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노화고령사회연구소와 메트라이프생명이 지난 2일 발표한 ‘메트라이프 통합은퇴준비지수(MetLife Integrated Retirement Readiness Index: MIRRI)’ 연구결과에 따르면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 세대의 은퇴준비가 낙제점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통합은퇴준비지수(MIRRI)는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와 메트라이프생명이 공동 연구 개발한 것으로, 기존의 은퇴준비지수들이 주로 재정적인 측면에만 초점을 맞춘 것에 비해 4000명에 달하는 베이비부머를 대상으로 재정적인 측면뿐 아니라 건강·심리·사회적 관여 등 비재정적인 준비를 포괄한 지표라는 점에서 차별성을 가진다.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 한경혜 교수는 “베이비부머 세대의 통합은퇴준비지수는 100점 만점에 62.22점으로 겨우 낙제점을 면한 수준”이라며 “특히 재정적인 영역에서 가장 미흡한 모습을 보여 은퇴 후 재정적으로 안정적인 삶을 기대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베이비부머의 은퇴점수는 재정영역의 점수가 52.6점으로 가장 낮게 나왔으며, 심리(61.3점), 건강(66.36점)에 이어 사회적 관여(68.62점) 영역이 가장 높게 나왔다.
베이비부머 가운데 4명 중 1명은 현재 가계 재정상황을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으며, 은퇴 후 가계 재무 상황에 만족하는 이들은 20%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은퇴이후의 필요자금을 계산해 본 응답자도 전체 4분의 1정도에 불과하며, 응답자의 26%는 은퇴자금 마련을 위한 저축 및 투자계획을 생각지도 못하거나 시작도 못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메트라이프생명 차태진 개인영업 및 마케팅총괄 상무는 “베이비부머 세대들은 한국의 경제발전을 이끌어 옴에 따라 성장 혜택을 가장 많이 본 세대로 경제의 정체나 성장이 멈출 수 있다는 인식을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하다”며 “때문에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해 막연한 낙관주의를 가지고 있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베이비부머 세대가 아직 자녀의 교육비나 결혼자금 등 지출해야 할 부분이 남아있어 은퇴 후 삶에 대한 재정적인 부분의 취약성을 인식하고 이를 하루 빨리 준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더불어 노후의 3중 보장체계인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을 준비하고 있는 비율도 15%에 불과해 실제 은퇴시기까지 5년이 채 남지 않은 베이비부머의 은퇴 준비가 매우 미흡한 수준으로 드러났다. 한경희 교수는 “중년기에 있는 베이비부머들이 자녀의 대학 등록금이나 결혼 자금 마련에 대한 압박과 경기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베이비부머의 은퇴시기에 대한 인식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은퇴 이후 재정적 준비가 거의 되어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정년에 비해 은퇴까지의 기간을 11년 정도로 길게 파악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기업의 정년이 55세 전후인 걸 감안할 때 현재 49~57세인 베이비부머들의 은퇴시기는 채 5년이 남지 않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 교수는 “은퇴가 현실화되기 전에 개인적·사회적으로 각 영역에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갈 방법 모색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통합은퇴준비지수를 통해 베이비부머들의 은퇴준비 유형을 구분한 결과 전체의 14.7%가 ‘준비상태 양호형’으로 분류됐으며, 45.8%가 ‘평균형’으로 은퇴준비지수가 각각 77.08점, 65.68점으로 다소 높게 나타났다. 이중 준비상태 양호형의 경우 교육수준과 가구 소득이 높고 정규직 비율이 높게 나타난 반면, 상대적으로 준비부족형(25.8%)과 고위험형(3.6%)의 경우 교육수준과 소득이 낮고, 정규직 비율 또한 낮게 나타났다. 한 교수는 “은퇴이후 삶에 대한 척도를 수치화 하려는 노력이 세계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비재무적인 측면에 대한 고려도 논의되고 있지만, 이것을 수치화한 작업은 이번이 처음으로 의미가 크다”며, “앞으로 외국과의 비교를 통해 수치의 객관성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올해 미국에서 개최되는 미국노년학회(GSA)에 발표될 예정이며, 메프라이프생명은 서울대학교와 함께 현재 베이비부머를 대상으로 한 연구를 지속해 올해 중반쯤 2차 조사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 은퇴준비 유형별 은퇴준비도 수준 〉
(단위: 점)
김미리내 기자 pannil@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