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드사들이 중소가맹점 수수료 인하 논란이 불거지면서 고금리를 적용하는 카드대출 고객 비중을 늘려 수익을 보존하고 있다. 카드업체의 손실을 고객에게 전가시키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어 보인다.” 금융위원회 고위 관계자
“지난해 카드대출 연체율이 평균 2%를 기록해 2009년 상반기 2.4%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지만 8.5% 였던 지난 2002년 카드사태 때보다는 위험하지 않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이후 고객 연체율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어 서민가계의 부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신용카드 사용액과 고금리 대출인 현금서비스와 카드론 등 카드대출 증가세가 심상치 않다. 지난해 신용카드 사용액과 카드대출 잔액은 카드대란 이후 상당한 규모로 늘었다. 특히 금융당국의 규제로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세가 둔화된 반면 ‘풍선효과’로 카드대출이 늘어나면서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올해 국내경기 전망이 암울한 가운데 카드대출의 연체율이 오름세를 보여 가계대출이 부실화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카드대출의 증가세가 서민가계의 부실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선제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 ‘작년 신용카드 이용실적 558조원’ 2002년 카드대란 이후 최대 실적
지난해 신용카드 이용액이 크게 늘었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1년 신용카드 이용실적은 558조 1000억원으로 전년도(517조 4000억원)보다 7.9%정도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1년새 40조원 정도 늘어난 것이다. 이용실적 역시 카드대란이 일어난 2002년 이후 가장 큰 규모다. <표참조>
신용카드 이용은 미래 소득을 당겨쓰는 것으로 갚지 못하면 빚으로 남는다. 금융당국은 지난해부터 신용카드 억제정책을 펴왔지만 시장은 반대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은행 대출에 신용카드 빚까지 늘어나면서 자영업자 차입을 포함한 가계빚은 이미 1000조원을 넘어선 상태다. 특히 현금서비스나 카드론 등 카드대출은 지난해 7월 금융당국이 시중은행의 가계대출을 규제한 데 따른 ‘풍선효과’로 이용실적이 늘었다. 더구나 카드론에 비해 금리가 높은 현금서비스의 경우 지난 2008년 이후 다시 증가세로 전환됐다. 2002년 카드대란 당시 현금서비스 이용실적은 357조 7000억원까지 올라갔다가 이후 구조조정 과정을 겪으면서 실적이 감소세를 지속하다가 지난 2008년 한 해 반짝 상승했다 이후 다시 하락세를 지속해 왔다.
하지만 지난해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등으로 수익 감소가 예상되자, 카드사들이 고금리 대출인 현금서비스 마케팅을 확대하면서 이용실적이 전년도 보다 5000억원 가량 증가한 88조 8000억원을 기록했다. <그래프 참조>
특히 카드사들은 고금리가 적용되는 저신용 고객비중을 대폭 늘렸다. 실제 6개 카드전업사(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하나SK)의 현금서비스 금리 수준은 20%대 후반이다. 적용금리대별 회원 분포현황을 분석해보면 최고금리인 26% 이상~30% 미만의 금리를 적용받는 회원은 전체의 30.66%를 차지한다. 신용도가 낮을수록 금리가 높아지는 점을 감안하면 회원의 30% 이상이 최고금리를 적용받는 서민이라는 것이다. 전업카드사 중 삼성카드는 26~30%대 금리 구간에 분포한 회원(이용 회원)이 45.59%로, 두 명 중 한 명이 최고 금리를 적용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계 카드사 중에서 현금서비스 금리가 가장 높은 곳은 씨티은행으로 나타났다. 씨티은행 카드는 26%~30%대 최고금리를 내는 이용 회원이 무려 54%에 달했다. 이어 외환은행카드와 우리은행카드 이용 회원 비율은 각각 37.33%, 35.16%로 나타났다.
카드사들은 회사채를 발행해 10% 미만의 저금리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24%대 이상의 고금리 현금서비스 고객 비중이 늘면 별다른 노력 없이 15% 포인트 정도 마진 장사가 가능한 셈이다. 카드론 역시 2년 연속 실적 성장세를 지속했다. 지난해 카드론 실적은 24조 8000억원으로 전년 보다 3.5% 성장했지만 이용 실적으로는 지난 2003년(37조원)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 카드대출 연체율 증가세…서민가계 부실화 우려
문제는 서민들의 생활자금 마련을 위한 생계형 대출인 카드대출의 연체율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데다 국내경기도 둔화돼 서민가계의 부실화가 우려된다는 데 있다. 지난해 1월부터 10월중 카드대출의 연체율은 평균 1.8%로 같은 기간 전체 가계대출 연체율(0.7%)의 두 배를 넘어섰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에 1.8%를 기록한 것과 같은 수준이다. 특히 신용카드대출의 연체율은 지난해 7월 2.0%, 8월 2.1%로 증가했다가 9월 1.8%로 소폭 감소한 뒤 10월에 2.1%로 다시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유로존 재정위기와 이란 제재에 따른 유가 급등 등 해외발 악재로 우리경제가 1분기에 마이너스 0.1% 성장을 기록할 것이라는 암담한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세가격이 많이 올라 대출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여기에 고용 불안 등 경기마저 악화되면서 생활비 용도로 카드대출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문제는 정부가 은행을 규제하다보니 신용이 떨어지고 상환여력이 부족한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연체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2011년 가계금융조사’를 보면 부채를 가진 가구 중 소득 하위 20%에 속하는 1분위는 평균 122만원의 신용카드 관련 대출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소득 상위 20%인 5분위는 절반 수준인 55만원이었다. 은행보다 금리가 훨씬 높은 신용카드대출 증가가 서민 가계의 부실화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카드대출의 증가세는 900조원이 넘는 전체 가계부채의 취약성으로 이어져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시장일각에서는 카드대출 증가로 인한 금융위기 가능성은 작다고 제기한다.
현대경제연구원 박덕배 전문연구위원은 “카드사의 대출 절대액수가 늘어나는 것은 풍선효과의 영향이 가장 큰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카드대란 당시와 비교해볼 때 대출보다 신용판매가 더 많기 때문에 제2의 위기라고 보긴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카드대출의 부실화를 막기 위해서는 중상층과 저소득 계층에 대한 타깃 처방이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박덕배 연구위원은 “정부가 가계대출 정책을 펴는데 있어 투 트랙 전략이 필요하다”며 “중상층의 경우 대출을 줄이는 것과 동시에 저소득층은 대출의 질이 나빠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자산규모가 있는 중산층의 경우 대출을 감내할 수 있는 능력 한도내로 줄이는 것과 함께 분할상환 등 상환구조를 조절해 대출 능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반면 저소득층을 위해서는 지난해 4월 정부가 내놓은 서민금융 안정화 대책이 실효를 거둘 수 있도록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카드사의 건전성 유지를 위해 카드사 자체적으로 카드사용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작년부터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억제 관련 조치들이 나오고 있다”며 “카드사는 정부 대책을 충실히 이행하면서 자체적으로 카드사용 규제를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 신용카드 및 체크카드 이용실적(겸영은행 포함) 〉
(단위 : 조원, %)
(자료 : 금융감독원)
〈 여신전문금융회사 가계신용대출잔액 추이 〉
(단위 : 조원)
주 : 1. 기말 잔액의 증감액 기준, 한국은행 자료
2. ( )내는 잔액의 전년 동기대비 증감률(%)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