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복지적 발상에서 서민대출을 확대하는 건 부채만 늘 뿐
최근 정부는 6등급 이하 서민에게 향후 5년간 10조원을 대출해 주겠다고 발표했다.
방법은 지역신용보증재단이 보증을 서고 상호금융과 저축은행이 연 20%대 금리로 소액 대출을 하는 방식이다. 지금까지 나온 정부의 서민대출 지원책 중 실효성을 갖춘 최대 규모로 판단된다.
정부는 보증부 대출과 함께 대부업상한금리 인하도 함께 발표했다. 대부업 이용자의 금리부담을 완화시켜주겠다는 목적이지만 누가 보아도 보증부 서민대출과 연계된 정책임을 알 수 있다. 즉 대부업체 대출을 축소하고 그 수요를 상호금융과 저축은행을 통해 흡수하겠다는 계산이다. 순수한 고객 입장에서 보면 대부업체의 높은 금리 대신 정부 도움을 받아 저금리 대출을 받는 길이 트여서 좋은 일임이 분명하다.
그렇지만, 이번 정책을 뜯어보면 몇가지 의문과 우려가 생겨난다.
첫째는 “왜 보증부 대출의 취급권을 상호금융과 저축은행에만 주고 대부업체에는 주지 않았을까?”라는 점이다. 지역신용보증재단이 부실대출금의 80~85%를 보전해 준다면 대부업체도 연 20%대 낮은 금리의 대출이 가능한데 말이다.
부실위험 때문에 서민대출을 하기 싫다는 금융회사는 애써 달래가며 서민대출을 독려하는데 반해, 알아서 위험을 감수하고 서민대출을 하겠다는 대부업체의 대출은 되려 축소를 하려고 하니 정말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쥐를 잡는데 흰고양이는 되고 검은 고양이는 안된다’는 색깔론과 고정관념이 존재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둘째는 “정부가 민간금융회사의 위험한 서민대출에 대해 영원히 보증을 서줄 수 있는가?”라는 점이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이번 조치로 인하여 2금융권의 서민대출 자생력은 빠르게 괴멸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민간금융회사의 서민금융 경쟁력은 스스로가 오랫동안 노력해도 만들어질지 의문시 되는데, 정부가 땅 짚고 헤엄치기식의 서민대출 풍조를 만들어 놓은 이상 앞으로 어느 민간 금융회사도 정부의 도움없이 스스로 위험성이 큰 서민대출을 취급하려 하지 않을 것이며, 반대로 서민대출 중요성이 부각될 때마다 정부를 대상으로 더욱 강력한 지원책을 내놓도록 요구할 것이다.
셋째는 “과연 서민금융활성화가 서민에게 충분한 대출 공급만으로 해결되는 문제인가?”라는 점을 되짚어봐야 한다. 신용등급 6등급 이하 서민들은 대부분 직장이 불안정하고 소득이 적어서 항상 생활비에 쪼들리는 계층이다.
또한 그들에게 소액대출은 말 그대도 월급이 제때 안들어오거나, 병원비 등 일시적 지출이 많아질 때 긴급히 차용해 쓰는 용도인 점을 감안하면, 5백만원 정도의 소액 대출로는 그들의 삶의 질을 원천적으로 바꿔줄 수 없다. 어쩌면 그들 중 상당수는 보증부 대출을 받고 다시 생활비에 쪼들려 얼마 후 대부업체를 찾을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서민들은 상환 능력이 정상인보다 떨어지기 때문에 대출기회를 확대해 줄 경우에 자신의 상환능력 보다 초과하는 과잉한 부채를 짊어지게 되고 파산할 수 있다.
이러한 우려는 우리와 비슷한 서민정책을 사용하고 있는 일본에서 이미 문제화되어 최근 소득 대비 대출총량을 규제하는 제도가 시행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필자는 국내 서민금융의 발전을 위해서는, ‘서민을 무조건 돕겠다’는 사회복지적 발상이 앞서면 부작용이 따를 수 있다는 점과 가능하면 정부 지원에 의한 방법 보다는 시장의 육성을 통해 이뤄지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점을 역설하고 싶다..
그리고 몇가지 문제점은 존재하지만 앞으로 시간이 흐를수록 대부업체도 서민금융의 큰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주고 각종 규제를 완화해 줬으면 한다.
관리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