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컬럼] 국책은행 발행채권 QIS기준 재검토 해야](https://cfn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100404191750101636fnimage_01.jpg&nmt=18)
민간부문 및 자본시장 위축을 넘어 거시경제까지 부정적 영향우려
현재 국내 은행들은 작년 12월에 발표된 바젤 2.5라고 알려져 있는 새로운 규제안에 대한 계량영향분석(Quantitative Impact Study : QIS)을 수행 중에 있다.
시장, 신용, 운영 등 기존 바젤 II의 내용 뿐 아니라 거래상대방 리스크, 레버리지 비율, 새로운 유동성 비율 등을 추가하여 BIS비율 등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러한 계량영향분석을 수행하기 위하여 바젤위원회에서는 방대한 분량의 “QIS 지침서”를 작성하여 은행들의 업무를 지원하고 있다.
필자는 바젤위원회에서 지난 2월에 발표한 QIS 지침서를 보다가 눈에 띄는 문구를 발견하게 되었다. 새로운 유동성 비율 산출을 위하여 필요한 고 유동성 자산에 대한 정의 부분이었는데, 고유동성 자산(High Quality Liquid Asset : HQLA)이란 금융위기 시 유동성 충격으로부터 은행의 유동성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보유하는 자산으로 부도 가능성이 낮고, 시스템 리스크와 연관성이 낮으며, 시장성 높고 현금화가 용이한 자산을 의미한다.
이와 관련하여, QIS 지침서에는 “고유동성 자산은 은행, 투자회사, 보험회사 등에서 발행한 채권은 될 수 없으며, 중앙은행의 적격담보자산이어야 함”(HQLA cannot be issued by a bank, investment firm or insurance firm ; and should be central bank eligible) 으로 명시되어 있으며, 이에 근거하여 국내 감독당국에서도 QIS 수행 시 산금채, 중금채, 농금채 등 국책은행들이 발행한 채권들을 고 유동성 자산의 범주에서 제외하도록 하고 있다.
그에 따라 향후 유동성 규제가 본격적으로 도입되어 국책은행들이 발행한 채권들이 고 유동성 자산 범주에 포함되지 못한다면 그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크게 다음 두 가지 충격경로를 가질 것으로 보인다.
첫째, 미시적 관점에서 국책은행의 수신비용 증대로 인한 공공사업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국책은행 발행채권이 고유동성 자산의 범주에서 제외되어 동 채권에 대한 시장의 수요가 감소하는 경우, 동 채권 금리가 상승할 것을 예상해볼 수 있다. 그에 따라 국책은행들이 부담하게 될 비용 증대가 크다면 그 파급효과가 클 것이다.
현시점에서 국책은행 발행채를 고 유동성 자산에서 제외할 경우 동 채권 가치에 미칠 영향을 정확히 계량적으로 평가하기 어렵지만, 다소 낙관적으로 가정하더라도 수신비용 증가 규모가 개별 금융기관의 연간 이익 규모를 넘어서는 수준이 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는 금융기관의 건전성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약화시킬 뿐 아니라 공공사업 업무의 여신 축소로 이어질 것이다.
둘째, 거시적 관점으로 국채 수요 증가로 인한 채권시장의 수급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여타 조건이 동일하다는 조건하에서 유동성 규제로 인하여 산금채 등에 대한 수요 감소 및 국채에 대한 수요 증가로 국채 금리 하락/금융회사(국책은행 포함) 발행채권의 금리 상승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따라서 현재 국내 채권시장 거래에서 큰 비중으로 차지하는 금융회사 발행채권의 가격 불안정성을 초래하고 시중자금을 정부가 빨아 들여 민간부문을 위축시키는 구축효과(crowding effect)가 발생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는 자본시장에 대한 영향을 넘어서 거시경제에까지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
공공적 업무를 정부로부터 위임 받아 수행하는 국책은행의 특성 상 산금채 등의 채권은 해당 기관에 대한 특별법에 의해 법적 근거를 가지고 있으며, 원리금 상환에 대해 정부가 지급보증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에 따라 국책은행에서 발행하는 채권은 대한민국 정부가 지급보증을 한다는 의미에서 국공채와 부도 가능성은 동일하다고 할 수 있다.
다만, 국채에 비해 금리가 다소 높게 형성되는 것은 수요 측면에서의 제약(국채가 아니므로) 및 채권의 활용도(입찰보증금 대납 등)가 상대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또한, 국책은행도 은행이므로 금융시스템 전반에 위기를 가정하는 경우, 그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으므로 국책은행 발행채권을 국채와 동일하게 간주하는 것은 자산의 유동성 수준을 차별화하자는 취지에서 볼 때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국책은행 발행채권은 국공채와 일반 금융채 사이의 어딘가에 위치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적어도 유동성리스크 관리의 관점에 있어서는…
현재 국책은행 발행채권을 고 유동성 자산 범주에서 제외하고 일반 금융채와 동등하게 취급하는 QIS 기준은 재검토할 필요가 있을 듯 하다. 대신, 신용도와 유동성 수준에 기초하여 적절한 차감율(haircut)을 적용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이는 채권시장이 발달하지 못한 우리나라와 같은 국가에서 국공채의 공급부족과 자본시장에 대해 부정적인 영향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자산의 유동성 수준에 의거하여 차별적으로 관리하려는 새로운 유동성 규제의 취지도 부합하고 국책은행의 공공적 성격도 반영하는 방안으로 새로운 규제가 방향을 잡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관리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