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캐피탈의 경영권 매각작업이 가격을 놓고 막판 진통을 겪고 있다. 그렇지만 M&A시장에서는 KDB금융지주가 두산캐피탈의 경영권 인수를 위한 본계약이 늦어도 내달을 넘기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왜냐하면 KDB금융그룹과 두산그룹은 유독 ‘찰떡궁합’을 자랑해 금융권과 재계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 있기 때문이다.
◇ 가격문제로 오랜 줄다리기 끝에 한차례 실패
28일 금융계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두산캐피탈을 KDB금융지주에 매각하기 위해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서 귀추가 주목된다.
두산은 연말까지 두산캐피탈을 매각해야 한다. 공정거래법상 일반 지주회사는 금융 계열사 지분을 보유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010년 두산에게 금융자회사 지분 처분 유예기간을 올 연말까지로 연장해줬다. 두산은 두산인프라코어의 건설장비 판매를 위해서는 금융을 제공하는 두산캐피탈이 필요하지만, 국내법 준수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팔아야 하는 입장이다.
M&A시장의 한 관계자는 “비은행(Non Banking) 분야를 강화하려는 KDB금융과 법을 지키기 위해 캐피탈을 팔아야 하는 두산의 사정이 맞아 떨어졌다”며 “서로에게 백기사가 되어 줄 수 있는 상황이 절묘하게 연출됐다”고 말했다.
사실 KDB금융지주는 계열사인 KDB산은캐피탈 부문의 사업 역량을 확대하는 차원에서 두산캐피탈 인수를 희망해 왔었다. 기업 여신 중신의 KDB산은캐피탈이 개인 할부금융과 중장비 리스를 주로 하는 두산캐피탈을 합병하게 되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두산캐피탈을 인수하면 KDB금융지주의 기업공개(IPO) 때 더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양측은 수개월에 걸쳐 ‘가격차이’를 극복하지 못해 이렇다할 매듭이 지어지지 못해 지난 달에 한차례 매각 협상을 중단한 바 있다. 당시 두산캐피탈의 최대주주 측은 2000억원대를 매도 가격으로 제시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내달 중순경에 본계약 체결하나
그러다가 최근 두산그룹이 두산캐피탈 매각협상에 유연하게 나오면서 급물살을 타고 있다. KDB금융지주 고위 관계자는 “늦어도 내달 중순까지 본계약을 체결할 것”이라며 “인수대금 등 딜 클로징은 내년 1월경에 마무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애초 2000억원에서 3000억원 사이에서 인수가격이 논의됐지만, 실사 과정에서 2000여억원의 무수익여신이 확인돼 인수가격이 크게 낮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두산그룹 계열사가 29%(두산중공업 14.29%, 두산인프라 14.28%, 두산 0.43%), 그리고 재무적투자자(F1)들이 29%(시니안유한회사 11.29%, 넵튠 9.66%, 하나 제1호 PEF 7.56%)이 보유하고 있다.
때문에 KDB금융지주는 안정적인 지분 인수를 위해서는 자사주 이외에도 FI지분 인수도 함께 추진 중이다. KDB금융지주는 두산캐피탈을 인수해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는 한편 두산캐피탈의 중국법인(두산중국융자조임유한공사)에 매력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두산중국융자조임유한공사의 자산 규모는 2008년 이후 2012년 6월말까지 연평균 75.2% 성장해 1조 2000억원에 달했다. 이에 따라 KDB금융지주는 두산캐피탈 인수 후 계열사인 산은캐피탈과의 합병 여부를 신중하게 검토하고 것으로 전해졌다.
◇ 인수이후 산은캐피탈과 합병도 변수
다만 산은캐피탈 노동조합이 크게 반발하고 있어 변수로 작용될 가능성도 있다. 산은캐피탈 노동조합은 “두산캐피탈의 실제 자산은 1조 1000억원 뿐으로 부실이 많다”며 “210여 명의 인건비를 포함해 300억원의 고정비가 들어 인수 후 증자가 불가피하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실제 2012년 반기보고서를 보면, 최근 자산건전성 지표는 하락 추세다. 2012년6월 말 기준으로 고정 이하 및 요주의 이하 여신비율은 각각 3.9%와 24.4%를 기록했다. 올 들어 요주의 이하 여신 규모가 다시 급격히 증가했다. 원화 유동비율은 98%로 정상기준이 되는 100%에 약간 못 미치는 수준이다.<표 참조>
두산캐피탈 관계자는 “최근 두 차례에 걸친 회사채 발행은 일상적인 기업 활동”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두산캐피탈은 기계류 할부금융 부문 업계 2위로, 시장 점유율은 30% 수준이다.
〈 두산캐피탈 주요 재무지표 추이 〉
(단위 : 억원, %)
(자료 : 업무보고서)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