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중국, 금리 동시인상 막도록 국제공조 이뤄져야
중국이 글로벌 경제무대에서 환상적인 드라마를 연출하면서 주역으로 등장할 날도 머지않은 것 같다. 중국 경제는 2000년대 들어서도 불안한 급성장을 계속해 왔다.
중국에서는 최근 정책당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은행대출 증가세가 잡히지 않고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는 등 경기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국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올해 안으로 ‘출구전략(exit plan)’을 실시하겠다는 방침을 밝힌데 이어 올 들어 두 번째로 대출억제를 위한 은행의 지급준비율을 인상했다. 지급준비율은 예금자가 예금 인출을 요구할 때를 대비해 은행이 준비하는 현금이 예금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이다. 따라서 지급준비율을 올리면 시중에 풀리는 자금이 줄어든다.
이 같은 긴축정책은 올 들어서 계속 과열되고 있는 자산버블 붕괴와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중국경제가 위축된다면 모처럼 회복기에 들어선 세계경제도 더불딥(이중침체)에 빠질 우려가 있다. 중국 경제는 이미 중국의 문제일 뿐 아니라 세계경제 전체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은 2000년대에 들어와서 세계경제 성장의 3분의 1 정도를 차지해서 미국 보다 두 배나 세계경제 성장에 기여해왔다. 작년에도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9.7%로 전망된다. 중국 경제의 급성장은 중국의 수입 확대를 통해서 세계 경제 회복을 이끌었다. 미국의 제조업 생산이 위축된 지난 몇 동안에 중국의 생산은 크게 증가했다.
그 결과 중국의 원자재 수요는 급격히 늘었다. 시멘트, 원유, 철강, 구리 등의 수요폭발로 국제원자재 가격이 급등했다. 중국 경제가 위축된다면 그동안 원자재 경기 호황으로 재미를 보아온 러시아, 브라질, 오오스트랠리아 등 자원 부국들은 경기위축이 불가피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중국 경기가 경착륙할 경우 가장 큰 피해를 볼 나라는 한국, 일본, 홍콩, 대만, 싱가포르 등 아시아 인접 국가들이다. 이들 경제는 대중국 수출에 크게 의존해왔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연합은 중국 경제가 위축되더라도 비교적 피해를 덜 받는다. 미국과 유럽의 수출 증가분은 대중국 수출증가분의 5분의 1에 불과하다.
그러나 중국 경제의 침체는 수출보다 금융시장을 통해 간접적으로 미국과 유럽에 심각한 문제를 안겨줄 수 있다. 미국은 재정적자와 경상수지 적자를 사실상 중국의 미국채 매입자금으로 메우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중국 경제가 극심한 과열로 인플레이션에 빠지면 중국의 경상수지가 악화되고 중국은 더 이상 미국국채를 매입하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미국으로 유입되던 중국자본이 줄어든다. 이 경우 미국 금리는 폭등하고 채권시장이 붕괴되면 미국의 쌍둥이 적자는 어떻게 메울 것인가.
최근 PIGS(그리스, 스페인, 포르트갈, 이태리)국가들이 국가부도 위기를 맞고 있는데 설상가상으로 미국까지 재정위기를 맞을 우려가 있다. 가장 비관적인 세계경제 시나리오는 미국과 중국이 동시에 긴축통화정책을 급격히 강화하는 경우일 것이다. 현재 미국은 비정상적으로 낮은 금리 수준을 유지하지만 조만간 금리를 올릴 것이다. 중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때 미국이 금리를 올린다면 세계 증시가 폭락하고 세계경제는 시동이 꺼질 것이다. 이런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 출구전략의 실시에 있어 국제공조가 중요하다.
다행히 중국 경제가 경착륙할 확률은 높지 않다. 중국 정책당국은 이번에 인플레이션, 과잉투자, 신용팽창 등 지금보다 훨씬 과열됐던 1993-94년보다 일찍이 수습에 나서고 있다.
인민은행은 금융위기 이후 취해진 각종 비상조치를 점차 평상 수준으로 회복시키겠다고 밝혔다. 저금리를 지나치게 오랫동안 지속할 경우, 향후에 나타날 경제불안정은 보다 심각한 금융위기를 재발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정부는 신규 대출을 억제하기 위해 금리 인상에 앞서 지급준비율을 또 다시 0.5% 포인트 인상한 것이다.
이미 세계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버냉키 의장의 정책 발표에 못지않게 인민은행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만약 과열된 중국 경제가 경착륙한다면 세계 경제에 미칠 충격은 적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관리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