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로운 금융영역 진출이 목표라면 저축은행도 IFRS도입 심각하게 고려해야
요즈음 상장저축은행은 늦게나마 국제재무보고기준(IFRS; International Financial Reporting Standards) 도입 준비에 부산하다. 다른 금융회사와 달리 저축은행은 6월 결산법인으로 시간적 여유가 있기는 하나 다소 지연되었던 것은 2009년 금융위기를 헤쳐 나오는 과정에서 IFRS 도입 과제는 뒤로 밀린 탓도 크다.
일반회사의 경우 상장기업에 한하여 IFRS를 2011년부터 의무 적용하도록 하였으나, 은행, 증권, 선물, 자산운용, 보험, 종합금융, 카드사는 상장 여부에 관계없이 IFRS를 도입하여야 한다. 다만, 금융회사 중에서도 비상장저축은행의 경우 중소 서민금융기관의 특성을 고려하여 IFRS에 따른 작성 부담을 완화할 수 있도록 별도로 간략하게 제정된 일반회계기준을 적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IFRS는 금융업종, 상장 여부에 따라 복잡하게 적용되지만 저축은행 전체를 보면 IFRS와 일반기준에 대하여 3가지 입장으로 나누어 진다.
첫째, 상장저축은행은 IFRS를 도입하여야 한다.
둘째, 모회사가 IFRS를 적용하여야 하는 비상장저축은행은 모회사의 연결 공시를 위하여 IFRS를 도입하여야 한다. 이때 IFRS는 연결 목적으로만 사용하고 평소 자체의 개별 회계에서는 일반기준을 적용하는 2중 구조를 가질 수도 있다.
셋째, 단순 비상장저축은행으로 일반기준을 적용하는 경우이다. 물론 이 경우에도 다른 비상장기업과 같이 저축은행의 희망에 따라 일반기준이 아닌 IFRS를 도입할 수도 있다.
여기에서 비상장기업이지만 대형인 저축은행의 경우 일반기준을 적용하면 되지만 IFRS 도입에 대하여도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재무정보에 대한 수요가 미미한 비상장기업이고 국내의 일부 지역에 국한하여 활동하는 중소 서민금융기관이라는 전제가 대형 비상장저축은행의 경우 더 이상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IMF 외환위기 직전 230개 이상이었던 저축은행중 120여개의 저축은행이 파산하거나 다른 저축은행으로 합병 또는 계약이전되어 지금은 더 이상 그 이름을 찾을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이렇게 광범위하고 급격하게 진행된 구조조정의 과정에서 새로운 성장 모델을 제시하며 눈부시게 발전한 저축은행도 있다.
저축은행의 영업구역 한계를 극복하기 위하여 타 지역의 저축은행을 인수하여 전국적인 영업망을 구축한 저축은행이 탄생하였다.
저축은행 특유의 순발력을 살려 해외까지 진출하여 현지에서 금융회사를 운영하거나, 자산 운용의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자산운용사를 계열사로 둔 저축은행도 있다. 이러한 전국화 또는 종합금융화를 기하는 과정에서 지방은행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규모가 커진 저축은행이 다수 생기게 되었다.
최근 금융감독 당국은 저축은행을 대형과 중소형으로 구분하여 대형 저축은행에게는 자기자본비율 규제 등 일부 사항에 있어서는 지방은행 수준으로 올리는 감독기준 개선안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저축은행 규모별 감독 규제 차별화는 대형 저축은행의 위상 변화를 그만큼 반증하는 예로 볼 수 있다.
대형 비상장저축은행이 IFRS 또는 일반기준 중 어느 것을 선택할지는 재무정보 이용자 측면에서 유용성에 대한 판단이 중요하지만 재무정보를 생산하는 내부 입장에서 보면 경영자의 비전 또는 사업전략이 우선 고려되어야 한다. IMF 이후 급속한 성장을 이루어 왔듯이 앞으로도 지역의 한계를 넘고 새로운 금융영역으로 진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면 IFRS 도입을 심각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
또한, 실제 적용 부담에 대한 엄밀한 검토도 필요하다. 금융회사의 IFRS 도입에 있어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했던 금융상품 평가, 대손충당금 적립이 일반기준에서도 그대로 적용되므로 일반기준에 의한 적용 부담 완화가 저축은행의 경우 기대하였던 것보다 미미할 수도 있다.
회계기준의 선택은 강제적인 규정에 의하여 진행될 문제만은 아니다. 재무정보 이용자와의 의사소통, 그리고 기업의 사업 전략과 재무정보를 만드는 노력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되어 결정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 의한 회계기준의 선택이야말로 IFRS가 추구하는 기본 정신인 원칙 중심 회계에 부합하는 것이기도 하다.
관리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