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전통적 수익구조 흔들, 거래대금 늘어도 실적 정체
증권사의 전통적인 수익모델이 흔들리고 있다. 과거 수익원의 원천은 거래대금. 즉 코스피 급등으로 거래대금이 늘면 브로커리지부문(위탁매매 수수료)이 활성화되면서 이는 수익성개선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최근 거래대금이 늘어도 브로커리지가 정체되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이같은 불문율은 깨어지는 상황이다. 메리츠종금증권에 따르면 2005년 이전 시기는 ‘거래대금증가→수익성개선’인 ‘브로커리지 불패신화’가 통했다. 브로커리지 손익 비중이 전체 순영업손익 내에서 54~64%에 달했으며, 거래대금증대는 증권사 손익을 가장 직접적으로 개선시키는 요인이었다. 특히 외국에 비해 자본금이 적은 국내 증권사의 경우 거래대금 증대는 증권사의 ROE향상으로 이어져 기업가치상승의 핵심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이같은 불패공식은 깨지고 있다. 최근 코스피급등에 따른 거래대금의 증가에도 브로커리지 수익 기여도는 급감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실제 일평균거래대금은 지난 2010년 8조원, 지난해 약9조8000억원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하지만 같은 기간 브로커리지 수익기여도의 경우 42.3%에서 39.7%으로 급감하는 등 정반대의 현상이 연출되고 있다.
◇ 가격경쟁영향, 수익성 다각화에 따라 희비
이같은 역전현상은 수수료경쟁에 따른 마진악화에서 비롯됐다는 시각이다. 메리츠종금증권 박선호 연구원은 “브로커리지 부문이 완전경쟁 시장으로 달라졌다”며 “대형사간 M/S 고착화가 나타나고 차별화된 서비스 제공이 어려워짐에 따라 증권사의 가격경쟁이 심화된 것이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이같은 패턴은 지난 3분기 증권사 실적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실제 브로커리지에 의존하는 키움증권의 경우 지난 3분기 일평균 거래대금은 8.7조원으로 전분기 대비 약 8% 감소에도 순익은 477억원으로 9% 늘었다. 이는 시장점유율이 14.2%에서 16.3%로 늘며 거래대금보다 1위 사업자에 따른 선점효과가 수익성개선에 영향을 줬다는 평이다.
한편 브로커리지의 영향력이 감소됨에 따라 그 빈자리를 메울지 눈길이 쏠리고 있다. 현재 증권사의 수익원은 브로커리지, IB, 트레이딩, 자산관리. IB의 경우 시장규모는 커졌으나 저가수수료경쟁의 영향으로 전체 순영업수익 가운데 그 비중이 약 7%에 불과하다. 채권중심의 트레이딩부문도 금리변화에 따라 채권평가손이 널뛰기하는 탓에 안정적 수익창출과 거리가 멀다. 때문에 펀드, 자문랩, ELS같은 WM(자산관리)부문이 브로커리지의 빈자리를 메울 1순위후보로 꼽힌다. 최근엔 조기은퇴, 퇴직연금제도 변화 등에 따른 은퇴시장, 헤지펀드 후방지원업무인 프라임브로커리지, 안정적 장기투자가 가능한 PEF(사모투자펀드) 쪽으로도 수익원다각화를 모색하고 있다. 반면 브로커리지의 파괴력은 다소 둔화됐으나 여전히 핵심수익원이라는 지적도 있다.
신영증권 박은준 연구원은 “전체 수익에 미치는 영향력은 감소됐으나 브로커리지가 여전히 주요 수익원”이라며 “현재 수익원다각화로 추진하는 은퇴시장공략, 프라임브로커리지 등은 시장활성화가 뒤따라야 하는 장기적 사업으로 당장 실적개선으로 이어지기에 쉽지 않다”고 말했다.
최성해 기자 haeshe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