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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사회통념 어긋난 행태 “공범 소행”

정희윤 기자

simmoo@

기사입력 : 2013-04-01 07:13

11개 그룹시대 은행의존도 9할 넘는곳 무려 8개
이사진 중 금융회사 근무 전문가 극소수 ‘기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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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사회통념 어긋난 행태 “공범 소행”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구심점 역할을 맡을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방안 논의를 두고 은행권은 긴장을 감추지 못한 채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 KB금융지주 집행임원 해임 사태를 촉발시킨 내부문제가 빌미가 되면서 긴박하게 처리해야할 필요성을 인정하는 여론이 지배적이지만 정권 교체 직후 관이 주도하는 모양새에 대한 우려 어린 시각 또한 제기되고 있다. 한국금융신문은 우리 사회 은행계 금융지주사 지배구조의 일그러진 상황을 있는 그대로 보려는 노력과 더불어 특정 이해관계자 이해에 치우치지 않고 중심을 잘 잡는 충의로운 과정을 만들어 내려면 어떤 고려와 모색을 해야할 것인지 각각의 견해를 모아보는 시리즈를 이어 볼 계획이다.〈편집자〉

“금융회사 지배구조 T/F가 곧 가동에 들어가겠지만 이미 지난해 정부가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제정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논의했던 범주를 뛰어 넘는 새로운 아젠다(의제)가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민간 연구기관 A위원)

“2010년 11월 은행법을 손질하면서 은행들마다 ‘지배구조내부규범’을 확립하는 과정을 거친 바 있는데 은행지주사 지배구조라고 해서 크게 다르진 않다고 본다. 자회사와 역할 분담을 어떻게 할 것인가, 사업범위가 비은행자회사까지 아울러 있으니 리스크관리나 내부통제 강화가 중요할 텐데 관련 모범규준도 충분히 마련돼 있지 않나?” (B대형은행지주사 간부 C씨)

“법령이나 감독규정 모범규준 이런 걸 새로 만들어야 할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제도가 미비해서 경영진 사이의 충돌과 잡음이 일어나는 게 아니라 누가 어떤 뜻을 갖고 운영하느냐가 핵심 문제로 대두된 것이다.” (감독기구 고위관계자 D씨)

필요성에 대한 반론 제기는 없다. 다만 거창하고 세밀한 검토를 처음부터 새로 해야 하는 상황은 아니라는 지적이 만만치가 않다. 금융위원회가 이미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안을 내놓으면서 금융회사 경영의 책임성, 투명성, 건전성과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대부분의 내용을 반영했던 터여서다. 금융연구원이 마련한 토론회 등 각계 의견 수렴이 거쳐졌던 사안이다. 한 시민사회단체는 지난해 가동하기 시작한 19대 국회가 수행해야할 핵심 과제 중 하나로 이 법안의 합리적 검토와 처리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 적이 있기도 하다.

◇ 긴장감 극대화시킨 정책당국 수장 비판 수위

그런데 은행권을 긴장으로 몰아간 것은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강한 톤으로 질타하면서 당장 4월부터 T/F가동 계획을 밝혔기 때문이다. “당초 취지가 퇴색”한 만큼 “통렬한 고민이 필요”하니 “지혜를 모을 때”라며 강조한 점이나 T/F 이름을 ‘지배구조 정상화’로 못 박는 등 서슬이 시퍼렇다고 표현하기에 손색이 없다.

그렇다고 긴장만 하는 것은 아니다. 복수의 은행 노조 관계자들은 “이왕이면 근거 없이 은행 경영 간섭이 횡행했던 구태를 벗고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역할 분담이 이뤄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기대감을 표하고 나섰다.

신제윤 위원장이 직격탄 날리기를 “자회사간 독립경영체제를 확립하고 위험의 전이는 방지하되 총괄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원래 취지가 무색해졌다고 했다. 겸엄화를 촉진하기에 이보다 좋은 모델이 없다던 지주사 제도 도입 당시의 극찬은 온 데 간 데 없어졌다는 혹평이다.

◇ 은행지주 대부분이 무늬만 금융그룹! 누구 책임?

금융정책을 다룬 적 있거나 다루고 있는 공무원들의 시각은 특히 싸늘하다. 공직자 출신 금융계 한 고위관계자 E씨는 심지어 “금융그룹임을 표방하지만 은행 빼면 별 것 없는 처지에 금융지주사를 출범 시켜 놓고 대부분 은행출신들이 일하다 보니 은행 경영 간섭을 일 삼게 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실제 이같은 지적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금융지주사는 소수에 그친다. 농협금융지주가 출범하지 않았던 2010년과 2011년 금융지주사들의 은행 의존도는 자산면에서 각각 88%와 86.7%였고 지난해엔 농협 가세 효과에 힘입고도 85.6%로 줄었을 뿐이다. 순익 기준으로는 더욱 비참하다. 2011년 78.9%에서 지난해 83.6%로 치솟았다.

지난해 말 현재 산은금융지주 은행의존도가 73.9%인 것을 비롯해 신한금융지주(79.1%), 농협금융지주(78.6%) 정도만 비은행 비중이 20%를 넘을 뿐이다. 이런 실정에서 금융지주사 이사진 가운데 금융회사에서 10년 이상 근무 경력이 있는 경우는 지주사마다 한 두 손가락이면 다 꼽을 정도이고 집행 경영진 대부분은 외부출신 아니면 은행출신 일색이다. 공직자들과 은행노조 뿐 아니라 적지 않은 전문가들이 지주사가 지나치게 비대한 옥상옥이라는 비판에 동조하면서 궁지에 몰린 상태다. 이에 대해 “지주사 전환만 급급했지 사업라인 다각화 전략이나 실행역량이 부족했다”는 증권가 한 애널리스트의 일침이 쓰라리게 다가간다.

앞서 수년 전 또 다른 애널리스트는 한 대형은행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기 앞서 심오한 지적을 가한 적이 있다.

“이제 전략제시가 중요한 시기다. 은행산업의 정체 국면에서 확고한 헤게모니를 잡지 못한 상황에 전략적인 미래방향을 제시하지 않을 경우 OO금융지주나 XX금융에 헤게모니를 빼앗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그러나 지주사 전환을 진두지휘했던 경영진이 물러나고 새 경영진이 바통을 이어 받았던 이 금융그룹은 은행의존도로는 낙제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비판을 당해도 변명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와 관련 뜻 있는 전문가들은 더 원대한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충고를 잊지 않는다. F대형은행 임원 G씨는 “출범을 앞두고 당국에 제출한 경영계획이 적정하다고 판단해서 인가를 내 줬겠지만 은행지주사 인가가 남발된 것은 아닌지, 남발이 아니라면 왜 은행 비중이 높은 채로 머물러 있는지 경영지도를 소홀히 한 것은 아닌지 돌아보는 일이 꼭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본인가를 앞두고 있는 전북은행의 지주사 체제 전환이 완료되면 우리나라 은행지주사는 11개로 늘어나지만 무려 8곳이나 은행의존도가 9할이 넘는 현실에서 자칭 금융그룹임을 표방하는 이상한 상황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지주사 경영진이나 이사회의 잘못 만으로 보기 어렵고 배당에만 관심 있는 외국인 주주들에게 책임을 따질 수도 없는 노릇이다. 가장 결정적으로 지주사 제도 도입 12년 동안 정부당국과 감독당국은 어디 있었냐는 물음 앞에 떳떳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지 의문스럽다. 오늘의 결과는 합작과 공모의 결과이지 특정 집단 잘못이라고 보기 어려운 현실, 이것을 전제로 논의는 시작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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