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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C카드 글로벌시장 진출에 견제구

김의석 기자

eskim@

기사입력 : 2011-08-17 21:18

해외결제망 놓고 ‘BC-VISA’ 정면충돌 양상
시장지배력 지위 남용 ‘반시장적 행위’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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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C카드 글로벌시장 진출에 견제구
“소비자가 저렴한 수수료로 서비스를 이용할 기회를 차단하고 시장지배적 지위를 강화하고자 하는 비자카드의 조치는 반시장적 행위이다.” 이강혁 비씨카드브랜드협의회 의장

“비자카드의 운영 규정을 전 세계 모든 국가에 동일하게 적용하고 있어 비씨카드에 대해서만 차별적으로 규정 적용을 하고 있지 않다. 또한 스타사는 비씨카드와 달리 비자의 고객사가 아니고 중국의 은련카드는 비자카드의 발급사가 아니다.” 비자카드 해명자료

“비자카드는 국제 거래의 승인 및 매입업무를 할 때는 자신들의 글로벌 지불결제 네트워크인 비자넷(VisaNet)을 이용하도록 일방적으로 설정해 놓고 이를 회원사들에 강제했다. 이는 국제 신용카드 거래 네트워크 서비스 시장에서 자신의 지배적 지위를 유지·강화하기 위한 의도와 목적이 있다.”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비자카드의 해외결제 네트워크 사용문제를 둘러싼 비씨카드와 비자카드의 날선 공방이 두 달째 이어지면서 갈등의 골이 점점 더 깊어지는 양상이다. 지난 16일 비씨카드가 글로벌 카드회사인 비자카드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한 것과 관련해 국내 은행과 카드사들이 뜻을 같이하기로 했다.

일부 은행과 전업 카드사가 동참하면서 이번 분쟁이 비자 등 글로벌 카드사와 국내 카드업계의 전면전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해외 카드사 등과 전용망을 통해 거래한 부분에 대해서는 비싼 수수료를 낼 수 없다는 게 비씨카드 입장이다. 반면 글로벌 카드사인 비자카드는 `규정 위반이라고 주장한다. 자사 브랜드를 사용하는 한 해외에서 사용한 건에 대해 수수료를 지불하는 것은 계약상 합의한 내용이라는 것이다. 사실 그동안 국내 카드사들은 비자카드 측의 일방적인 수수료 인상 요구 등에 대해 ‘독점적인 지위를 남용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팽배해 있었다. 또한 비자카드로 이뤄진 국내 결제액에 대해서도 0.04%의 수수료를 비자카드에 내야 하는 것도 불만이 큰 상황이다.

◇ 비씨카드 해외 별도 결제망 구축이 갈등의 단초

두 카드사의 갈등이 시작된 것은 2009년 10월이었다. 비씨카드가 비자카드와 마스타카드에 주는 수수료를 내지 않고 독자 결제망 구축에 나섰다. 미국의 현금자동입출금기(ATM) 1위 업체인 스타사(Star Network)와 전용선을 구축해 직접 ATM 거래를 시작한 것이다. 본래 비씨-비자카드(비자 마크가 찍힌 비씨카드)가 발급되면 비자카드는 두 가지 명목으로 돈을 받는다.

우선 국제 카드 분담금. 사용액의 일정 비율을 비씨카드사 같은 카드사로부터 걷는 것이다. 일종의 브랜드 사용료다. 또 하나는 국제 카드 수수료. 소비자들이 외국에 나가 카드로 물건을 사거나 ATM으로 현금서비스 등을 받을 때 비자카드의 결제망인 ‘비자넷’을 이용했다는 명목으로 소비자들로부터 직접 사용금액의 1%를 받는다. 비씨카드는 이 점에 주목했다. 직접 미국에 ATM 전용선을 구축하면 비씨-비자카드를 가지고 미국에 가 ATM을 이용하는 고객들은 더 이상 1%의 수수료를 비자카드에 낼 필요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주요 수익원을 잃게 되는 비자카드로선 비씨 측의 ‘도전’을 용납하기 어려워진 셈이다.

여기에 비자카드는 비씨카드가 중국 인롄(銀聯)카드와 제휴해 중국 관광객이 국내에서 사용한 인롄-비자카드(비자마크가 찍힌 인롄카드) 결제분을 정산 처리해 준 것도 비자넷을 이용하지 않아 규정 위반이라고 결정했다. 비자카드는 두 사안에 대해 각각 5만 달러를 위약금으로 환수했다. 이후에도 매달 5만 달러의 벌과금을 부과하고 있다. 현재까지 비씨카드 정산계좌에서 비자카드가 인출한 벌과금은 총 20만 달러다. 이에 비씨카드는 지난 7월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이라는 이유로 비자카드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고,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다.

◇ 결국 비씨카드와 비자카드간의 해묵은 갈등 폭발

특히 지난 16일 이강혁 비씨카드 부사장과 제임스 딕슨 비자코리아 사장의 회동이 예정돼 있었으나 비자카드가 두 시간 전 이를 거부하면서 양사간의 갈등도 확산되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비씨카드는 이날 오전 보도자료를 통해 “비자카드와의 국제카드수수료 분쟁과 관련해 11개 비씨카드 회원사가 공동 대응키로 했다”며 “비씨카드 브랜드협의회 의장인 이강혁 부사장이 이날 오후 4시 서울 중구 소공동에 있는 비자코리아를 방문해 성명서를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성명서에는 `비자카드가 벌과금 조치를 취소할 때까지 비씨카드와 11개 회원사는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비씨카드 측은 전했다.

비씨카드의 회동 요청에 비자카드도 이를 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약 두 시간 전 돌연 회의가 취소됐다. 비자카드가 비씨카드의 방문 및 면담을 거부한 것이다. 성명서는 공문서 형태로 전달될 예정이라고 비씨카드는 밝혔다. 비자카드는 “비씨카드 요청으로 이날 회의 일정을 잡아 놓았지만 회의 전에 비씨카드가 보도자료를 낼 줄 몰랐다”며 회의 내용도 다 알려진 마당에 “만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비자카드의 기존 입장에는 변화가 없으며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에 협조해 결과를 기다리겠다”며 입장을 밝혔다.

이날 오후 비자카드는 또 다시 보도자료를 내고 “비씨카드는 미국의 스타사(STAR), 중국의 은련카드사와 다른 차별적인 대우를 받는다고 주장하지만, 스타사는 비자의 고객사가 아니며, 은련카드사는 비자카드의 발급사가 아니기 때문에 비자의 운영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그러자 비씨카드 관계자는 “비자카드의 논리대로라면 미국 스타사와 제휴한 미국내 금융기관들도 비자카드의 회원사이므로 벌과금을 부과해야 하며, 중국에서 비자카드를 발급하는 은련카드사 산하의 160여개 중국내 은행들에게도 벌과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림 참조〉

◇ 비자카드 로열티 분쟁 둘러싼 불편한 시선들

비씨카드는 또 비자카드가 이번에 문제를 삼은 또 다른 이유는 글로벌시장에 진출하려는 경쟁사에 대한 견제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비씨카드 한 관계자는 “비자넷을 무단으로 사용한 것도 아니고 사용하지 않은 데 따른 벌과금을 내라는 것인데 이는 결국 네트워크시장에 신규 진입하려는 경쟁사업자를 제한하려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비씨카드는 지난 4월 글로벌카드브랜드인 비자나 마스타없이도 해외에서 쓸 수 있는 독자적인 글로벌카드를 출시했다. 이 카드는 전 세계 103개국에서 사용할 수 있다. 미국 디스커버리와 다이너스클럽, 중국 인롄, 일본 JCB 등 국가별 네트워크사들과 일일이 제휴를 맺어 네트워크망을 구축했기에 가능했다. 비씨카드 입장에서는 비자와 마스타에 의존하지 않고 점차 독자적 행보를 넓혀가고 있는 셈이다.

결국 비자나 마스타망을 사용하지 않으면 그만큼 이들 회사의 수입을 줄어들 수밖에 없다. 비자나 마스타 등 국제브랜드카드는 사용액에 따라 국제카드 분담금과 국제카드 수수료를 지급해야 한다. 국제카드 분담금은 비자와 마스타 등 국제브랜드카드의 국내외 사용액에 대하여 부과하는 일종의 로열티로 국내에서 발생한 매출에 대해서도 0.04% 요율이 적용되고 있다. 또 해외에서 이용할 경우 국제카드사가 부과하는 수수료로 이용금액의 1%가 별도로 부과된다. 2008년부터 2010년까지 3년간 비씨카드가 지불한 분담금과 수수료는 총 1626억달러에 달한다. 2010년 국내 전업카드사의 국제카드 분담금과 수수료는 총 2600억달러다.

결국 비씨카드가 독자적으로 구축한 거래선을 이용하면 이용금액의 1%인 국제카드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 유리하고, 국제카드 브랜드사는 그만큼 수입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비씨카드는 이와 함께 비자카드에 위협이 될 만큼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 인롄카드의 견제 포석도 내포돼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14개 은행이 공동 설립한 통합 브랜드로 지난해 말 기준 발행건수가 22억장으로, 중국 신용카드시장의 99%를 점유하고 있을 정도다. 미국은 지난해 9월 중국을 WTO에 제소하기도 했다. 중국정부가 인롄에 독점적 지위를 주고 있다는 주장이다.

비자카드의 인롄카드 견제는 한국뿐 아니라 일본, 호주 등 인롄과 제휴한 국가에 동일한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씨카드 관계자는 이번 벌과금에 대해 “글로벌시장에서 비자가 계속 위축되자 위기감을 느끼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 비씨카드 독자적 국제결제망 구축작업에 박차

비씨카드는 벌금을 계속 인출당해도 은련과의 결제망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씨카드 측은 “독자적인 국제결제망을 구축하겠다는 것이 회사 방침”이라며 “벌금을 인출당했다고 해서 회사 방침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씨카드 관계자는 “9월 이후에는 비자가 다달이 인출할 벌금규모가 커질 전망이지만, 공정위가 시정명령을 내리면 모두 돌려받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비씨카드는 공정위 신고서를 통해 “비자의 비자넷 이용 강요는 비씨카드의 사업활동을 부당하게 방해하는 행위에 해당하고, 네트워크서비스 시장의 신규진입을 막고경쟁사업자를 배제하는 경쟁제한일 뿐만아니라 결과적으로는 소비자들에게 해외거래시 1%의 수수료를 내도록 강요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회사 측은 또 “비자가 은련에서는 벌금을 인출하지 않고 비씨카드에서만 인출하는 것은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에서 비씨카드를 대리하는 율촌의 사건 담당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비자의 해외영업 방향을 가르는 중요한 단초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비자의 운용규정이 공정거래법에 어긋나는 독과점적 행위라는 판단이 내려질 경우, 비씨카드와 유사한 입장에 있는 아시아 국가들의 카드사와 경쟁당국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공정위 판단이 내려지기까지는 2년~3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공정위의 한 관계자는 “규모가 큰 국제 사건의 경우 조사에 2년~3년이 소요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며 “비씨카드의 신고내용을 검토와 현장조사, 대면질의, 비자 측의 의견 청취 등에 걸리는 시간을 감안하면 결론이 빨리 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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