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자를 위축시키는 규제를 완화하고 자율 및 경쟁여건 조성
정운찬 국무총리는 지난주 세종시 문제를 홍보하기 위해 재계, 정계, 학계등 광범위한 접촉을 벌이는 한편 기업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촉구했다. 정 총리는 세종시를 국가 발전과 충청지역에 도움이 되는 명품도시로 만들겠다고 역설했다.
그러기 위해 세종시의 성격을 행정중심복합도시에서 기업도시로 바꾸는가 싶더니 다시 과학 기술 교육 도시이며 고용을 창출하는 경제도시로 규정했다. 세종시의 성격이 이렇게 갈팡질팡하는 것은 그만큼 이 문제가 아직 불안하고 불확실한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음을 드러낸다. 도시의 성격을 어떻게 규정하던 간에 세종시가 자족 기능을 가진 도시로 태어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업투자를 유치해야 한다. 따라서 세종시 수정론을 둘러싼 갈등 속에서 기업 유치를 위한 정부 행보가 본격화되고 있다.
그러나 세종시 문제가 기업에 지나친 부담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비판도 있다. 일부 기업들도 불편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하는 정책에 기업이 무관심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기업의 투자 유치는 철저히 경제논리, 기업논리에 따라야 한다, 기업에게 인센티브가 부족하고 비즈니스에 적합하지 않은 지역으로 투자 및 사업 이전을 권유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엄청난 자원을 투입해 명품도시를 만드는 것이 자원 배분을 왜곡하는 국가적 낭비가 되어서는 안 된다. 또한 다른 지역 발전계획을 망가뜨리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는 토지를 조성원가보다 낮게 공급하고 법인세 3년간 면제 등 획기적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확정해 파격적인 인센티브와 원형지 개발 허용 등 상당한 수준의 특혜를 내걸고 국내외 기업을 상대로 세종시의 투자 유치작업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기업투자 유치가 그렇게 간단치 않을 뿐 아니라 쉽지도 않다. 무엇보다도 대규모 기업투자만 유치하면 세종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투자유치를 위해 파격적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 다른 지역의 혁신도시와 기업도시들로부터 커다란 반발을 초래하는 딜레마에 빠져있다.
한편에서는 벌써 특정 지역에 대한 지나친 혜택은 결국 국가 재정 부담으로 이어지며 다른 지역에 역차별을 준다는 우려도 없지 않다. 헐값 매각은 피해야 특혜 논란은 물론 다른 지방자치단체들의 ‘역차별’ 시비를 차단할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인센티브는 기대하기 어렵고 투자유치는 물 건너간다.
세종시 문제를 접근하는데 국론분열이 계속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 사회에서는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 선택과 집중을 강조하다가도 어느 순간 상황이 바뀌면 또 다시 형평과 균형 발전 등 전혀 반대논리가 지배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것은 우리의 투자환경이 갖는 커다란 불확실성 중에 하나이다. 정부의 일관성 없는 정책이 우왕좌왕하기 때문에 정부는 신뢰를 잃고 기업은 투자를 꺼리게 된다.
최근 세종시와 관련된 국내 기업 투자 소식이 부쩍 많아졌으나, 불확실성으로 아직은 설(說) 수준에 그치고 있다. 세종시 수정안 추진 전에 크고 작은 양해각서(MOU)가 있었지만 이는 관심 표명일 뿐 실제 투자를 결정한 기업은 단 한 곳도 없었다.
따라서 세종시를 자족도시로 건설해나가려면 불명확한 세종시 성격 등의 불확실성을 최대한 빨리 제거하고 기업이 매력을 느낄 만큼의 인센티브를 제시하는 것이 절실하다. 정부는 구체적인 개발계획부터 세우고, 확실한 인센티브를 제시함으로써 불확실성을 줄여야 한다.
또 다른 문제는 세종시에 투자 인센티브가 확정되더라도 인센티브를 실행해나가는데 발목을 잡는 각종 정부규제가 투자를 위축시키는 경우가 허다하다.
정 총리도 기업의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투자를 당부하면서 “정부는 기업이 자율과 경쟁을 통해 최대한 역량을 발휘할 여건을 조성하고 기업의 야성적 투자 마인드를 자극할 수 있도록 규제완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가 추진하는 투자 인센티브나 기업활동에 대한 규제완화는 별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최근에 정부는 기존의 경제자유구역, 경제특구, 산업단지 등이 당초 정부의 취지와는 달리 변칙적으로 제 구실을 못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여전히 각종규제가 기업투자의 발목을 잡기 때문이다.
관리자 기자