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날은 우선,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우리금융지주 매각을 위해 입찰 제안을 마감하는 날이다.
KB금융지주는 이날 응찰 여부와 별개로 분기가 끝날 때 마다 다음 달 마지막 주에 실적발표와 기업설명회를 진행하는 책임 있는 전통에 따라 실적발표와 웹캐스팅 방식의 설명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실적발표 면에선 은행권 공통적으로 시장전문가들이 예측했던 수준을 밑돌 것이 확실시되는 등 우호적이지 않은 여건 탓에 불편한 시간을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KB금융에게는 실적 보다 우리금융 응찰에 얽힌 선택을 둘러싼 사회경제적 시선이 더 버겁다. 우리 사회에 형성되고 있는 컨센서스가 KB금융의 인수에 결코 우호적이지 않다는 사실이 갈수록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 ‘KB가 우리 인수’ 역 시너지 우려 만만치 않아
정치적 판단이 낄 자리가 극히 비좁은 주식시장은 이미 KB금융이 우리금융을 인수 하는 방안에 대해 반대 정서를 표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큰 의욕을 표했던 매각 추진이건만 KB금융 주가는 외국인과 개인투자가들에게 외면 당하는 모습이었다.
기관투자가가 부분적인 순매수에 나서기도 했지만 외국인과 개인투자가들의 순매도가 우위에 서면서 KB금융 주가는 7월 들어 단 사흘만 오름세를 나타냈을 뿐 줄곧 떨어졌다.
시장 전문가들은 최근 KB금융 주가 흐름의 원인으로 인수합병(M&A) 향방의 불확실성에 기인한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우리금융 인수에 성공하더라도 기업가치가 높아질 요인보다는 악영향을 끼칠 요인이 만만치 않다고 우려하는 전문가가 적지 않다.
예를 들어 ㄱ증권사 애널리스트는 “M&A를 통한 구조적 이익 개선이 기대되거나, 양호한 자산건전성을 바탕으로 상대적으로 양호한 ROE가 기대되는 종목”들을 골라 최선호주(Top pick)를 제시하면서 KB금융은 꼽지 않았다.
ㄴ증권사는 “장기적으로 볼때 △합병은행 ROA가 기존 KB금융 ROA보다 낮아지고 레버리지 확대 효과도 미미해ROE 개선 폭이 높지 않고 △시장지배력은 확대되지만 과잉인력, 과잉점포 문제 발생이 예상돼 합병 후 통합작업(PMI)이 원만하게 진행되지 못할 경우 오히려 역시너지 발생 가능성이 있다”는 등의 문제점을 거론했다.
ㄷ증권사는 일찌감치 KB금융+우리금융이 모델이 되는 대형화의 경우 장점보다 단점이 많을 수 있다는 이유로 주주가치에 도움이 안된다고 밝힌 바 있다. 심지어 ㄹ증권사는 “KB금융의 경우 앞으로 예정된 자본 규제 강화 이슈에도 불구하고 높은 자본비율 덕분에 다른 은행계열보다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바로 이 장점과 관련 담당 애널리스트는 “설령 현재 진행 중인 모든 M&A가 무산되더라도 꼭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는 이유”라는 주장까지 폈다.
◇ 법·제도적 요건 상 초강 무리수 둬야 하지만
비록 바뀐 후의 상법이 KB금융의 우리금융 인수에 유리하긴 해도 은행권 금융그룹에 더 직접적으로 규정하는 법률이나 부차적으로 반드시 거쳐야 할 공정거래법 상 독과점 규제를 넘기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 역시 만만치 않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김선웅 소장(변호사)는 지난 19일 국회 의원회관 신관에서 민주당 김영주 의원등의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 KB금융지주 인수 방식으로 예상되는 3가지 모두 법적 문제점을 안게 될 것이라도 주장했다.
우선 우리금융지주사를 중간지주사로 삼는 방안에 대해 “지분 30% 인수에만 약 3조원 현금이 필요하고 정부지분을 모두 인수하는 데는 약 6조원에 이르는데 KB금융지주 자본적정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중간지주사로 삼기는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바뀐 상법에 힘입어 사모펀드(PEF) 또는 특수목적회사(SPAC) 중 하나를 자회사로 만들어서 인수하게 한 뒤 최종 합병을 꾀하는 3각 합병 역시 현행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르면 금융지주사를 지배하는 투자목적회사나 사모투자회사 등은 금융기관에 의해 지배돼서는 안 된다고 못박아 뒀다는 사실도 들춰냈다.
곧바로 두 지주회사 합병을 전제로 하는 방안 또한 우리금융 매각을 통해 공적자금회수 극대화를 꾀해야 하는 원칙이 법으로 정해진 상태에서 합병비율 산정이나 매각 결과로서 공적자금 회수 규모 논란이 커질 우려가 있을 것으로 봤다.
특히 은행권은 물론 대한민국 금융계 1,2위를 다투던 금융그룹의 합병 또는 연결이라는 점에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정치적 판단을 하지 않고서는 독과점 규제를 피하기 어렵다”고 김 소장은 강조했다.
◇ 대형화 한다고 반드시 시장지배력 커지지 않아
추가 대형화를 한다 해서 시장지배력이 높아지고 수익창출 효율성이 반드시 커진다고 보기 어렵고 오히려 KB금융과 우리금융 결합 모델은 역효과를 낼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두텁게 형성돼 있다. 김선웅 소장 분석에 따르면 두 그룹 주력자회사 은행들의 총자산을 합하면 전체 시중은행의 88.2%에 이르고 국내 예수금은 89.0%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단기적으로 두 은행 독립체제로 갔다가 합병을 꾀하게 된다면 점포와 인력 조정이 필연적이고 이 결국 시장지배력은 줄어 들거나 정체에 빠질 공산이 크다는 점도 우려를 낳고 있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