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컬럼] 은행세 도입은 명분보다 실리](https://cfn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100425180538102151fnimage_01.jpg&nmt=18)
G20 의장국 지위에 취해 우리실정 외면한 제도 도입은 경계해야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를 앞두고 국제통화기금(IMF)이 크게 두 가지 은행세 과세방안을 제안할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의 자산/부채에 세금을 부과하는 “금융안정기여세(Financial Stability Contribution)”가 첫번째 방안이다.
IMF는 첫 단계로 일률적인 세율을 부과한 뒤 국가별로 리스크 정도에 따라 세율을 차별화해 나가는 방안을 권고했다. 이는 은행들의 전체 부채 규모에서 자본과 보증된 채무를 제외한 부채에 대해 부과하는 방식으로, 이를 통해 각 국가들이 GDP의 약 2~4%를 거둬들여 총 1~2조 달러의 기금을 마련하고, 금융위기에 대비하자는 것이다.
두번째 방안은 은행의 이익이나 임직원 보수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금융활동세금(Financial Activity Tax)’이다. 은행들이 벌어들인 수익과 보상에 대해 세금을 부과함으로써, 미래 금융위기 해결 기금 마련을 넘어 은행이 과도한 위험 하에서 영업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함이다.
이에 덧붙여 IMF는 외환거래나 특정 금융거래에 과세하는 “금융거래세”(일명 토빈세)는 권고하지 않기로 했다. 그 이유로 금융거래에 대한 세금부과는 금융산업 안정의 본질적인 부분이 아니라는데 있다.
아무튼 최근 선진각국의 움직임이 금융기관의 대형화에 따른 도덕적 해이와 무분별한 단기 업적 추구를 방지해 ‘대마불사(too big to fail) 관행’을 뿌리뽑고 유사한 위기의 재발을 막기 위한 노력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글로벌 “은행세” 도입은 거부하기 어려운 대세로 굳어지는 듯 하다.
따라서 “은행세”는 도입 여부의 문제가 아니라, 정부의 금융산업에 대한 구상 하에서 “은행세”을 어떠한 전략적 방향에서 적용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은행세”를 외화 유출입 충격을 줄이는데 활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 동안 외국은행 국내지점의 단기 외화 차입은 국내 금융시장 안정을 저해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꼽혀 왔다.
국내 은행 총외채(1808억9800만달러)의 40%를 외은 지점이 차지해 국내 금융시장을 교란시키는 주범으로 지목돼 온 것이다. 예금 비중이 높은 국내 은행과 달리 외은 지점은 외국 본점에서 단기 달러 차입영업을 주로 하기 때문에, 은행세는 우리 경제의 최대 취약으로 지목되는 외자 유출입의 진폭을 줄일 수 있는 매우 효과적인 수단일 수 있다.
두번째는 기타 금융규제와의 연계를 고려해야 한다. 금융위기 이후 금융안정위원회(FSB)와 바젤위원회(BCBS) 등에서 새롭게 추진 중인 금융규제는 “규제 쓰나미”라고 할 만큼 다양하고 영향이 크다. 그러나, 여기서 문제는 이들 규제가 너무 개별적으로 수립되어 규제의 중복성이 발생하고 있고, 은행세 도입도 예외는 아니라는 점이다.
따라서 은행세 도입과 그 영향이 중복될 것 같은 규제를 선별하고 정비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예대율이나 레버리지 비율 규제는 은행세 도입으로 대체 가능하고 경기순응적 자본버퍼(Procylical capital buffer)나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금융기관(SIFIs)에 대한 자본 강화도 은행세가 부분적으로 대체 가능할 것이다. 그에 따라 은행세를 도입하는 경우 여타의 규제는 폐지 또는 완화를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규제의 강화 및 완화는 금융산업 발전에 대한 장기적인 로드맵 하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상의 내용으로부터 명확한 것은 G20 의장국이란 명분에 얽매여서 우리의 실정에 맞지 않게 과다한 규제 도입을 성급하게 추진하면 안 된다는 점이다. 금융규제의 도입 시기, 적용 대상, 적용 비율 등을 유리하게 결정짓기 위해서 개도국 혹은 신흥국임을 강조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G20 의장국의 지위를 십분활용해야 하며, G20 의장국이라는 지위에 취해서 몸에 맞지 않는 옷을 걸쳐서는 안될 것이다. OECD 가입이라는 미끼에 속아서 섣부르게 금융시장을 개방했다가 IMF 체제에 들어갔던 1997년을 떠오르게 하는 대목이다.
관리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