로커리지 다변화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주식에서 해외채권, 달러선물 등으로 종류를 다양화하며 주식일색의 브로커리지 모델의 변화를 꾀하고 있는 것. 가장 활발한 쪽이 해외채권이다. 특히 리테일채권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는 소매외화채권이 주역이다. 이는 신용도가 높은 회사들이 외국통화로 발행하는 채권으로 일본에서는 우리다시(Uridashi )채권으로 불린다. ‘이머징통화 해외채권 중개서비스’를 오픈한 대신증권은 최근 절세형 우리다시채권을 라인업하며 기선제압에 나섰다. 신상품은 한국수출입은행이 호주달러로 발행된 해외채권으로 기대수익률은 연 5.8%(세전)인 반면 표면금리가 0.5%로 낮아 이자소득에 대한 절세효과도 기대된다.
KDB대우증권도 최근 소매외화채권 중개서비스를 오픈했다. 산업은행, 수출입은행이 각각 터키 리라화,브라질 헤알화로 발행한 외환채권으로 6개월마다 연 8%대의 이표가 지급된다.
신한금융투자는 소매외환채권이 아니라 해외국채 쪽으로 라인업을 넓혔다. 멕시코, 호주, 러시아, 말레이시아, 남아공, 브라질 등 6개 나라의 국채가 대상이다. 뿐만 아니다. 환율의 변동성이 커지며 달러선물로 확대하는 곳도 있다. 키움증권은 달러선물 거래활성화를 위해 개인투자자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달러선물은 지난 1999년 4월 23일 거래소에 상장된 상품선물상품이다. 최근 엔화약세, 북한리스크 등 대외불확실성 증가로 외환수요가 급증하면서 이를 투자기회로 활용할 수 있는 원달러선물 중개영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브로커리지의 대상을 주식에서 벗어나 해외채권, 달러선물 등 비주식형 자산으로 눈을 돌리는 것은 최근 거래대금침체와 무관치 않다. 올해 1∼3월 일평균거래대금은 약 6조원으로 증권사의 손익분기점인 거래대금 7조원대에 한참 못미친다. 거래대금이 늘어도 수익성 개선을 더디게 만드는 저렴한 주식수수료도 브로커리지 다각화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다.
실제 스마트폰대중화로 모바일 트레이딩이 확산돼 거래수수료가 0.011%~ 0.015%대로 하향조정됨에 따라 수익성은 나빠지고 있다.
하지만 브로커리지 세대교체의 주역상품들은 수수료덤핑경쟁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예컨대 해외채권은 영업점에서 외화증권 계좌를 개설한 뒤 매수, 매도하는 구조다. 거래가 철저히 오프라인에서 이뤄져 제값을 받을 수 있다. 인기몰이중인 소매외환채권의 경우 중개수수료는 보통 나라별로 100~300bp를 받는다. 주식온라인수수료와 비교해 10~30배 넘는 마진을 챙길 수 있다는 것이다.
고객다변화에도 긍정적이다 이들 채권은 환변동위험, 포트폴리오설계같은 자산관리상담이 뒤따라 자산관리 쪽으로 영업체질을 개선할 수 있는 잇점도 있다.
대신증권 오상훈 리테일채권부 팀장은 “아무래도 환관련 실시간 채크가 어렵고 설명이 필요한 위험성상품으로 온라인거래와 맞지 않다”며 “투자자보호를 위해 고객성향별 자산관리상담을 통해 포트폴리오 설계차원에서 환관련 상품으로 편입을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 오프라인 판매에 따른 수익성강화, 낮은 시장규모 불완전판매는 부담
하지만 이들의 브로커리지비중이 주식에 맞먹을 정도로 성장할 의문이다. 특히 이들 해외채권은 최소투자금액은 1000~3000만원대로 개인투자자가 아니라 어느 정도 여유가 있는 중소형자산가들을 위한 자산관리상품에 가깝다. 메리츠종금증권 박선호 연구위원은 “이제껏 고객입장에서는 자산관리시장은 펀드, 랩 등 뻔한 상품들로 매력이 떨어진 상황이지만 해외채권의 경우 수익률뿐아니라 절세측면에서 매력있다”며 “하지만 주식형펀드 같은 붐을 일으키는 규모가 큰 시장이 아니라 틈새시장으로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완전히 WM 쪽으로 가기에도 이들 상품성격이 어정쩡하다. 특히 인기몰이중인 소매외환채권은 환율이 예상대로 움직이면 고수익이, 반대로 꺾어지면 큰 손실이 우려되는 등 투기적 성격도 적지않다. 신한금융투자 FICC상품팀 관계자는 “해외국채와 해외소매외환채권의 차이는 환변동성의 영향”이라며 “만기가 긴 해외국채는 환이 반대로 움직여 손실을 입어도 만기까지 기다리면 거의 원금수준으로 회복할 수 있으나 만기가 짧은 소매외환채권은 단기간에 큰 손실을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해외채권에 대한 브로커리지 비중을 확대하면서 불완전판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한국투자자보호재단 김일선 상무는 “신흥국 채권은 채권, 통화, 경제 등 전반적 사정을 모르고 사는 경우가 많다”며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리스크가 많더라도 수익이 많이 나는 쪽에 권유하지만 금리가 높다는 판매사의 말을 믿고 모르는 채권에 투자하면 큰 낭패를 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최성해 기자 haeshe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