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ECM의 주요 업무인 IPO는 올해 실적이 거의 전무하다. 연말 최대어로 꼽히는 SK루브리컨츠의 현재 숏리스트(적격예비후보)에 선정됐을 뿐 이렇다할 성과는 없다. 지난해 세계경제 더블딥우려에도 불구하고 IPO주관실적이 각각 6건, 1719억원인 것과 비교하면 대조적이다. 주식뿐만 아니다. 올 상반기까지 전성기를 누렸던 DCM실적도 추락하기는 비슷하다. 고객커버리지확대를 통해 지난해 DCM부문에서만 약 394억원의 수수료 수입을 거뒀다. DCM이 전체 기업금융수익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은 약 44%로 당시 업계 IB상위권 도약에 효자노릇을 했다.
하지만 올해 상황은 완전히 딴판이다. 업계에 따르면 회사채수요예측 의무화제도가 본격화된 지난 3분기 일반회사채 주관실적은 약 995억원으로 상반기 2조6377억원에 비해 20배 넘게 급락했다.
반면 IB대신 드라이브를 거는 쪽 손쉬운 채권브로커리지다. 특히 회사채에 비해 신용리스크가 없어 별도의 기업분석이 필요치않는 국공채 리테일 쪽에 사활을 걸고 있다. 실제 신규개설된 국고채30년물입찰에서 ‘국고채 10년물 금리+3bp’로 가장 높은 입찰가격을 제시, 전체물량 가운데 절반 넘게 싹쓸이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같은 IB축소가 금융당국의 대형IB육성정책과 배치된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은 지난 2011년 대형투자은행활성화를 위해 프라임브로커업무가 가능한 대형IB허용 조건으로 자기자본 3조원을 제시했다. 삼성증권도 당시 이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약 4000억원을 증자를 단행했다. 하지만 최근 IB사업을 줄이고 관련 실적이 추락하면서 자본확충의 취지가 무색하게 됐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IB사업을 축소한 것이 아니라 시장상황에 맞춰 속도조절에 나선 것”이라며 “IPO의 경우 KDB산업은행. 인천국제항공매각 등 빅딜에 주력했으나 대선 등 정치적 이슈와 맞물려 일정이 미뤄진 것이 원인인데, 연말까지 추가로 2~3건의 IPO 딜 수임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중”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DCM 쪽은 제도개선안 시행 이후 회사채의 수수료를 녹이는 관행에서 벗어나기 위해 국공채인수위주로 정책방향을 바꾸면서 물량소화가 안됐다”며 “하지만 이같은 리스크관리강화 덕분에 오히려 웅진부실사태에도 큰 영향이 없었다”고 말했다.
대형IB논란에 대해서도 이 관계자는 “현재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점유율은 우리가 1위”라며 “하지만 현재 자본시장개정안이 국회에 표류된 상황에서 관련업무에 적극적으로 드라이브를 걸기가 쉽지않다”고 말했다. 한편 자본시장연구원 장정모 연구위원은 “IB는 증권사의 역량이 집결된 핵심업무”라며 “단기적으로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투자자유치, 위험인수, 기업평가, 평판구축 등 시너지효과를 낸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접근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최성해 기자 haeshe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