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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역지사지, 큰 통합의 절대조건

정희윤 기자

simmoo@

기사입력 : 2013-01-30 21:49 최종수정 : 2014-07-17 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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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들은 격앙해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싸워야 한다고 하고 또 어떤 이들은 실망과 아쉬움을 간직할지언정 집단적인 저항에는 선뜻 동의하지 못하고.

그런데 이 둘을 합한 비중이 압도적이거나 대부분이라면?

하나금융지주가 지난 28일 이사회를 열어 일부 증자에 나선 뒤 외환은행 주주들의 주식과 바꾸는 방식으로 완전자회사로 편입하겠다며 팔을 걷어붙였다. 외환은행 노조와 직원들의 반응은 ‘역시나’였다. 지난해 2월 17일자로 하나금융지주와 외환은행노조 등이 외환은행의 자회사 편입과 관련해 합의했던 내용을 어긴 것이라며 날을 세우고 나선 것이다.

하나금융 경영진이 설명하는 내용과 매우 동떨어진 모습이다. 김정태닫기김정태기사 모아보기 회장은 이사회 결의 당일 “이번 주식교환 결정에도 불구하고 ‘2.17 합의서’의 정신은 존중될 것”이라며 “직원 여러분께서는 흔들림 없이 본연의 업무에 충실해 줄 것을 부탁”했다.

흔들리지 말자는 금융그룹 수장의 당부는 효과가 부족했다. 외환은행 노조는 1인 시위를 시작으로 하나금융그룹 차원에서 진행하는 공동행사 참석을 거부하기로 했다.

첫 성명서에는 “전면투쟁”을 선언한 상태여서 내부 조직을 어떻게 추슬러 얼마나 적극적인 저항에 나설지 다시 주목받는 상황이 됐다.

김 회장은 이번 결정이 가져 올 긍정적 효과를 적극적으로 설명했다.“그룹(전체)의 자본조달 효율성이 증대되고 향후 적용될 바젤Ⅲ 기준 자본비율이 상승하는 효과”를 강조했고 “외환은행이 그룹 연결납세 대상이 됨으로써 그룹 전체 납세부담 또한 감소할 것”이라는 실용적 효과도 부각시켰다.

하나금융 PBR(장부 값 대비 주식 시가비율)이 경쟁그룹 수준으로 올라선다면 주주들에게도 보답할 수 있다는 긍정적 효과를 지적하기도 했다.

그런데 왜 김 회장의 바램은 통하지 않은 것일까? ‘환은인’이라 해야 할까, KEB맨이라 칭할까 그들의 내면적 정서 상 극히 싫어하는 바를 자극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하는 금융계 인사들이 일부 있다.

금융계 한 고위관계자는 사견임을 전제로 “외환은행 사람들이 지닌 자긍심이 보통 아니기 때문에 포석 단계부터 탄탄하게 장기간에 걸친 동질화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하나금융그룹 구성원으로서 동질화 과정이)순탄히 진행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객관적으로 보기에도 자회사로 편입된 지 채 1년이 지나지 않은 지금으로선 외환은행 임직원들이 하나금융그룹의 일원으로서 정체성을 고양시키기에 역부족이었을 것이다.

그 만큼 민감한 시기에 완전자회사화는 ‘피인수’ 작업이 사실상 완결된다는 경종의 소리로 받아들여지기 십상이었을 터.

맹자 말씀 중에 몇 토막 요약해 보면 천하를 얻으려면 백성을 얻어야 하고 백성을 얻으려면 그 마음을 얻어야 한다는 글귀가 있다고 한다. 특히 그 마음을 얻으려면 원하는 바를 해주어 모이게 하고 싫어하는 것을 베풀지 말아야 한다(所欲與之聚之, 所惡勿施爾也)고.

하나금융 경영진은 외환은행 임원들에게 소상하게 알리고 그 임원들을 통해 손해 볼 일이 아니라 꼭 필요한 일이라는 사실을 설득하겠다고 밝혔다.

외환은행 임원들이 나선다면 본부장과 부·점장들로 연쇄 공정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알 수 있게 됐다. 김 회장의 호소가 먹히지 않는 이유는 복잡하거나 깊이 숨은 것이 아니라는 사실 또한. 주식교환 방식의 외환은행 완전 자회사 추진 초반 과정은 마음을 얻으려는 과정이 처음에도 없었고 적어도 30일 현재까지도 알려진 바 없기 때문이다.

30일 오늘은 외환은행 창립 46주년이다. 외환은행 그 이름이 이르면 1년 뒤 쯤 사라질지 모른다는 위기감 내지는 상실감을 그 무엇으로도 채워주지 못하고 그렇게 할 진정성을 보여주지 않은 것은 아닌지 돌아보는 게 어떨까. 반대하는 다수를 버리거나 배제하고 갈지언정 재무적 이익을 포기할 수 없다고 결심한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외환은행에도 이익이라는 이성적 접근도 채 무르익지 않았고 함께 열어갈 미래가 이러 이러 하다는 감성적 동화작업도 이제 시작단계인 이 마당에 말이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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