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는 이러한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지난 2006년 풍수해 보험을 일부 지역에 시범적으로 도입, 2008년부터 전국으로 확대해 시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풍수해보험이 아직 초기단계에 있으나 국가 재난시스템의 일부로써의 역할이 커 빠른 시일 내에 활성화와 함께 효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풍수해보험에 대한 국민적인 인식이 낮아, 이를 높이고 자연재해 리스크 헤지를 위해 풍수해보험의 의무가입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들이 제기되고 있다.
◇ 풍수해보험의 도입… 자발적 방지대책 마련 토대
풍수해보험은 태풍, 홍수, 호우, 강풍, 풍랑, 해일(지진해일 포함), 대설로 인한 주택, 온실(비닐하우스 포함) 등의 피해를 주민 스스로 대비하고 보상을 받도록 하기 위해 개인부담 보험료의 55~86%를 정부에서 지원하는 정책보험이다.
이를 통해 가입자들은 적은 비용으로 자연재해 피해 발생으로 인한 실질적인 복구비를 확보할 수 있다. 당초 영세 농어민의 생계구호 차원에서 시작됐던 정부의 ‘무상복구비 지원제도’는 피해주민 입장에서는 지원액이 턱없이 부족하게 느껴지는 반면, 정부의 재정에는 지속적으로 부담을 끼쳐왔다. 또 피해가 발생하면 정부가 보상액을 당연히 지급해줘야 한다는 잘못된 인식으로 변질돼 자발적 방재대책을 마련하는데 걸림돌로 작용했다. 이에 대한 보완대책으로 정부는 2006년 5월 풍수해보험 제도를 도입했다.
이를 통해 주민 스스로 위험관리를 할 수 있는 자발적 방지대책의 토대가 마련된 것.
그러나 풍수해에 대한 위험 특성상 동시 다발적으로 거대한 손실이 발생할 개연성이 높아 보험사들이 초기에 적극적인 마케팅을 하지 않았으며, 가입률이 저조해 보험기능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했다.
◇ 풍수해보험 활성화 위한 개선 움직임
풍수해보험의 보험금 지급은 지난 2006년부터 2011년까지 6년 동안 총 2296건의 사고로 64억1500만원이 지급됐으며, 지난해에만 집중호우 등으로 31억5900만원(1055건 피해)이 지급됐다. 이처럼 풍수해 위험은 해마다 큰 편차를 보이고 있으나 2008년 이후 정부의 풍수해보험 사업지원 예산은 거의 답보상태에 있었다.
그러나 전세계적으로 풍수해 위험이 커짐에 따라 정부에서도 새로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소방방재청은 올해 풍수해보험의 활성화를 위해 피해보상 범위를 확대하고 국민의 부담은 줄이는 개선안을 4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주택 침수 보험금을 현실화하기 위해 기존 12~32만원 수준에서 120만원까지 상향조정했으며, 주택 보상금액도 제곱미터당 60만원에서 단독주택의 경우 100만원, 공동주택은 90만원으로 확대했다. 또한 지자체별로 보험요율을 인하하고 손해조사비율도 늘렸다.
이러한 정부의 개선안 시행과 더불어, 보험료 지원 확대, 재난위험지도 작성, 리스크의 시차적 분산, 위험집단의 상시 모니터링 등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보험연구원 김소연 연구위원은 ‘풍수해보험 활성화 및 효율성 제고를 위한 과제’란 보고서를 통해 △풍수해보험료 지원예산 확대 △재난위험지도의 빠른 완성 및 주기적 업데이트 △장기계약상품 개발 △반복 손실발생 가입집단의 관리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 인식제고 통해, 풍수해보험 대상 확대
풍수해보험 활성화를 위해 우선되어야 할 것은 무엇보다도 ‘풍수해보험’에 대한 국민적인 인식제고 노력이다. 전문가들은 풍수해 등 자연재해의 위험이 특정 개인에게 손해를 끼치는 것이 아닌 사회전체에 손해를 야기하는 기본적인 위험이므로 사회가 공동의식을 가지고 피해복구와 예방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실제 풍수해보험은 풍수해 피해가 자주 발생하는 일부지역에 국한되어 가입하는 경향이 있고 피해가 덜한 지역의 경우 보험자체에 대한 인식이 낮은 경우가 많다. 풍수해보험 가입자는 2008년 보험대상지역이 전국으로 확대됨에 따라 24만 가구로 확대 됐으나, 2009년 이후에는 30만 가구 이상에서 더 이상 증가하지 않고 답보상태에 있다.
이는 국민적 인식이 부족한 탓이 큰데, 보험사들도 풍수해보험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홍보에 나서지 않고 있어 인식제고를 위한 방안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전주대학교 양희산 교수는 “풍수해보험 활성화를 위해서는 풍수해보험에 대한 인식의 폭을 넓혀 전체가입자 수를 늘리고, 풍수해에 따른 위험을 분담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풍수해보험 가입 의무화 논의 필요해
풍수해보험의 대상 확대와 함께 의무가입 조항을 신설해야한다는 요구도 이어지고 있다. 소방방재청 홍경우 재해영향분석과장은 “재난관리의 사각지대에 있는 거주민에 대한 보험가입을 정례화하고 풍수해보험 가입 의무화를 위한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일반적으로 자신에게는 위험이 닥치지 않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심리와 가입하지 않아도 정부로부터 무상복구비를 지원받으면 된다는 도덕적 해이 등으로 풍수해보험의 확대가 쉽지 않은 실정. 그러나 풍수해보험이 사회보장적 성격을 지닌 의무보험으로 도입될 경우, 보험제도의 기본원리인 위험의 결합과 분산을 전국적으로 충족시킬 수 있고, 보험계약자 및 보험회사의 역선택을 방지할 수 있으며, 보험서비스 공급을 위한 일정 수준의 수요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양희산 교수는 ‘풍수해보험법’과 ‘화재로 인한 재해보상과 보험가입에 관한 법률’ 및 ‘다중이용업소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을 연계 통합운영함으로써 풍수해보험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이러한 법규들이 규정하고 있는 건물들에 대해 의무가입토록 함으로써 많은 시설과 건물들이 풍수해위험으로부터 보호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재원이 일부 열악한 시설이나 건물에 할애돼 사회적 연대의식을 제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보험연구원 김소연 연구위원은 “국가 재난복구지원금 제도 등의 무조건적 지원을 단계적으로 줄이고 보험료 지원을 확대함으로써 예기치 못한 풍수해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풍수해보험의 가입을 촉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풍수해보험관리지도 및 재난위험지도 구축
‘풍수해보험법’에는 풍수해보험관리지도를 작성토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과거 풍수해 발생 이력 및 향후 발생 위험 등을 고려해 풍수해 위험 정도를 지역별로 표시하는 것으로 풍수해보험사업 운영에 있어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양희산 교수는 “현재 사용하고 있는 풍수해보험의 등급요율 방식이 자연재해 위험 정도를 적절히 반영하고 있지 못해, 소방방재청에서 이러한 풍수해보험관리지도를 작성, 이를 통합하고 관리할 수 있는 전산체계를 구축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풍수해보험관리지도가 합리적인 보험요율을 산정할 수 있는 도구로 사용돼 풍수해보험의 신뢰도를 제고시키고 역선택의 위험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풍수해보험이 꼭 필요한 사람들이 가입했는지 평가할 수 있는 재난위험지도를 제작해 풍수해보험 뿐 아니라 국가 전체 재난시스템이 효율적으로 작동될 수 있도록 해야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 리스크 분산과 위험집단 모니터링
풍수해보험의 효율성 증대를 위해서 재해리스크를 시차적으로 분산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보험연구원 김소연 연구위원은 “풍수해보험은 사고가 짧은 기간에 집중적으로 발생해 리스크의 분산이 어려운 만큼 계약기간을 5년, 10년 등으로 늘려 보험의 재해리스크를 시차적으로 분산시키는 방안을 고려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재해 위험이 높은 특정지역의 최상위 위험집단에 지급되는 보험금 비중이 전체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러한 재해취약지역에 대한 관리를 위해 피해 예방대책이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 지자체 차원에서 강력한 모니터링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 연도별 풍수해보험금 지급 현황 〉
(단위 : 건, 만원)
〈 2012년 풍수해보험 제도 변화 〉
김미리내 기자 pannil@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