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예금보험공사의 오랜 숙원으로 여기던 단독검사권 허용이 현실화될 수 있을 지 여부에 귀추가 주목된다. 현재 예보는 공동검사 요청 권한, 부실 금융회사에 대한 단독 조사 권한 등을 갖고 있다. 부실 금융회사에 대한 단독 조사 권한이란 영업정지가 내려진 금융회사에 대해 금감원 검사와 별도로 검사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의미다. 사실 예보에 대해 부실 우려 금융회사에 대한 사전 모니터링 기능을 좀 더 많이 부여해야 한다는 지적은 지난 2010년 금융위원회안에서도 나왔었다.
예금자 보호 기능 업무를 담당하는 예보 특성상 부실 금융회사뿐 아니라 부실 우려가 높은 금융회사에 대해 수시로 검사할 수 있는 권한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 금감원 개혁 TF 협의 착수
저축은행 감독 부실과 전·현직 직원 비리 등으로 초유의 위기상황에 몰린 금융감독원이 결국 수술대에 올랐다. 스스로 고쳐보겠다고 했지만 화가난 이명박 대통령이 그조차 용납지 않았다. 지난 1999년 1월 출범 이후 ‘견제 받지 않는 권력’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받게된 것이다.
정부는 금융감독원이 독점해온 검사권한을 분산해 검사의 투명성을 높이기로 했다. 부산저축은행 사태에서 드러난 금감원 비리는 권력 독점에서 나오는 부패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국무총리실이 주도하는 금감원 개혁 태스크포스(TF)도 금감원의 자체 쇄신안을 훨씬 뛰어넘는 ‘개혁 방안’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총리실은 오늘(9일) 금감원 쇄신 TF 구성과 추진방안 등에 대해 발표할 예정인데 금감원의 권한, 조직형태, 내부감찰, 퇴직자 취업 등 논란이 됐던 문제들에 대해 사전 가이드라인 없이 백지상태에서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 예보 검사 기능 대폭 강화
금융당국이 저축은행에 대한 검사를 강화하기 위해 예금보험공사를 적극적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100개가 넘는(작년 연말기준 105개) 저축은행을 금융감독원에만 맡겨놓은 결과, 대주주의 비리가 끊이지 않고 감독당국과의 유착도 나타나고 있다는 진단에 따른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금감원, 예보와 함께 관계기관 합동 저축은행 태스크포스 회의를 열고 예금보험공사가 부실 저축은행에 대한 단독 조사를 보다 적극적으로 할 수 있게 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예금보험공사법에 따르면 예보는 부실금융기관에 단독으로 나가 조사를 할 수 있지만 지금까지는 이 부실금융기관을 경영개선명령을 받은 금융회사로 제한적으로 해석해왔다. 저축은행으로 치면 BIS비율이 1% 미만으로 떨어진 곳을 의미하는데, 이런 저축은행들은 그런 BIS비율이 확정되는 순간 영업정지 처분을 받기 때문에 예보가 단독으로 조사를 나갈 명분과 실익이 없었다. 예보 관계자는 “예보가 단독 조사를 나가는 이유는 금융위에 뭔가 조치를 요청하기 위한 자료를 확보하기 위한 것인데 이미 영업정지 조치가 내려진 저축은행에 예보가 나가서 추가로 요청할 조치가 없어 사실상 사문화된 규정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BIS 비율이 5% 이하로 내려가 경영개선권고`를 받은 저축은행들도 부실금융기관으로 보고 예보가 단독으로 조사를 나갈 수 있게 된다. 조사 결과 금감원이 조사한 BIS 비율과 예보가 조사한 BIS 비율이 다를 수도 있고 그럴 경우 금융당국으로서는 판단의 근거가 더 생기는 셈이다.
◇ 금감원-예보 ‘크로스 체킹’ 방안도
금융감독원과 예금보험공사가 저축은행들을 한번씩 교대로 교차검사를 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이다.
A저축은행을 올해 금감원이 검사를 했다면 내년에는 예보 단독으로 검사를 맡게 하겠다는 의미다. 대형 저축은행들의 경우 매년 검사를 하게 되지만 그렇지 않은 저축은행들이 검사의 사각지대로 밀려나는 것을 막겠다는 목적이다.
예보법에는 예금보험공사가 금감원과 공동으로 금융회사들을 검사할 수 있는 `공동 검사권`이 보장되어 있다.
하지만 금감원이 검사 계획과 일정을 확정하고 몇몇 저축은행들에 대해 예보에 동참을 권유하는 방식이어서 예보가 단독으로 입수한 부실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길은 관행적으로 막혀 있었다. 예보 관계자는 “연초에 1년치 공동검사 일정이 모두 결정되기 때문에 새로운 정보에 의해 별도의 검사가 필요할 경우 금감원이 일정을 바꿔주지 않으면 공동검사를 나갈 수 없었다”고 말했다.
형식적으로는 예보가 금감원과 검사를 `함께`하는 구조지만 주도권을 금감원이 쥐고 있어서 사실상 금감원의 단독 검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물론 예보가 공동검사를 나갈 경우 금감원과 해당 저축은행과의 유착 관계는 상당부분 약화될 여지는 있다.
결국 단일금융감독체제를 건드리지는 않으면서도 단일금융감독기관인 금감원을 견제하고 보강할 수 있는 대체 기관을 찾고 있는 모순에서 비롯된 고민인 셈이다.
예보 관계자는 “우선 현행법 테두리 내에서 할 수 있는 부실 가능성이 있는 금융회사에 대한 단독 조사권부터 활성화하는 게 필요하다”면서 “금감원이 전향적으로 양보한다면 법을 바꾸지 않고도 예보가 공동검사를 보다 실효성 있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