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증권-대형화·글로벌화 피할 수 없는 생존전략](https://cfn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100301235439100770fnimage_01.jpg&nmt=18)
좁은 포화시장에서의 출혈성 경쟁을 벗어나 새로운 영역과 글로벌화된 모습으로 신시장과 새 수익원을 찾아나서야 하는 상황에서 증권업 종사자들의 고민의 골도 깊어지고 있다.
더욱이 우리와는 달리 글로벌 금융시장은 위기 이후 각종 규제 강화 추세가 이어지면서 사뭇 상반된 모습을 띄고 있는 점도 국내 금융투자산업의 향후 행보에 부담스런 모습이다.
◇ 규제 완화 더 필요 = 자본시장법 시행이 1년여를 경과한 시점에서 무엇이 달라졌을까.
업계 관계자들은 무엇보다 일반투자자와 전문투자자를 확실하게 구분해 내고, 적합성의 원칙을 확보하는 등 투자자보호를 위한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여전히 전문인력 확충과 금융관련 규제 완화는 보다 더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달 초 자본시장법 시행과 금융투자협회 출범 1주년을 맞아 열린 국제 세미나에서 금융투자협회 황건호 회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세계 각국은 규제강화를 말하고 있지만 우리 금융 현실은 규제완화를 통한 금융혁신이 절실하다”며 “자본시장법이 담고 있는 창의와 혁신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규제완화를 통해 금융혁신을 이루려면 자본시장을 포함한 금융시장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성장이 필요하고, 투자자보호와 함께 다양한 교육과 합리적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형닫기

자본시장법 시행에 앞서 글로벌 금융위기의 파고가 우리 금융시장을 피해가지 않았고, 이에 따라 자본시장법의 본래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기에는 시간이 필요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무엇보다 국내 금융투자회사의 영세한 규모는 향후 성장과 차세대 먹거리를 발굴하는 데 장애가 될 것이란 지적이다.
이미 국내 IB시장에서 글로벌 IB들의 독식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근본적인 배경에는 일본이나 유럽 등 금융 선발주자들같은 글로벌 투자은행과의 자본력에서 경쟁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국내 증권사의 자본력의 증가 추세는 지속적인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증권사간 합병을 통한 구조조정이 2005년 이후 사라지면서 대형 증권사 탄생을 어렵게 하고 있는 점도 자본력 확충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자본력 확충이 중요한 점으로 부각되는 이유는 자본력을 활용해 다른 국가의 IB와 합병할 경우 글로벌 네트워크 형성이 보다 용이해지고, 시너지효과에 따른 수익구조 개선에서도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활발한 자기자본 투자(PI)를 통한 수익성 개선에도 필수적인 요소로 꼽힌다. 이에 따라 대형 증권사간의 자발적 합병을 통한 자본확충의 필요성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이유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 진정한 차별화 고민해야 = 그러나 자본시장법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 증권업계를 보면 이같은 업계 지도의 재편은 쉽지 않은 모습이다.
최근 일부 중소형사들의 덩치를 키우기 위해 저축은행을 인수하거나 계열사간 합병 등을 시도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브로커리지 수익에 높은 구조 속에서 중소형 증권사들이 자칫 규모의 경쟁에서 뒤쳐질 것으로 우려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수년간 말로만 무성했던 증권사간 자발적 M&A는 달라지는 금융환경 속에서 뒤로 밀렸다.
자본시장법 시행 이후 첫 자발적 M&A 사례인 한화증권의 푸르덴셜투자증권 인수가 주목되는 이유는 이같은 상황의 방증이다.
메리츠증권과 메리츠종금의 합병도 이같은 규모의 경쟁에 뒤처지지 않고, 다양한 업무영역을 갖출 수 있다는 점이 작용해 중위권 이상으로의 도약을 위한 대응으로 풀이된다.
KB투자증권 박선호 연구원은 “중소형 증권사들이 과다하게 많아 국내 증권업계 발전에 장애로 작용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최근의 이같은 M&A통한 몸집 불리기가 업계 전체적으로 긍정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금융투자업계 내의 경쟁과 이종 업권간의 경쟁을 뛰어넘어 글로벌 IB와의 경쟁을 위해서는 대형사와 대형사의 합병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중소형 증권사의 독창적인 차별화 및 특화, 전문화라는 측면에서는 이렇다 할 변화의 징후가 포착되지 않고 있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신규 금융투자회사 인가정책과 관련한 정부의 대응도 일관성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 못하다.
금융당국은 증권사 및 선물회사 신규인가에 대해 경쟁 촉진을 위해 지난해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이었으나 최근 그 목소리의 톤이 많이 가라앉았다.
기존 신규 진입한 금융투자회사들이 이렇다 할 특화전략을 펼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소규모 플레이어들만 난립하게 될 소지가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가격중심의 경쟁과 각 회사마다 비슷비슷한 서비스에 그치고 있는 점도 문제란 전언이다.
또 최근 사무소와 현지법인 등 활발한 해외진출 등을 시도하고 있지만 대폭적인 점포를 구축할 만한 상태가 못되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현지에서의 네트워크 형성과 강화에 주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008년말 현재 국내 증권사의 해외현지법인 및 지점과 사무소는 각각 37개와 33개로 나타난다.
업무영억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어 IB의 면모를 갖춘 네트워크 형성에는 앞으로 당분간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게 업계 안팎의 중론이다.
이같은 미진한 해외진출 이유는 우선 선진 IB들과의 경쟁력 차이, 미약한 자본력, 해외시장 공략에 따른 노하우 부족과 리스크노출 회피 등으로 꼽힌다.
골드만삭스가 미주지역을 제외한 곳에서 영업수익의 46% 가량을 내고 있고, UBS와 도이치뱅크의 자국 내에서의 영업수익이 27%, 25%에 불과하다는 점은 현재 국내 IB와의 극명한 차이를 반영해준다.
물론 최근 들어 다양한 지역에서 현지화 전략을 구사하기 위한 노력이 재개됐다.
지난달 25일 우리투자증권이 인도 뭄바이에서 현지 시장 진출을 위해 아디트야 벌라 그룹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협력을 위한 실무협의를 벌인 사례도 이같은 추세를 반영한 것이다.
같은 날 대신증권도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에서 최대 민간기업인 코라오그룹(KOLAO Group) 오세영 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증권회사 설립을 비롯한 포괄적 업무제휴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배동호 기자 dhb@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