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캐피탈의 연내 매각이 사실상 무산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져 그 배경을 둘러싼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협상 당사자 모두 M&A가격에 대한 견해의 차이가 워낙 커 협상이 지연되고 있는데다가 두산캐피탈의 지분 28%를 보유하고 있는 시니안 유한회사 등 재무적 투자자들 역시 저가 매각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게다가 실사 과정에서 드러난 무수익여신 가운데 여신담당 직원이 1000억원 가량의 PF대출 승인이후 곧 바로 해당 시행사 대표이사로 옮긴 사례까지 적발되면서 직원 윤리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 같은 진통에도 불구하고 M&A시장 일각에서 KDB금융지주의 두산캐피탈 연내 인수가 극적으로 체결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왜냐하면 KDB금융그룹과 두산그룹은 유독 ‘찰떡궁합’을 자랑해 금융권과 재계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 있기 때문이다.
◇ 가격차이 못 좁혀…연내 딜 클로징 불투명
두산캐피탈을 놓고 KDB금융지주와 두산그룹 간의 매각 협상이 진통을 겪고 있다. 산은지주가 지난 8월에 이어 지난달까지 2차례에 걸쳐 두산캐피탈의 전산 시스템을 점검하는 등 구체적인 인수 실사 작업을 진행해왔지만, 실제 딜 성사여부에 대한 결론은 2013년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두산그룹 입장에서는 매각시한인 올해 말을 넘길 경우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두산캐피탈 주식가액의 10% 범위내 벌금 부과 또는 주식처분명령 등 시정조치를 요구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인수협상 과정에서 KDB금융지주와의 이견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어, 올해를 넘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가장 큰 시각차를 보이는 첫 번째 부분은 매각가격.
실제로 지난 10월에도 양측은 ‘가격차이’를 극복하지 못해 한차례 매각 협상을 중단한 바 있었다. 당시 두산캐피탈의 최대주주 측은 2000억원대를 매도 가격으로 제시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다가 두산그룹이 매각협상에 유연하게 나오면서 다시 협상이 재기되면서 연내 본계약 체결 가능성이 제기되기 시작했었다.
하지만 지난 11월 중순부터 양 측이 각각 선정한 회계법인을 통해 재실사에 들어갔지만 실사과정에서 드러난 무수익여신 등의 문제로 가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데다, 추가적인 고려사항이 많아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이와 관련 딜 관계자는 “1000억원에서 2000억원 사이에서 인수가격이 논의됐지만, 실사 과정에서 거액의 무수익여신이 확인돼 인수가격이 다시 조정에 들어갔다”고 말한 뒤 “하지만 서로 간의 견해의 차이가 너무 커 협상이 답보상태에 빠졌다”고 덧붙였다.
◇ 500억 VS 1700억원 가격차이가 협상지연 원인
익명을 요구한 M&A시장 한 관계자의 전언에 따르면 KDB금융지주는 두산캐피탈의 희망 인수가격으로 대략 500억원 정도를 제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가격이 시장의 예상치 보다 낮은 것은 정밀실사 결과 예기치 않았던 부실이 컸기 때문. 특히 실시 과정에서 나타난 부실여신 가운데 여신담당 팀장이 재직 시절 깊이 관여했던 건설 시행사에 1000억원 가량의 PF대출을 지원해준 뒤 바로 해당 시행사 대표이사로 옮긴 사실까지 드러났다.
서울소재 캐피탈업계 한 CEO는 “두산캐피탈 여신담당 관계자가 친구 이름을 빌려 차명으로 건설 시행사를 차린 다음 그 곳에 1000억원의 PF대출을 일으켰다”고 설명 한 뒤 “하지만 지난달에 무수익 여신에 대한 정밀실사 과정에서 이같은 부도덕한 행위가 적발돼 논란이 됐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두산캐피탈의 자회사인 두산(중국)융자조임유한공사에 대한 분리매각 문제도 협상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두산캐피탈의 중국법인(두산중국융자조임유한공사)자산 규모는 2008년 이후 2012년 6월말까지 연평균 75.2% 성장해 1조 2000억원에 달할 정도 고공행진을 지속했지만 최근 들어 캡티브시장인 두산인프라코어 중국법인의 실적이 부진하면서 인수 매력도 크게 떨어졌다.
두산그룹 역시 올해를 넘길 경우 페널티를 물게 될 수도 있지만 몇 가지 문제로 인한 매각 지연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M&A시장 한 관계자는 “매도자(두산그룹) 측 입장에서는 최소 1700억원을 받고 팔아야 하지 않겠느냐”며 “일단은 협상을 계속하고 있으나, 현재로선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두산캐피탈의 지분 29%를 보유하고 있는 시니안 유한회사 등 재무적 투자자들(이하 FI) 역시 저가 매각에 대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어 M&A협상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들은 KDB금융지주가 너무 낮은 가격으로 두산캐피탈을 인수하려고 한다며 불만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FI지분 인수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참고로 9월 말 현재 두산캐피탈 지분은 두산그룹 계열사인 두산중공업 및 두산인프라코어 등이 각각 14.28%씩 보유하고 있으며 자사주는 14.24%다. 시니안 유한회사(11.19%), 넵튠 유한회사(9.66%), 하나제일사모투자(7.55%), 등의 FI 지분율도 총 28.4%에 이른다. <그래픽 참조>
◇ M&A시장 일각에선 연내 본계약 체결 가능성도 제기
이 같은 협상난항에도 M&A시장 일각에서 연내 극적인 본계약 체결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KDB금융지주가 계열사인 KDB산은캐피탈 부문의 사업 역량을 확대하는 차원에서 두산캐피탈 인수를 희망해 왔었다는 점에서다. 기업 여신 중심의 KDB산은캐피탈이 개인 할부금융과 중장비 리스를 주로 하는 두산캐피탈을 합병하게 되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M&A시장 한 관계자는 “비은행(Non Banking) 분야를 강화하려는 KDB금융과 법을 지키기 위해 캐피탈을 팔아야 하는 두산의 사정이 맞아 떨어졌다”며 “서로에게 백기사가 되어줄 수 있는 상황이 절묘하게 연출됐다”고 말했다.
다만 산은캐피탈 노동조합이 크게 반발하고 있어 변수로 작용될 가능성도 있다. 산은캐피탈 노동조합은 두산캐피탈의 실제 자산은 1조 1000억원 뿐으로 부실이 많다며 210여명의 인건비를 포함해 300억원의 고정비가 들어 인수 후 증자가 불가피하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실제 2012년 반기보고서를 보면, 최근 자산건전성 지표는 하락 추세다. 2012년6월 말 기준으로 고정 이하 및 요주의 이하 여신비율은 각각 3.9%와 24.4%를 기록했다. 올 들어 요주의 이하 여신 규모가 다시 급격히 증가했다. 원화 유동비율은 98%로 정상기준이 되는 100%에 약간 못 미치는 수준이다.<표 참조>
한편, 두산캐피탈은 기계류 할부금융 부문 업계 2위로, 시장 점유율은 30% 수준이다.
〈 두산캐피탈 주요 재무지표 추이 〉
(단위 : 억원, %)
(자료 : 업무보고서)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