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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가는 신용카드 정책 ‘왜’

김의석 기자

eskim@

기사입력 : 2011-10-12 21:55

카드 이용자들 권리 침해하는 퇴보적 행정발상
정부가 대형 카드사 이익 눈 감아 준다 ‘제기’
카드업계, 수수료 인하 봐주기 주장에 곤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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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카드소액결제 방침을 강력히 반대한다. 상인들 요구의 핵심은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를 1.5%까지 낮춰 달라고 요구했더니…, 아무튼 이번 정부의 카드 소액결제 거부 방안은 카드사가 내놓은 꼼수라고 밖에 볼 수 없다.” 김경배 전국소상공인단체엽합회 회장

“금융당국이 괜히 소액 카드 결제 부분을 건드려서 불똥이 소비자들과 카드업계로 튀었다. 올해 초에도 수수료율을 내렸고, 내년에도 내릴 것이다. 솔직히 추가 인하 여력은 없다.” A카드사 임원

“VAN사들의 경우엔 신용카드 결제 금액과 상관없이 건당 수수료를 받고 있다. 만약 1만원 이하 소액 카드결제를 거부할 수 있게 되면 그만큼 수익원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원

“정부가 1만 원 이하의 신용카드 소액결제에 대해 가맹점이 거절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려 했던 것은 이유가 뭐든 카드 이용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 국민적 지지를 얻을 수 없는 퇴보행정의 하나로 꼽을 수 밖에 없다.” 경실련 성명서

정부가 1만원 이하 소액의 카드결제를 거부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으나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아 난항이 예상된다. 당장 불편을 감수해야 할 소비자들은 물론 수혜 대상으로 여겨졌던 상인들까지 반발하고 나섰다. 소상공인들은 납득할 만한 조치가 없을 경우, 장외투쟁에 돌입한다는 계획이어서 이를 둘러싼 논란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게다가 경제활동인구 한 명당 보유 카드 수가 평균 4장을 넘을 정도로 카드 사용이 이미 활성화된 상황에서(여신금융협회 집계기준) 이러한 정책은 소비자의 편의를 고려하지 않은 ‘탁상공론’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일어 사회 전반적인 문제로 번지고 있어 금융당국 관계자들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 전체 신용카드 결제 건수 가운데 30%가 소액결제

1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1만원 이하의 소액에 신용카드 결제를 거부할 수 있도록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현행 여신전문금융업법 19조 1항은 신용카드 가맹점이 카드결제를 거부하면 1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카드 결제를 거부할 수 없게 돼 있다.

하지만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소액결제의 신용카드 의무수납을 폐지 또는 완화하는 것을 본격 검토할 시기가 왔다.”고 말했었다. 이는 식당 등 중소 상인들의 카드 결제에 따른 수수료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것이지만 카드 이용자들의 권익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지적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지난 7월 신용카드 승인실적 6억9000만 건 가운데 1만원 이하 카드결제가 약 2억 건(29.2%)에 달한다. 〈표 참조〉

한국은행이 2010년 말 금융기관 이용고객 80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는데 1만원 미만의 소액결제 비중은 무려 41.2%나 됐다. 소액결제 시 신용카드를 받지 않으면 수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본다는 뜻이다.

◇ 중소가맹점, “실효성 없이 정부 생색만 내”

금융당국이 꺼내든 1만원 이하 소액 신용카드 결제 거부 추진이 카드 수수료율 인하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

우선 금융당국의 해당 조치로 혜택을 입을 것으로 기대됐던 소상인들마저 소액 카드결제 거부가 별 도움이 안된다며 볼멘 소리를 하고 있다. 소액 결제 거부는 미봉책일 뿐 카드 수수료율 자체를 낮춰야 한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서울 근교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박모씨는 “우리 같은 영세업자에게 만원 이하 현금받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차라리 카드 수수료를 낮춰주라” 고 말했다. 박 씨는 “연매출이 4000만원 정도고, 매달 순수입은 100만원 정도다. 그런데 카드 수수료(결제 금액의 2.2%)로 나가는 돈이 연간 85만원이나 된다”며 “신용카드로 결제하려는 손님들을 안 받으면 손님들의 발길이 끊길 것이다. 이건 별로 도움이 안 된다” 고 푸념했다.

박 씨처럼 카드사 수수료가 너무 높다고 불만인 전국의 음식점 업주 10만명은 오는 18일 수수료 인하를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서울 여의도에서 열 계획이다. 더불어 음식업종의 카드 수수료율(2.1~2.7%)이 골프장(1.5~3.3%)이나, 대형마트(1.6~1.9%), 주유소(1.5%) 등보다 훨씬 높은 점도 문제다. 현재 수수료 체계에 따르면 산술적으로 똑같은 매출 1000만원에 대해 대형마트는 카드사에 16만~19만원의 수수료를 내는 반면 분식집 등 음식점은 21만~27만원의 수수료를 내야하는 상황이다. 한국음식점중앙회 관계자는 “전체 회원(42만명)의 평균 연매출이 1억2000만원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수수료율을 1.5%로 낮추면 업종 전체로는 5000억원의 부담이 절감된다”고 말했다. 전국소상공인단체엽합회 김경배 회장은 “정부가 그동안 단계적으로 수수료를 낮춰 올해부터 연 매출 1억2000만원 미만 사업장을 상대로 가맹점 수수료를 최대 0.6∼1.6% 낮추도록 했는데 혜택을 받는 가맹점이 취급하는 카드 거래액은 7조원 이하로 전체 신용판매액 412조5000억원의 1.7%에 불과하다”며 “가맹점 당 연 6만5000원 정도의 혜택을 받는 수준이며 이들 가맹점의 40%는 한 달에 단 한 건의 신용카드 거래도 발생하지 않는 유휴가맹점”이라고 지적했다.

◇ 정부 법개정 추진에 정치권·시민단체도 반발

소비자단체들도 금융위의 이번 대책이 소비자의 선택권을 해치는 것은 물론 영세가맹점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반발했다. 금융소비자연맹 관계자는 “1만원 이하 신용카드 결제를 거절하는 것은 소비자의 편의와 선택권을 침해한다”고 말했다. 또 “만약 가맹점이 1만원 이하의 소액결제를 거절할 수 있더라도, 현실적으로 대부분 중ㆍ대형 가맹점은 소비자의 불만을 듣지 않기 위해서 소액결제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따라서 소액결제 거부가 영세가맹점의 수수료 부담을 줄여주기보다는 소액결제를 받는 중ㆍ대형가맹점에 소비자들을 몰리게 하는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는 것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성명서를 통해 “소액결제가 일반화 된 시점에서 소액결제를 거부할 수 있도록 정책을 변경하는 것은 신용카드 이용에 따른 소비자의 편의와 효용을 무시한 것”이라며 “소액결제를 거부할 경우 자영업자 소득파악률이 저하되어 세원 투명성 제고에 역행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실련은 이어 “소비자와 카드사 간의 시장이 완전경쟁시장으로 이루어진 것처럼 가맹점과 카드사 간의 시장도 경쟁구조로 만들 수 있는 금융당국의 지혜가 필요한 때”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온라인 등에서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반대 움직임도 벌어지는 등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인터넷 한 포털사이트에는 이날 `신용 카드 1만원 미만 카드 결제 거부 법안 철회 요청’이라는 제목의 온라인 서명운동 게시물이 올라와 수많은 네티즌들이 이에 동참했다. 서명운동을 시작한 누리꾼은 “시민들에게 불편한 법을 왜 굳이 추진하는 지 납득이 안 된다”며 “이번 개정안 추진을 철회하는 대신 수수료를 낮추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치권도 소액결제 거부보다는 수수료율을 낮추는 카드업계의 고통분담이 시급하다고 압박에 나섰다.

정두언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장은 11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카드수수료 문제인데 왜 카드업계는 전혀 부담을 안 지느냐” 며 “카드업계가 어렵기 때문에 자구책을 강구한다는 얘기는 못 들어봤다. 단적인 예로 경영진들의 연봉을 삭감한다는 얘기도 못 들어봤다” 고 공개 비난했다. 비판 여론이 비등하면서 법 개정 작업은 난항을 겪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당초 금융당국은 연내 개정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하고 내년 초 국회 통과를 추진할 방침이었다. 한 금융권 인사는 “카드업계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수료 인하 없이 소액 결제 거부를 허용하는 방식으로는 가맹점들의 불만을 잠재울 수 없다”며 “소비자들과 정치권까지 반대하고 있어 법 개정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카드사들, 중소상공인 가맹점 수수료 인하 요구에 난색

하지만 카드사들은 음식점 업주들의 수수료 인하 요구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골프장은 거액 결제가 많고, 주유소나 대형마트는 전체 카드 매출액이 워낙 커 수수료율이 낮아도 타산이 맞지만, 음식점은 매출 규모도 작고 소액 결제가 많아 서비스 원가(결제망 운영 경비+외상 거래에 따른 이자 비용 등)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사실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문제는 가맹점 매출보다 카드사 수익 구조와 더 밀접하게 연관된다.

지난해 카드사 수익 10조1233억원 가운데 가맹점 수수료 비중이 60% 이상에 달하고 있다. 또한 카드결제 시스템은 가맹점 수수료 외에도 단말기 설치와 결제 중개 업무를 맡는 밴(VAN)사업자 수수료 등이 포함되기 때문에 카드업계와의 마찰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카드사 입장에서는 막대한 규모의 수수료 수익을 포기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대형업체와 중소업체의 매출금액 등이 크게 차이가 나기 때문에 수수료율을 차등적용하는 것이 쉽지 않은 문제”라고 밝혔다.

반면 VAN사들의 경우엔 결제 금액과 상관없이 건당 수수료를 받고 있는 상황이어서 만약 1만 원 이하 소액 결제를 거부할 수 있게 되면 그만큼 수익원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나이스정보통신 관계자는 “이미 오래 전부터 나왔던 내용으로 실질적으로 시행되긴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만약 시행된다면 일정 부분의 매출 감소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 금융위, `1만원 이하 카드 소액결제 거부 무산될 듯

이처럼 금융위가 내 놓은 ‘1만원 이하 카드 결제 거부 허용’ 방안에 카드 이용자에 이어 카드 업계와 가맹점마저 반발하고 나서자 금융당국도 결국 한 발짝 물러섰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12일 “금융위는 1만원 이하 카드 결제 거부 허용과 관련해 별도로 추진하고 있는 일이 없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10일까지만 해도 1만원 이하 카드 결제 거부 방안 추진에 대해 “기관 협조 차원에서 의견을 제시하겠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여론이 악화되자 사태 진화에 나선 것이다. 1만원 이하 카드 결제 거부 허용 문제에 대한 논란은 지난 7일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국정감사에서 “소액 결제 의무 수납을 폐지 또는 완화하는 것을 본격적으로 검토할 시기가 왔다”고 언급한 이후 일파만파로 번졌다. 1만원 이하 카드 결제 거부를 허용하려면 여신전문업법을 개정해야 한다. 현재는 법적으로 카드 결제를 거부하면 1000만원 이하 벌금이나 1년 이하 징역에 처하게끔 돼 있다. 만약 금융위가 법을 개정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올해 정기국회에서는 어렵고 내년 임시국회에서나 가능하다. 법안 개정에 대해 카드 이용자들이 불편함을 주장하고 나선 데 이어 가맹점주들은 물론 카드 업계도 “실효성이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 7월 한달간 소액 신용카드 결제 비중 〉
                                                                            * 2011년 7월 신용카드 승인실적(6.9억건, 40.8조원) 기준(여전협회)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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