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시장일각에서는 신용카드 리볼빙 잔액의 연체율이 지난 2003년 카드대란 사태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으나 향후 경기가 침체될 경우 최근 급격히 늘어난 리볼빙(revolving) 자산이 카드사 자산건전성의 복병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이에 따라 금융감독 당국은 카드사들이 신용카드 리볼빙서비스에 대한 리스크 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는지 여부를 지속적으로 점검할 방침이다.
최근 카드사들에게 공문을 보내 리볼빙 서비스에 대한 철저한 리스크 관리와 고객 권익 보호를 당부하기도 했다.
◇ 리볼빙서비스 실적 증가 ‘왜’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카드사별로 `자유결제, 회전결제, 페이플랜` 등으로 불리는 리볼빙서비스 이용잔액이 1997년말 3조5000억원에서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말에는 5조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표 참조〉
신용카드 리볼빙서비스 이용회원도 전년말보다 10.5%(26만명) 증가한 273만명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리볼빙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지는 않으나 언제든지 이용 가능한 약정회원 또한 1607만명에 달한다.
이처럼 리볼빙 서비스 고객이 늘어나고 있는 카드회원의 소비심리가 되살아나 신용판매 결제비중은 높아지고 있지만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 등으로 신용판매 부문의 수익이 줄어들고 있는데다 최근 카드론·현금서비스의 취급수수료가 폐지됨에 따라 카드사들이 대체수익원 확보차원에서 리볼빙서비스 마케팅 경쟁에 나섰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부 카드사들이 경쟁적으로 리볼빙 서비스 확대에 나서면서 끼워팔기식 영업까지 해 논란이 되고 있다.
리볼빙 서비스는 카드 이용금액을 고객이 지정한 비율만큼 나눠 내는 결제방식으로 220만원을 쓴 고객이 결제비율을 5%로 지정해놓으면 결제일에 결제액의 5%인 11만원만 우선 결제하면 된다. 문제는 리볼빙 서비스의 이자율이다. 리볼빙 서비스의 연 이자율은 최저 8.8%에서 최고 26.9%에 이른다. 연체이자율보다 낮다고는 하지만 결코 만만치 않은 이자율이다.
특히 최근 가계부채가 800조원에 육박한 상황에서 리볼빙 서비스의 이용이 늘어나는 것은 고객들의 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은 고객들이 결제일에 대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 리볼빙 서비스를 주로 이용하기 때문이다.
◇ 금융당국, 리볼빙서비스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
이처럼 신용카드 리볼빙서비스 이용실적 증가에 따른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자, 금융감독 당국은 이에 대한 지도관리를 강화할 방침이다. 금감원 여신전문서비스실 이준수 팀장은 “카드사들이 가맹점 등 각종 수수료율 등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으면 비슷하지만 이름만 다른 상품으로 고객들을 현혹 시킨다”면서 “결국 현금서비스 고이자 논란이 빚어지면서 조금 다르지만 비슷한 성향의 리볼빙서비스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로 인해 신용카드 리볼빙서비스 실적이 다시 늘어나고 있지만 국내 경기 침체될 경우 향후 카드사들의 건전성 훼손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금융감독 당국은 카드사의 리볼빙서비스에 대한 리스크관리를 강화하는 한편 이용고객에 대한 권익도 강화할 방침이다.
금감원이 밝힌 지도내용에 따르면 카드사는 고객과 리볼빙서비스를 약정할 때 상환능력을 철저히 고려해야 한다. 또 고객의 신용도에 따라 최소결제비율(리볼빙서비스 이용대금 중 회원이 상환해야 하는 최소한의 상환비율)에도 차등을 두도록 했다. 저신용 회원은 우량 회원보다 높은 수준의 최소결제비율을 둬 잠재손실 규모를 줄이라는 것이다.
또한 금감원은 리볼빙 서비스 이용 고객에 대한 감시를 확대하기 위해 3개 이상의 신용카드를 이용하는 고객의 리볼빙 잔액 정보는 카드사들끼리 공유하는 방안도 추진할 예정이다. 현재는 신용판매와 현금서비스 이용금액 및 한도에 대해서만 서로 공유하고 있다.
아울러 리볼빙 금액, 수수료율 등 서비스 이용사실에 대해서는 의무적으로 고객에게 전화나 문자 등으로 알리도록 했다. 결제일 이전이라도 리볼빙 이용 잔액을 결제할 수 있다는 점도 명확히 공지하도록 했다. 또 고객이 리볼빙서비스 약정을 원할 때는 최장 5년 안에서 원하는 약정기간을 선택하도록 해 해당기간 동안에만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유도키로 했다.
금감원 여신전문서비스실 남명섭 실장은 “카드사들의 현금서비스 금리는 계속 떨어지고 있는데 반해 리볼빙 서비스 금리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며 “카드사들이 리볼빙 서비스와 관련해 무리한 경쟁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불합리한 금리 결정 관행은 없는지를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카드사들은 리볼빙서비스 자산 증가에 따른 시장 일각의 우려를 지나친 기우(杞憂)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신용카드 리볼빙서비스 이용잔액에서 결제가 이월돼 실제로 이자수익을 발생시키는 리볼빙 이월잔액이 전체 카드채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고작 7.1% 수준에 불과하다. 아울러 리볼빙 이월잔액을 보유한 회원 가운데 상위등급 회원의 비중이 높아 리볼빙 잔액의 고객 연체율 또한 2.93%로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등 현재로서는 건전성에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 신용카드 리볼빙서비스 이용현황 〉
(단위 : 조원, 만명, %)
(자료 : 금융감독원 여신전문서비스실)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