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경우 사망률을 낮출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다른 예를 들자. 고객 서명이 있는 구매 계약서를 기준으로 가스회사가 판매원들에게 수수료를 지급했더니, 판매원들이 허위 계약서를 제출해서 수수료를 챙기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를 시정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 영국 정부의 개인 금융시장 개선 노력
영국 정부는 금융 산업 발전을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1980년대의 금융 제도 전면 개혁, 1986년에 투자 관련 분야를 통합한 법률 제정, 2000년에는 모든 금융 산업을 통합 규제하는 법률 시행 등 전체 금융 산업이라는 거시적 시각에서 굵직한 것만도 여럿이다.
이와 아울러 개인 금융시장이라는 미시적 시각의 조치들도 적지 않게 되었다. 2000년 이후 본격화된 ‘소비자를 공정하게 대우하기’ (Treating Customers Fairly) 및 ‘개인의 금융역량 (Financial Capability) 강화’ 추진, 2002년의「중장기 소매저축시장 검토 보고서」 (일명,「샌들러 보고서」) 발표, 그리고 2006년 6월부터 시작된 ‘개인 대상 판매 점검’ (Retail Distribution Review, 이하 ‘RDR’) 등이다.
◇ 동기(incentive)가 가장 중요
서두에 제시한 두 가지 질문은 RDR이 추진되고 3개월이 경과한 2006년 9월에 당시 영국 금융감독청 (Financi al Services Authority, 이하 ‘FSA’)의 Callum McCarthy 위원장이 연설 중 인용했던 사례다.
첫 번째는 18세기에 영국이 범죄자들을 호주로 강제 이주시켰던 내용이고, 두 번째는 1990년대 후반 영국에서 전기와 가스가 판매되던 관행이다. 두 가지 모두 답은 보상 방식을 바꾸는 것이었다. 1792년부터, 살아서 도착한 범죄자 수에 근거하는 것으로 보상 방식을 변경하자, 1793년에는 사망률이 거의 “0”으로 떨어졌다. 또, 가스 회사가 계약서 내용을 소비자들에게 확인하고 나서 수수료를 지급하자, 허위 계약서가 자취를 감추었다. McCarthy 위원장은 선원들이나 가스 판매원들이 갑자기 윤리적인 사람들로 바뀐 것이 아니고, 동기 (incentive)가 그들의 행동을 변화시킨 것이라고 역설했다.
◇ ‘개인 대상 판매 체계 점검’과 동기
영국 FSA는 개인금융시장에 대한 목표를 네 가지로 잡고 있다. 먼저, 수요측면으로 ①금융소비자의 역량 제고, 그리고 ②명확하고 단순하며 이해할 수 있는 정보의 제공이다. 공급측면은 ③소비자를 공정하게 대우하며 운영과 재무구조가 건전한 금융기관, 그리고 ④‘위험 중심’(risk-based, 문제 발생의 가능성 중심) 및 ‘원칙 중심’(principle-based, 원칙만 규정하고 세부방법은 금융기관에 일임) 규제다. 다만, 이런 목표들, 특히 금융소비자의 역량 제고가 단시일 내에 달성될 수 없다. 그래서 취한 추가 조치가 RDR이다. 즉, RDR은 개인 대상 투자 상품의 판매 과정에서 나타나는 제반 문제점의 근원을 파악하고 보다 신속하게 개선하려는 목적으로 도입되었다.
McCarthy 위원장이 언급한 동기는 RDR의 다섯 가지 주제 중 하나인 ‘동기의 영향’ (Impact of Incentives)을 고려하여 FSA에서 중점적으로 제도화시키고 있다. FSA는 거래마다 수수료를 지급하는 보상 방식이 개인 금융상품의 판매 과정에 바람직하지 않은 동기를 발생시킨다는 입장이다.
2002년에 발표된「샌들러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 개인 금융시장에서는 판매회사가 개인투자자에게 수수료가 높은 상품을 권유하거나, 수수료를 자주 받기위해 금융거래를 빈번하게 일으키도록 권유하는 경우가 꽤 있다고 한다.
2007년 6월에 FSA는 그간의 검토결과와 함께 70개의 질문을 제시했다. 그 후 888건의 서면답변 등 소비자 대표와 업계의 광범위한 의견을 수렴해서 2008년 4월에 중간 보고서를 발표했다.
◇ 자문과 판매의 완전한 구분
동보고서에서 FSA는 향후 RDR 추진의 시작점으로 ‘자문’과 ‘판매’, 그리고 금융 소비자에 대한 정보 및 안내 서비스인 ‘Money Guidance’ 등 세 가지를 들었다. 자문은 소비자의 수요에 초점을 두는 과정이고, 판매는 소비자에게 금융상품을 판매하려는 목적의 과정이다. FSA는 소비자들이 쉽게 구분할 수 있도록 양자를 단순하게 정의했다.
개인 투자자에게 ‘자문’을 제공하는 자는 판매회사나 자산운용사 등 금융상품 제공회사로부터 독립해야 하며, 자문에 대한 보상은 금융상품의 판매와 무관해야 한다. 즉, 자문과 판매는 명확하게 구분된다. 당연히, 판매는 일체의 자문이 없는 단순한 판매를 말한다. 다만, 제한적인 자문이 포함되는 판매를 허용할 지는 앞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FSA의 이런 결정은 흔히 말하는 ‘불완전판매’의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제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상품권유자가 개인투자자의 이익보다 자신의 이익을 먼저 추구할 동기가 있는 한, 바람직한 개인 금융시장은 달성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또한, 자문과 판매가 각각 어떤 목적의 서비스인지 금융소비자가 분명하게 인식해야 상품 권유자의 그릇된 동기를 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 우리도 자문업무의 기능에 대해 신중한 검토가 시급
상품권유자의 동기를 이용해서 바람직한 개인 금융시장 조성을 목적으로 하는 FSA의 구상은 매우 현실적이다. 이런 입장은 미국 예일대학 쉴러 교수의 ‘판매회사로부터 독립한 금융상담사가 일반 투자자를 지원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나, 미국에서 중개인에게도 자문업자와 같은 신인의무 (fiduciary duty)를 부여하려는 움직임과 괘를 같이 한다.
다만, 자문의 경우 판매회사나 자산운용사와의 완전 단절을 요구하는 점은 영국과 미국이 다르다.
이처럼 금융 선진국에서는 바람직한 개인 금융시장 조성을 위해 자문업무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비해서 우리나라에서는 자문업무가 활성화는커녕 아직 제대로 도입도 되지 않은 상황이다. 자문업무의 기능에 대해 신중한 검토가 시급하다.
관리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